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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21세기 니켈로디언,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기 좋은 점 , 나쁜 점

by 썬도그 201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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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정성일은 한 강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했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앞에 있던 20대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대화하는 것을 귀동냥하게 되었습니다. 한 여자분이 극장에서 영화 보러 가자고 제안을 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은 늙은이들이나 하는 행동이야. 젊은 사람들은 이걸로 봐야 해"라고 하면서 스마트폰을 내밀었습니다. 

그 모습을 웃으면서 소개했는데 그 에피소드를 듣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모바일 기기로 보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고 무슨 장/단점이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봤죠. 저는 모바일 기기로 영화 잘 안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평생 1번 볼까 말까 한 영화를 질 떨어지고 감흥 떨어지는 조막 만한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은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아이맥스로 본 영화도 PC로 본 영화도 기억에 저장이 되면 그때의 감흥이나 느낌은 다 휘발되고 남은 기억은 영화관에서 보나 모니터로 보나 그게 그게 같더군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2~3편을 봤습니다. 그 체험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2가지 방식

영화를 보는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관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고 제가 가장 애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뤼미에르 방식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의 방식은 니켈로디언 방식입니다. 이 니켈로디언은 에디슨이 발명한 방식으로 한 사람이 구멍을 통해서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입니다. 40대 분들은 아실 거예요. 학교 앞에서 뷰마스터에 눈을 젛어서 혼자 짧은 영상을 본 경험을요. 그게 니켈로디언 방식입니다. 아케이드 오락실 게임기처럼 동전을 넣고 보는 방식으로 아주 짧은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5분 내외로 스토리도 없고 그냥 여자가 춤을 추거나 옷을 벗는 등의 단순 쾌락물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네요. 
이런 영화를 혼자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바로 니켈로디언 방식입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모바일 기기로 영화 보는 것을 혐오하거나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큰 스크린과 사운드 좋은 영화관에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2~3편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면 좋은 점 2가지

1. 이동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죽이는 데 최고의 선택

이동할 때 주로 뭘 하시나요? 그냥 졸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나 페이스북 하시나요? 그것도 좋죠. 그런데 1시간 이상 이동할 때는 지루하고 지루합니다. 그래서 종이책도 전자책도 읽어 봤지만 장시간 집중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장시간 이동할 때는 깊은 집중을 하게 합니다. 몰입감이 책 이상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봅니다.


2. 영화 볼 시간도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많은 영화를 볼 기회 제공


회사 생활하면 영화 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주말에 쉴 때는 영화를 보기 보단 침대에 푹 박혀 있으려는 중력이 작용합니다. 이런 회사원들에게 지리멸렬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보다 많은 영화를 볼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면 나쁜 점 2가지


1. 영화에 대한 감흥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이 점이 가장 많이 지적받고 있고 가장 비판의 대상이죠. 영화란 재미없는 부분을 건너 뛰거나 재미있는 장면을 다시 보는 형태로 소비하는 매체가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이 경박단소 해졌다고 해도 영화를 짧게 짧게 끊어서 보는 것은 분명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하고 영화라는 매체의 제대로 된 소비가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 마니아들이 비난을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죠.  그럼에도 직접 체험해보니 끊어서 보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바로 몰입이 됩니다. 또한,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영화관에서 본 영화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그게 그겁니다. 꼭 나쁘다고 하기 힘들더라고요.

또한, 작은 크기의 스크린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가까이서 보면 딱히 작은 것도 못 느끼겠더군요 사운드 같은 경우는 이어폰으로 듣기 때문에 더 박력 있습니다. 분명 집중하기 힘든 구조지만 영화에 대한 감흥을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2. 지하철에서 눈물이 글썽일 수 있다.

나이 들수록 경험이 많아서인지 영화에 쉽게 공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눈물이 참 많아졌습니다. 영화 심야 식당을 보면서 갑자기 눈 앞이 눈물로 흐려져서 바로 영화 보기를 중단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웃고 울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여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내릴 역에서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공존할 뿐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유아들에게나 먹히는 질문입니다.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이분법으로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분들이 있죠. 그래서 전자책과 종이책을 대결 구도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V와 영화관이 상호 보완적 관계임에도 우리는 전자책이 잘 팔리면 종이책이 안 팔리고 종이책이 잘 팔리면 전자책이 안 팔린다고 생각합니다. 

틀렸습니다. 둘 다 안 팔리거나 둘 다 잘 팔립니다. 전자책 보는 사람이 전자책만 읽습니까? 종이책도 읽죠. 상황에 맞게 사람들이 고를 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무슨 영화 마니아나 영화 관계자만 봅니까? 또한, 영화가 예술의 한 장르입니까? 아닙니다. 영화를 심심풀이 땅콩처럼 그냥 가벼운 오락거리로 봅니다. 한국 같이 영화를 예술 영화, 대중 영화로 구분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예술 영화를 아트하우스 영화라고 할 뿐 딱히 예술 영화라고 낙인 찍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보나 영화관에서 보나 둘 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따라서 뤼미에르 방식인 영화관에서 몰려서 보던 니켈로디언 방식인 혼자 스마트폰으로 보던 그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저는 니켈로디언 방식인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꺼려했던 것은 영화에 대한 감흥이 떨어질까봐 하는 조바심이 커서 안 봤는데 직접 체험을 해보니 거부할 이유가 거의 없네요. 

분명 영화관 보다 집중도나 영화에 대한 풍부한 감흥은 떨어집니다만 그 감흥이라는 것이 휘발성이 강해서 6개월 지난 후에 떠올려 보면 그게 그거 같더군요. 오히려 보고 싶은 영화를 시간이 없어서 못 보던 저에게 하나의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네요. 앞으로도 스마트폰으로 영화 더 많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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