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은 기본적으로 유료 입장입니다. 그러나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에서 9시까지는 무료입장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을 다녀 왔습니다.
워낙 큰 미술관이라서 다양한 전시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년 안규철의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소개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같은 대기업의 후원이 많은 미술관이라서 대기업 이름이 많이 보이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느낌이 강한 전시회가 많다는 것은 아니고 전시회 타이틀에 현대차가 들어갑니다.
안규철 작가는 1980년대에 조각가로 출발해서 최근에는 다양한 예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예술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조각가가 사진작가가가 되고 미술가가 조각가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장르에 천착하지 않는 작가도 많더라고요. 솔직히 예술이라는 것이 무슨 똑같이 재현하는 경쟁대회도 아니고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제프 쿤스 같은 해외 유명 작가는 조수들에게 작품 제작을 맡기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만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 아이디어마저도 제공하지 않기도 합니다. 크게 보면 예술은 하나의 환상 그 자체이자 사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현대 예술은 뛰어난 아이디어만 있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술도 크게 보면 비지니스 세계입니다.
1990년대 들어서 오브제와 텍스트 작업을 통해서 설치 예술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안규철 개인전을 소개합니다.
<아홉 마리 금붕어> 2015
둥근 원이 9개가 있습니다. 그 원에는 금붕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거북스러웠습니다. 이거 동물 학대로 볼 수도 있거든요. 제 시선이 그렇기 때문인지 금붕어들이 맥아리들이 없네요. 작가는 인간의 절대적 고독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제가 금붕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네요.
작품 자체는 쉽게 다가와서 좋긴 하네요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1,000명의 책>입니다. 사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 1,000명의 책 프로젝트 참여 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선정 된 일반인 1,000명은 예약한 시간에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에서 1시간 동안 주어진 책을 필사합니다. 이렇게 필사한 필사본은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참여한 사람에게 복사해서 배포를 합니다.
1,000명의 필기체로 된 책이 완성 되겠네요.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나의 책을 완성해가는 협동의 의미를 느낄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네요. 이 필사 과정은 하나의 행위 예술로 보여지게 관람객이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한 여자분이 책을 필사하네요
<식물의 시간 2> 2015
식물의 시간은 15개의 화분을 이용한 모빌입니다.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하는 모빌은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죠.
화분을 이용한 모빌은 실용성도 높아 보이네요
<기억의 방> 2015
기억의 방은 관객 참여 작품입니다. 한쪽에 포스트잇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포스트잇에 그리워하는 것, 부재하는 것의 이름을 적으면 위와 같이 포스트잇을 기억의 벽에 붙여줍니다. 단, 자기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것은 안됩니다. 기억처럼 포스트잇은 기존의 포스트잇 위에 덮어지게 됩니다.
전시가 끝난 후에 이 포스트잇에 담긴 기억하고 싶은 단어들은 '사라진 것들의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보니 추억, 10대, 지금, 자유 중학교 1학년 등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텍스트화 되어서 담겨 있네요.
저는 참여 안 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단어가 솔직히 없네요. 아니 있는데 그건 사람 이름이지 사물의 이름도 추상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 이름을 제외하니 제가 참여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64개의 방> 2015
푸른 벨벳 커튼이 드리워진 64개의 방은 제목처럼 안에 64개의 작은 방이 있습니다. 각 방은 커텐으로 닫혀 있는데 하나씩 방의 커튼을 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바닥에 방향 표시가 있어서 길을 잃지는 않지만 그걸 무시하고 무작위로 커텐을 치고 나가가다 보면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제가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있는데 좀 숨이 막히네요.
나오고 나서 돌아보니 마치 2016년 우리의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이 어두운 방에서 커텐을 계속 열다 보면 희망이라는 빛이 가득한 곳으로 나갈 것이라는 미래가 있기에 계속 커텐을 치고 나갈텐데 커텐을 치고 나간 바깥이 어둠이 가득한 절망이라는 벼랑 끝이라면 우린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어제 보다 더 어두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2016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무서운 요즘입니다. 역사상 최초로 아버지 세대보다 더 가난한 아들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채 나이든 꼰대들은 열정과 노오오오오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침묵의 방> 2015
침묵의 방은 거대한 구로 된 공간입니다.
둥근 공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하얀 칠로 된 거대한 구 안에 들어가 있는 저를 발견 했습니다. 얼마나 크고 같은 색으로 담았는지 카메라가 초점도 못맞춥니다. 이 공간은 독특하게도 발자국 소리도 공명 현상으로 쿵쿵 울립니다. 침묵의 방이지만 작은 대화도 크게 울리기 때문에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공허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이 빈 공간은 작은 소리도 가득 채우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 가득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관람해도 좋은 전시회네요. 안규철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2월 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