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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가장 위대한 광대의 꿈을 스크린으로 옮긴 '하늘을 걷는 남자'

by 썬도그 201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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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스릴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광대의 혼신의 노력이나 흘리는 땀까지 보지 못합니다. 한 번은 대공원에서 실내 공연을 무대 바로 앞에서 무대 위의 공연자가 내뿜은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을 생생하게 본 것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광대들은 엄청난 땀을 흘리면서 연습을 합니다.

광대 중에는 위대한 광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광대가 '버스튼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과 '해롤드 로이드'입니다. 특히 '버스튼 키튼'과 '해롤드 로이드' 무성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런 스턴트를 직접 다 소화했지?라고 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액션이 굉장히 많습니다. 

영화 속 광대 말고도 복엽기 위에서 테니스를 치거나 공중 곡예를 하는 장면이나 높은 빌딩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과거 영상 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저 시대에는 겁 없는 사람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어린 시절 이 사진을 우연히 봤을 때 합성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합성이 아닌 실제로 1974년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트윈 타워에서 실제로 있었던 줄타기라고 하네요. 턱이 떡 벌어질 정도로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전 이 줄타기 이벤트가 미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대형 공중쇼로 기획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빌딩이란 빌딩은 다 맨손으로 올라가는 '알렝 로베르'라는 인간 스파이더맨처럼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공중 줄타기를 한 것입니다. 이 1974년에 세계무역센터 건물 사이에서 불법 '공중 줄타기'를 한 희대의 공중쇼를 영화로 만든 것이 '하늘을 거는 남자'입니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프랑스인인 '필리페 페팃'의 거대한 공중 줄타기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페릿이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2009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맨 온 와이어'에 영향을 받은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프랑스가 영국과의 독립 전쟁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에펠이 만든 '자유의 여신상' 횃불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설명합니다.

아주 독특한 설정입니다. 처음에만 그렇게 설명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영화 끝까지 그 횃불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줄타기를 배웠으며 어떻게 이 거대한 불법 공중 줄타기를 시도하고 준비했는 지를 설명합니다. 마치 변사 같다는 느낌입니다. 보통 이렇게 자신의 일을 소개할 때는 회상 장면으로 처리하는데 아예 대놓고 자기가 행한 위대한 업적을 설명합니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자유의 여신상 횃불에 걸터 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거짓이자 환상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설정을 하고 영화를 진행 시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거대한 공중줄타기 이벤트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책과 다큐멘터리로 이미 만들어져서 영화의 결말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책과 다큐를 안 봤어도 세계무역센터 줄타기를 성공했다는 것을 짐작으로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실패해서 추락사했다면 이 비극을 누가 영화로 만드려고 하겠어요. 성공했으니까 칭송하고 기억하는 것이겠죠. 다만 그 줄타기 성공을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궁금할 뿐입니다. 


성공했한 것도 따지고 보면 영화로 만들 정도의 분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공중 줄타기 일 뿐이죠. 그래서 '로버트 저메키스'감독은 줄타기 과정을 대폭 늘립니다. 123분 러닝타임에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은 40분 정도고 80분은 주인공이 어떻게 줄타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필립(조셉 고든 레빗)은 어려서 본 서커스에 감화되어서 집 뒤편 나무에 줄을 걸어서 독학으로 줄타기를 익힙니다. 그렇게 나날이 실력을 키우던 필립은 파리에서 저글링이나 외발 자전거 타기와 줄타기를 하는 무명의 거리공연자였습니다. 여기서 사랑스러운 애니를 만나게 됩니다. 애니는 거리의 악사였는데 페팃의 열정에 반해서 연인이 됩니다. 


첫 만남에서 페팃은 애니에게 자신의 꿈을 말해줍니다. 페팃의 꿈이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세계무역센터 건물 사이를 걷는 것이죠. 이 거대한 꿈을 위해서는 친구들이 필요합니다. 영화는 이때부터 하이스트 영화처럼 자신을 도와줄 친구들을 찾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전속 사진가인 친구도 만나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수학 선생님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거대한 꿈을 완성시켜줄 조력자를 프랑스와 미국에서 현지 조달하는 과정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습니다. 긴 준비 기간과 함께  줄을 타는 것을 제외하고서 이 영화의 핵심 재미는 줄을 두 건물 사이에 메는 과정이 흥미롭게 담깁니다. 고층 건물 사이에 줄을 거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하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 모든 공중쇼가 불법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제가 몰랐던 것이 담깁니다. 어렸을 때 본 사진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한 공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불법 공중쇼였습니다. 막 지어진 세계 최고층 빌딩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새벽에 줄을 설치하고 아침 출근길에 하늘을 걷습니다. 


이 줄을 거는 과정과 줄을 타는 과정이 하늘을 걷는 남자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로버트 저메키스'감독이 이 단순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양념을 넣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네요. 자유의 여신상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페팃의 모습이나 조력자를 구하는 과정을 하이스트 영화 스타일로 재현한 모습 등은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높지 않은 소재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입니다. 

그래서 그런 양념을 한 영화의 맛은 어떻냐고 물으신다면 그런대로 맛은 괜찮았습니다. 먼저 줄을 타기 전까지의 과정을 간간이 웃기면서 물 흐르듯이 잘 이끕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핵심인 줄타기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호오가 아주 강하게 갈릴 듯합니다.  


먼저 이 영화는 CG를 엄청나게 사용합니다. 먼저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CG로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줄타기도 다 CG죠. 아무리 CG가 뛰어나다고 해도 우리는 그게 CG라는 것을 다 알고 봅니다. 따라서 줄타기하는 내내 저건 CG야. CG라고 뭘 어떻게 하든 다 CG이기 때문에 다 거짓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10초 마다 각성을 하고 보면 이 영화의 줄타기는 고층 건물이 아닌 30cm 위에서 배우가 줄을 타는 느낌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반면, 내 기꺼이 속아주겠어라고 CG라는 각성을 하지 않고 보신다면 수시로 등골이 오싹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아이맥스나  3D로 보는 분들은 보시고 나서 한 동안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하네요. 저는 전자였습니다. 아무리 위험한 장면을 보여줘도 CG임을 수시로 각성해서 보니 생각보다 재미는 없네요. 다만, 그냥 단순 줄타기가 아닌 줄 위에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모습이 경이롭고 놀랍네요. 


만약 영화 보신다면 저 같이 보시는 것은 가장 재미없게 보는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제가 수시로 CG라고 각성하고 본 이유는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고 아예 쳐다도 안 보는 영화가 공포 영화입니다. 또한, 고소공포증도 좀 있고요. 그래서 이런 고공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화관에서 짜릿한 쾌감을 얻어야 하는데 등골이 오싹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을 왜 돈 내고 느껴야 하나?라는 괘씸함에 수시로 저건 CG야라고 외쳤습니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는 공중 줄타기와 준비과정이 전부인 영화입니다. 이 공중 줄타기를 통해서 인생이 무상하며 줄타기의 경건함을 빗댄 삶을 논하는 고리타분함은 싹 도려냈습니다. 오로지 페팃이 어떻게 줄타기를 시작했고 성공했지만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2시간 내내 줄타기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만 있습니다. 이게 깔끔하네요. 군더더기 없고요. 

다만, 이런 종류의 쾌감, 즉 경이로운 공중쇼의 스릴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네요. 그러나 저 같이 CG에 대한 각성을 하지 않고 큰 화면으로 본다면 2시간 중 40분은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전 이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사라진 세계무역센터의 건물을 CG로 다시 세우고 페팃이 공중을 걷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 미국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요. 아마 미국인들이 이 영화에 더 열광할 듯하네요

프랑스는 미국에게 2개의 거대한 선물을 해줬네요. 하나는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또 하나는 거대한 캐비넷 2개를 올렸다는 비난을 받았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은 페팃. 미국은 프랑스에게 평생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40자평 : 위대한 광대의 꿈을 CG로 완벽 재현한 영화 2시간의 공중 서커스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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