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인기 예능 방송인 '삼시세끼'는 보면서 차줌마의 신기에 가까운 음식 솜씨에 눈이 쏙 빠질 정도로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제가 TV를 잘 안 보는데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이 '삼시세끼 어촌편'만 챙겨봅니다.
삼시세끼는 만재도에서 제목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 먹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 점심, 저녁을 해 먹기 위해서 낚시나 망을 던져서 잡은 물고기와 직접 키운 채소와 달걀 등을 이용해서 삼시세끼를 먹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삼시세끼 먹는 과정이 참 고단해 보입니다. 눈 뜨자마자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고 다시 식사 준비를 하는 먹는 것에 대한 시간 투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차줌마와 참바다씨의 이런 삶을 보고 있으면 삼시세끼 때문에 두 사람의 삶의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 모습에서 우리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저런 것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바로 발 밑만 보고 사는 삶, 먼 미래가 아닌 하루 먹고 살일 만 생각하는 삶"
그런 삶에서는 희망이란 피어나지 않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계획하고 예측해서 대비하는 삶이 아닌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지 전봇대가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거대한 위험이 굴러와도 피할 수 없는 삶이죠
왜 가난한 사람은 합리적인 결정을 못할까?
1. 여유가 없는 삶. 정보에 어둡다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야 겨우 먹고 살기 때문이죠. 이런 삶에서 여유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맥주를 자주 마신다면 가격이 싼 마트에 가서 한꺼번에 많은 맥주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마시면 좀 더 싸게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트에 갈 시간이 없고 가도 많은 맥주를 살 돈이 없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삽니다. 이런 행동은 분명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지만 비싸도 편의점 맥주를 삽니다. 아니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행동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행동입니다.
2014년 세계 개발 보고서에서는 가난이 경제적으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고서 내용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어서 경제적인 의사 결정을 대부분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공감이 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 또는 정부 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런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하니 정부의 지원금이나 혜택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필요하고 사회복지사가 그런 정보를 잘 전달해 주고 있죠. 그런 면에서 한국의 사회복지사들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런 시스템 갖추게 한 김대중 정부가 정말 복지에서 큰 일을 했어요. 그럼에도 어떤 물건이 어디서 싸게 파는지 어딜 가면 더 혜택을 받고 할인을 받는 지를 가난한 사람들은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할인 정보를 모릅니다.
이런 정보에 어둡다 보니 경제적으로 잘못되거나 손해 보는 선택을 합니다.
2.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 쾌락제만 찾는다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셀이 1960~70년대에 걸쳐서 한 마시멜로 실험은 자기 통제에 관한 실험입니다.
실험자는 4살짜리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15분 동안 이걸 먹지 않고 참으면 15분 후에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께!라고 말하고 방을 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총 186명에게 이 테스트를 했는데 1/3의 아이만 15분을 참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었고 2/3는 15분을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습니다. 이 실험은 자제력에 관한 실험이었습니다.
월터 미셸은 자제력이 있는 아이가 어떤 삶을 사는 지 1988년에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자제력이 약했던 2/3의 아이들보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던 1/3의 아이들이 미국 수능인 SAT 점수가 무려 210점이나 더 높았습니다. 자제력과 학력의 상관관계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2011년 다시 추적 조사를 했는데 역시나 자제력이 높은 아이들이 더 경제적으로 좋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이 담긴 책입니다.
책 내용은 제목과 달리 가난한 사람들이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잠시 인용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사 먹으라고 돈을 주면 그 돈으로 음식을 사 먹지 않고 담배나 술을 사 먹거나 TV나 라디오를 사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틈만 나면 흥겨운 잔치를 여는 등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고 가능한 삶을 즐기는 데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66페이지 중 일부 발췌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제력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자제력이 없을까요? 돈을 모아서 가난을 탈출할 생각은 안 하고 몸에도 나쁜 술과 담배와 TV라는 눈 앞에 있는 쾌락제에 홀릭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을 모아봐야 가난에서 탈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한 채 사려면 3억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매년 겨우 현상 유지만 하는데 돈을 모을 여력도 시간도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렇게 희망이 있고 먼 미래가 보여서 계획하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삶이 아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은 발 밑만 보고 삽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눈에 보이지도 가능성도 낮은 아파트 살 생각 보다는 그 돈으로 담배 사고 술 사 먹고 TV사는 것이죠.
따라서 그들의 행동은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가난한 사람이 돈은 안 모으고 술 사먹고 담배 사 피우고 TV같은 쾌락제를 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독거노인 분들 기초 노령 연금 나오면 그걸로 담배 사 피우는 분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현 정부를 지지하던 한 아는 노인 분은 어떤 물건 가격이 올라도 참던 분이 담배값 올렸다면서 현 정부를 엄청나게 비판하더군요.
한국은 이제 가난한 사람이 계속 늘어갈 것입니다. 그들에게 정부는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죠. 그러나 희망도 무슨 근거가 있어야 희망을 가지지 신뢰가 바닥인 정부에서는 희망이 싹틀 수 없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은 계속되었는데 또 다른 마시멜로 실험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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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력 아니 자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부는 신뢰를 보여야 하는데 주겠다던 연금도 안 주는 정부 아래서 자제력을 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