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입니다. 그래서 이 거대한 문명을 건설했습니다. 특히, 돈에 관에서는 아주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요? 우리는 어떤 물건을 사고 후회를 많이 합니다. 또한, 어떤 거래를 하고도 후회를 많이하죠. 이걸 보면 인가는 합리적인 동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종제안 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간단합니다. 100만원의 공돈이 있다고 칩시다. 이걸 두 사람(제안자와 수락자)이 나눠 가지라고 줬습니다. 단 제안자가 돈을 분배권이 있습니다. 이걸 제안자가 제안하는대로 수락자는 수락을 해야 합니다. 단, 수락자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한 푼도 나눠가지 못합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수락자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이상 수락자는 수락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안자가 99만원을 가지고 1만원만 수락자에게 준다고 칩시다. 수락자 입장에서는 1만원이라도 받으려면 수락을 해야 합니다. 물론, 불공평하죠. 그러나 거절하면 제안자도 수락자 본인도 한 푼도 못 받기에 수락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평균적으로 제안자는 수락자에게 40~50% 정도를 제안 했습니다. 즉 40~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고 이를 수락자가 수락을 합니다. 그러나 20만원만 주겠다고 하면 수락자는 20만원도 필요 없다는 듯 거절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죠. 여기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란 바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안자는 거의 공평한 제안을 합니다.
고전 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을 이기적인 인간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런 이기심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라고 믿었죠.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도 이 인간의 이기심을 간과했고 강제적으로 공평성만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간이란 단순히 이기적인 인간이 아닌 비합리적인 그러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자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로봇이 아닌 감정이 있는 인간이고 그래서 심리학라는 분야가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지름신이 강림해서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 자체가 감정에 휘둘려서 구매를 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심리학과 경제학이 접목된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최근에 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바로 이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읽을 때 마다 참 흥미로웠습니다. 경제학을 심리학으로 분석한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잘 설명해서 솔깃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동 경제학 서적이 이론서가 많고 해외 사례만 소개하고 있어서 끈적한 맛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다년 간의 경험을 녹여서 행동경제학 이론을 아주 친절하고 흥미롭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곽준식입니다. 행동경제학 분야에 관한 책을 꾸준하게 써 오고 있어서 그런지 책이 아주 보들보들 읽기 편하네요.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행동경제학 입문서 또는 실용서로는 아주 뛰어난 서적입니다. 너무 쉬워서 따박따박 다 읽었습니다. 시작부터 행동경제학의 정의부터 하고 나갑니다. 행동경제학은 제학적으로 합리적이며, 감정적이고 상황적에 따라 선호도가 바뀌고 효용 만족화를 추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럭비공 같은 인간을 기준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심리라는 상황과 사람과 감정에 따라 변하는 변수를 넣은 수정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행동경제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마케팅 쪽 일을 해서 그런지 자기 경험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례들이 사후약방문처럼 분석된 글일수도 있지만 현상을 아주 잘 설명되기에 아주 솔깃한 글들이 많습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이 다 흥미롭습니다.
왜 사람들은 원조에 집착하는지, 무엇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인간이 이익보다는 손해에 민감한지, 왜 우리는 사고를 프레이밍에 갇혀서 생각하는지, 왜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더 큰 손해가 나고 있는데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지, 독점보다 경쟁이 왜 좋은지, 소비자의 선호도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 이용가능성 휴리스틱, 대표성 휴리스틱, 기준점 휴리스틱, 감정 휴리스틱, 프로스텍트 이론, 보유효과, 프레이밍 효과, 매물비용효과, 유인효과와 최종제안 게임과 공공재게임을 소개하면서 실생활에서 흔하게 겪는 상황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어떻게 제품을 더 잘 팔고 많이 팔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심리라는 것이 수학과 달리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예외적인 경우가 있어서 점성술과 비슷하지만 과학이라는 껍질을 입고 있기 때문에 확률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모두 소개 하고 싶지만 1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A집단에게는 10온즈 컵에 8온즈 아이스크림을 담은 컵을 주면서 평균 지불 의향을 물었더니 1,66달러였습니다
B집단에게는 5온즈 컵에 7온즈 아이스크림을 담았습니다. 컵보다 담는 아이스크림이 크다 보니 고봉으로 담겼네요. 이 B집단는 이 고봉 아이스크림에 평균적으로 무려 2.26달러에 주고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기밥은 고봉으로 주나 봅니다.
그런데 C집단이 재미있습니다. 이번에는 10온즈 컵에 담긴 8온즈 아이스크림과 5온즈 컵에 담긴 7온즈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각각 가격을 매겨보라고 했더니 평균적으로 10온즈 컵에 담인 8온즈 아이스크림에 1,85달러, 5온즈 컵에 담긴 7온즈 아이스크림은 1.56달러가 나왔습니다. 당연하죠. 멍청이가 아니라면 7온즈 아이스크림을 8온즈 아이스크림보다 더 많이 주지는 않겠죠.
이렇게 비교 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우리는 대충 셈을 해서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개의 제품만 파는 가게에서는 가격 비교 대상이 없으니 생각보다 비싸도 그 가격을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 쉽게 받아 들이는 것은 '적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효과'라고 합니다. 공기밥이 대표적이고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가 용기에 가득 채우고 넘치도록 담아주나 보네요. 그래야 싸 보이니까요.
한국 저자가 써서 그런지 다양한 광고 효과나 브랜드 효과나 마케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왜 비타500이 유사 상품으로 인해 더 많이 팔리게 되었는지. 왜 애플 아이패드가 혹평에서도 엄청나게 팔렸는지 왜 콩코드라는 제트 여객기가 매년 적자를 내고 별 경쟁력도 없으면서 운행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알면 사람의 심리와 함께 돈의 흐름과 마케팅 방법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입문서로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