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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두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봐야 할 다큐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

by 썬도그 201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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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고 모든 사람이 감탄하지는 않지만 세바스티앙 살가두 사진을 보면 모든 사람이 작던 크던 탄식을 자아냅니다. 살가두의 사진은 은총과 같은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경이로움과 뛰어난 미적 감각과 완벽한 구도.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이 아닌 중세 시대의 명화의 기품까지 느껴집니다. 그래서 너무 미학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비판적인 시선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 자체는 참으로 엄혹한데 너무 아름다운 이 묘한 이질감이 감정 자체도 헝크러 놓습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작년에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제네시스'라는 사진전을 봤습니다.


자세한 정보도 없이 본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제네시스' 사진전은 제가 알고 있는 살가두의 사진이 아니였습니다. 제가 아는 살가두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위와 같은 지옥도 같은 사회 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로 알고 있는데 제가 본 제네시스 사진전은 사회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닌 자연 풍경을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이더군요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이야 안셀 아담스도 있고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살가두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에서 풍경 사진작가가 된 것이 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랬는지 사진전은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살가두 특유의 조화로운 빛이 내려 앉은 흑백 사진은 여전하지만 그가 담은 소재들이 살가두 답지 않아 보여서 사진전을 보고도 이 블로그에 리뷰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이웃분이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이라는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다큐멘터리를 강력 추천하기에 사진전이 끝나고 1년이 지난 후에 봤습니다. 



2014년 살가두의 제네시스 사진전에 맞춰서 개봉한 '제네니스 : 세상의 소금'은 사진전는 무관한 다큐입니다. 제네시스는 살가두의 평생에 걸친 5개의 사진 프로젝트 중 최근의 사진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원제는 세상의 소금인데 이는 인간이 세상의 소금이라고 생각하는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평생을 담고 있는 자서전 같은 다큐입니다

따라서 이 다큐는 제네시스가 아닌 '세바스티앙 살가두'라는 사진작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꼭 봐야하는 다큐입니다.
이 다큐의 감독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은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독일의 명감독인 '빔 벤더스'감독과 살가두의 아들이 함께 만든 다큐입니다. 아버지 살가두와 친구인 '빔 벤더스'가 살가두의 작품 촬영 과정을 참여하고 살가두가 직접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면서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다큐입니다.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브라질이 낳은 유명한 사진작가죠. 다른 유명 사진작가들도 독특한 이력이 있지만 살가두는 경영학도였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진작가? 그게 사진에 큰 도움이 될까요? 됩니다. 살가두는 다른 사진작가가 보지 못하는 자본의 흐름을 보는 눈이 있었고 이런 눈이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현상을 봐도 살가두는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죠. 다큐는 이 경제학도가 어떻게 사진을 접하게 되었는지부터 보여줍니다. 군부 독재 정권이 장악한 브라질을 떠나서 프랑스에 자리 잡은 살가두는 아내가 사온 카메라를 아내보다 더 많이 사용하면서 사진에 빠지게 됩니다. 단순 취미로 시작한 사진 찍기는 그의 직업까지 바꾸어 버립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던 회사원이 사진작가가 된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총 5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에 관해서 수년 동안 찍는 것이죠
첫번 째 주제는 '아메리카'였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지만 덜 알려진 아메리카인들을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가 인간을 '세상의 소금'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두번 째 주제는 '기아'였습니다. 80년대 후반의 아프리카 기아를 촬영하면서 이 참혹함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을 구원하는 소명의식이 강했던 시기 같네요.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인기 많은 작품도 이 기아 프로젝트에서 많이 나옵니다. 



그 다음이 '노동자들'입니다. 이 노동자들은 못 보던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 1차 걸프전 때 이라크군이 후퇴하면서 쿠웨이트의 유전 500여개를 파괴하고 떠나는데 그 불타는 유전을 전 세계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경이롭고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거룩한 노동에 대한 경의도 저절로 나오네요

온 몸에 원유를 뒤집어 쓰고 불을 끄는 캐나다 소방관들의 소명감에 저절로 존경심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가 왜 사회 다큐멘터리에서 자연 다큐로 선회하게된 내용이 담깁니다. 네번 째 프로젝트였던 '엑소더스'를 촬영하기 위해 살가두는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말살 전쟁이 일어난 르완다에 가서 마음의 병을 얻게 됩니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병은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었습니다. 인간을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하던 그가 인간처럼 잔혹한 동물은 없다면서 인간을 증오합니다. 이런 그의 마음의 변화는 지옥도를 봤기 때문입니다. 증오가 증오를 낳아서 인간이 인간을 대학살하는 모습에 큰 병을 앓게 됩니다.

이런 그의 변화를 십분 공감합니다. 저도 점점 인간에 대한 증오심이 늘어갑니다. 인간으로 받은 상처 인간에게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인간에게 치료 받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받다가 다시 상처 받기도 하니까요. 제가 사람에게서 상처 받을 때 사용하는 방법은 자연입니다. 숲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상태로만 있어도 많은 근심과 걱정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자연은 근본적인 치유를 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하고 믿음직한 치료법이죠. 살가두는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큰 내상을 입고 사진 찍기를 접습니다. 그러나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어머니가 가꾼 '인스터튜트 테라'라는 숲입니다. 민둥산을 대서양림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점점 치유해 갑니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카메라는 사람이 아닌 자연으로 향합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지구의 원시 상태를 그대로 간직한 오지를 돌아 다니면서 지구의 곳곳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제가 작년에 봤습니다.

왜 갑자기 자연 다큐를 촬영했나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네요. 그리고 그의 제네시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사진은 그냥 봐도 아름다운 사진도 있지만 그 맥락을 알면 그 아름다움이 더 커집니다. 


자신의 과거 사진을 설명하면서 달처럼 떠오르는 살가두. 그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다큐이자 그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절망감을 가졌는지도 알게 됩니다. 


사랑하니까 미워한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사랑을 먼저 해봐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한 사진작가의 변화 과정이 전 이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의 핵심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상처 받는 것이 치유되지 않을 것 같지만 자연이라는 치료제가 우리 주변에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다큐멘터리네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전 살가두의 사진을 보면서 조형미만 봤던 것 같네요. 그가 담은 주제 보다는 그가 촬영한 피사체나 소재에 탐닉했나 봅니다. 그가 직접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하니 소재 보다는 주제가 더 명확해지네요. 이런 사진작가가 더 많아졌으면 하네요

추천하는 사진작가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진작가의 소명의식과 한 사진작가의 변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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