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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저성장 시대를 대비하는 해법을 담은 책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by 썬도그 201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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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확실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차를 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운전할 줄 모르냐? 15년 전에는 서울시 구석 구석을 택시 기사님들 보다 더 정확하게 알아서 친구들이 회사에서 짤리면 택시 기사를 하라고 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운전에 대한 재미도 잘 알고 있고 차의 아늑함과 편리함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가 가지는 편리보다 차가 없어서 느끼는 편리와 가치가 더 좋아서 차를 살 생각이 없습니다.

특히나 서울에서 산다면 더더욱 차가 필요 없습니다. 차가 있어서 주는 편리보다 불편함이 더욱 크고 반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기쁨이 대중교통의 불편함 보다 많습니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삶은 파급 효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좋아하는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었고 그 책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TV시청을 줄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에 있던 TV를 치워버렸습니다. 
TV가 사라지니 TV 시청할 시간에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삶의 변화는 무슨 결심을 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고 욕심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면 됩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살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줄고 그 준 스트레스만큼 행복감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나 저성장 시대, 버는 돈 이상으로 쓰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많아지는 요즘 불행함은 사회 전체에 퍼지는 듯합니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미국과 성장률이 비슷한 한국에서 살 줄 몰랐습니다. 올해 한국의 예상 성장률은 2.7%이고 내년에도 국내외의 전문가 예측은 올해와 비슷한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성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시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4% 이하의 저성장 시대에 전입했는데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모습 그대로"라고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20페이지 중에서>

이제는 저성장 시대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저성장 시대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른들은 열정과 노오오력을 외치고 있죠. 이는 고성장 시대의 구호입니다. 아직도 많은 중노년층들이 저성장 시대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성장 시대의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는 저성장 시대를 인정하고 분석하고 직접 저성장 시대에 맞는 삶을 살아본 두 부부기자가 쓴 책이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입니다. 


책의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인 이경주와 아내이자 같은 기자인 서울신문 우경임 기자가 가 공동 저자입니다. 저성장 시대를 분석하고 생활 방식을 소개하는 부분은 1,2장은 우경임 기자가 쓴 것 같고 3장인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심플 라이프를 산 체험기는 아내 우경임 기자가 쓴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경임 기자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신대방동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네요. 저도 그 동네에서 살았거든요. 그가 묘사하는 뒷동산이나 보라매 공원 이야기가 친근하게 들려오네요.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저성장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에서는 한국에 드리우는 저성장 국면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청년 고용률 하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과 소비를 하기 위해 사는 고성장 시대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것을 인정하고 그 저성장 시대에 대비함을 넘어서 저성장 시대에 맞춰서 사는 삶을 권하고 있습니다. 

2장 저성장 시대 생존법 심플 라이프는 저성장 시대에 살아가는 해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소제목만으로도 대충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자발적 가난을 누리다, 간소한 식습관, 간소한 삶, 소유를 지나 공유 경제, 소유 대신 경험을 소비하다의 소제목을 통해서 소유가 아니 체험과 좀 더 심플한 삶을 사라고 인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자발적 가난을 경험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는 것을 택하며, 느리게 살기를 즐긴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성공이나 성취보다 성숙을 추구하는 삶이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69페이지 중에서>

저자는 적게 먹고 적게 소유하고 느리게 살면서 소유보단 경험에 소비하라는 저성장 시대에 대한 삶의 제안합니다. 이 책이 저에게는 쉽게 읽힌 이유가 제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가 권하는 심플 라이프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서 책이 좀 지루했습니다. 뻔한 이야기거든요. 

그러나 아직도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면서 남 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옆집이나 친구보다 더 비싼 자동차나 더 비싼 아파트에 살고 옆집 아이보다 더 많은 학원을 다녀야 하는 과시적인 삶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런 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고성장 시대에 맞게 사는 뭐든 과하게 사는 사람들도 적게 먹고 적게 갖고 욕심 내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사는 방식은 다들 알 것입니다.  문제는 그걸 알지만 실천을 못하죠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3장 저성장 시대를 살다입니다.

2013년부터 1년 간 저성장 시대에 맞춘 슬로라이프와 소유보단 체험을 그리고 남과 경쟁하지 않는 저소유의 삶을 산 삶의 가계부를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압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조금만 소유하고 느리게 살면서 각종 스트레스를 떨쳐내는 방법을 압니다. 알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힘들죠

그래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우리 모두 경쟁하는 교육을 하지 말자고 외치지만 정작 내 새끼에게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부축이죠.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입으로 하는 바른 말과 그 바른 말을 자신에게는 향하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자식에게만 예외로 여깁니다

그래서 이 책은 1,2장만 읽으면 허공에 흘러가는 공허한 말 장난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 1,2장의 주장에 힘을 주는 것이 3장입니다. 3장은 남편 이경주가 초등학교 자녀를 키우면서 1년 동안 저성장 시대에 맞춘 삶에 대한 보고서가 펼쳐집니다. 정말 인용하고 싶은 글들이 많지만 몇 개만 소개하겠습니다

차가 없으니 장도 많이 볼 수 없다. 채소는 필요할 때마다 아파트 직거래 장터나 동네 가게에서 산다. 한꺼번에 사서 냉장고에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신선한 음식을 먹는다. 프로모션에 혹해서 사던 대용량 과자 같은 간식도 줄었다. 간식을 사러 집을 나서는 것도 귀찮아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중략

언제까지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나 걱정하던 여덟 살짜리 아이는 골목길을 다 외웠다. 버스 번호도 외우고 지하철이 9호선까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많이 걷다 보니 미국에서 불어난 살도 빠지기 시작했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144페이지>

서울에 산다면 차는 정말 버려야 할 물건 같습니다. 차가 주는 효용성 보다는 차가 없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물론, 지옥철의 구역질나는 공간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면 지옥철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말 여행도 남들보다 편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주말만 되면 가족단위의 차량을 몰고온 향락객들은 주차장을 찾지 못해 뱅뱅 돌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 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차가 없으면 많이 걷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골목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차가 있다면 골목길을 만나볼 기회 조차 없죠

또한, 마트에 가서도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만 사고 귀찮아서라도 적게 먹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자발적 불편이라면서 불편하지만 그 불편이 주는 즐거움과 장점을 꼼꼼하게 적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글귀가 있는데 이런 자발적 불편을 억지로 하면 노동이고 즐기면 취미라고 하는 말이 눈에 쏙 들어오네요.

비싼 장난감, 비싼 옷을 사주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착각하곤 한다. 혹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을 보상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돈 대신 아이에게 시간을 써야 한다. 아이와의 유대 관계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오히려 적당한 물질적 결핍은 좋은 교육 방법일 때도 많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169페이지 중에서>

이런 저성장의 슬로우 라이프와 저소유의 삶은 아이가 있으면 큰 걸림돌이 됩니다. 아이에게는 뭐든 해주고 싶고 뭐든 사주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서 부모들은 회사에 시간을 더 허비합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장난감이 아닌 아빠, 엄마의 시간입니다. 

영화 '그렇게 아빠가 된다'에서는 시골에 사는 아버지가 도시에 사는 아버지에게 이런 충고를 하죠. 아이가 필요한 것은 아빠의 시간이라고요. 아빠와 함께 노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저자의 1년 동안의 저성장 시대에 맞춘 삶은 만족감으로 끝맺음을 합니다. 시도하기 전까지 두려움도 있고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있지만 아이의 삶의 주인공은 아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슬로우 라이프라고 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두 저자는 자신들이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책의 주제에 엇나가는 듯한 부분도 좀 보이네요. 저성장을 지우고 슬로우 라이프 또는 심플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칠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벼운 책입니다. 복잡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우리의 현실인 저성작 국면을 드러내고 그런 저성장 시대를 인정하고 인정을 넘어서 이전과 다른 삶, 남과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아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이런 삶이 정답일 수 없지만 우리가 한 번 실천해 보는 것을 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와 TV와 아이에게서 학원만 지워도 우리는 현재를 더 행복하고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고통 속으로 사는 것이 현명할까요? 떻게 보면 이 책은 현재에서 만족과 행복 찾기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차를 몰고 다녔다면 이동 시간에 책을 읽을 엄두를 못냈겠죠


<이 글은 아날로그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 제공 받아서 어떠한 간섭도 없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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