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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가상 현실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SF단편 모음집 '조커가 사는 집'

by 썬도그 201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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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깊게 빠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기억됩니다. 이전에도 책은 많이 읽었습니다만 대부분 그림책이었습니다. 매 페이지 그림이 있는 그림책으로 워밍업을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텍스트로만 채워진 책은 읽기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세계소년소녀명작 소설 100권에서 한 10권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습니다.

명작 소설이라는 소설 대부분은 아시겠지만 참 지루하고 고루합니다. 슬레이트 지붕이 지천인 나라에서 무슨 유럽 대리석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서를 초등학생이 어떻게 이해하라고 그런 책을 명작 소설이라고 분류해서 부모님들 꼬셔서 사게 만드는 지 그 다 읽지 못한 명작 소설은 아직도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그 몇권 안되는 소설 10권 중에 대부분은 코난 도일의 쓴 '셜록 홈즈' 소설과 SF 소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는 밥 먹으면서까지 봤는데 그 모습을 어여삐 여겨서 내 의사도 묻지 않고 더 고루한 서양장편문학소설 전집을 샀습니다. 물론 그 책 1권도 읽지 않고 버린 기억이 나네요. 책 좋아 하지만 다 경험과 때가 있어야 읽히는 것이지 초,중딩들이 무슨 18세기, 19세기 고루한 서양 장편 소설을 읽겠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당시는 제가 주로 좋아했던 책은 SF 소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많은 SF 소설들이 생각나네요. <괴기식물 트리피트>는 첫장부터 다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지금도 전 SF소설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점은 이제는 나이도 쌓이고 경험도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니
서양의 인물 중심의 명작 소설도 흥미롭게 잘 읽고 있습니다.



<SF 단편집 '조커가 사는 집'>


출판사 작은책방에서 나온 <조커가 사는 집>은 한국 SF소설가들이 쓴 단편 SF소설집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미래 또는 현재를 비튼 환타지를 녹여낸 소설들이 있습니디ㅏ.



먼저 이 책은 단편 소설 읽기 전에 책 뒤에 있는 글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소설가 장강명이 있는 <가상현실장치로서의 소설, 그리고 가짜 휘발유와 SF>라는 이 글은 SF가 배경을 증강 시키서 재미를 주는 소설이고 추리, 스릴러, 로맨스가 사정 증강 즉 사건 중심 소설이라는 점과 순수문학이 인물 증강 소설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류 자체를 하는 것이 무리수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무리수를 두고 분류하면 이 분류는 꽤 명징하게 지금까지 우리가 읽는 소설들을 잘 구분합니다. SF, 판타지 소설은 생각해보면 그 창의적이고 놀라운 세계관이 주인공 같았습니다. 현실에 없는 탈 것과 기술과 상상이상의 흥미로운 세계에 대한 열광이 많았네요. 반면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스릴러나 탐정, 형사물들은 사건위주고 우리가 예술 영화라고 하는 것들이 인물 중심이었네요.

물론, SF소설에도 배경 묘사도 뛰어나고 그 안의 사건에 대한 흥미와 함께 뛰어난 인물 묘사와 인물의 내적 갈등이 잘 어우러지는 소설들이 있긴 합니다만 흥미를 끄는 요소는 분명 그 배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분류를 영화로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고 <조커가 사는 집>를 넘기면 총 10개의 SF단편 소설들이 펼쳐집니다. 이중 6개는 다른 소설집이나 다른 매체에서 발표했던 작품이고 4개의 작품이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조커가 사는 집'은 기억을 구체화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머리 속에 거대한 방을 만들고 거기에 외울 것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는 '마인드팰리스'기법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큐피드는 영화 평론가로도 유명한 듀나가 쓴 SF소설입니다. 듀나가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 SF소설가였네요. 큐피드는 한 연인의 대한 이야기인데 소재 자체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10개의 SF 단편 소설 중에 흥미로운 소설만 추려서 소개하는 것이 낫겠네요
이재인의 '사건의 재구성'은 아내의 죽음을 3D 가상 현실 공간으로 재현해서 아내의 죽음을 재현하는 미래의 기술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CCTV가 녹화한 2D영상을 홀로그램으로 복원해서 보여주는 과정과 스릴러적인 반전의 요소가 흥미롭네요

황태환 작가의 '옥상으로 가는 길'도 재미있게 읽은 단편소설입니다. 좀비가 거리를 지배한 세상에어서 사람들은 건물 안에서 건물 위에 떨어지는 구호품으로 근근히 먹고 삽니다. 키가 작아서 난쟁이라고 불리던 병원 건물 청소부가 는 병원에 몇 남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옥상에 올라가서 구호품을 가져다 주고 함께 버티다가 자신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권력의 달콤함을 느끼는 이야기입니다. 좀비가 지배하는 생존만이 목표인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권력이 어떻게 악이 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상준 작가의 '장군은 울지 않는다'는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소설로 뒷 부분에서 낄낄 거리면서 읽었네요.
김창규 작가의 '업데이트'는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여 주인공이 시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했으나 의료 민영화가 된 세상에서 소프트웨어 저작권 문제로 분쟁이 일어나게 되고 그 업데이트 비용이 없어서 다시 시력을 잃음과 동시에 기억까지 잃어야 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의료 민영화라는 현실의 문제를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단편 소설은 2007년 SF매거진에 소개된 코바야시 야스미의 '도둑맞은 어제'입니다.
유난히 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많이 던지는데  그 인간 정체성에 관한 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 같이 인간이란 기억을 저장한 유기체인가?라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이 소설은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디지털 메모리에 기억을 저장하는 사이보그 시대를 그립니다. 기억을 USB메모리 같은 곳에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억과 육체가 분리가 가능한 즉 영혼과 육체가 분리가 가능한 시대에서 나란 존재란 육체인가 영혼인가 또는 기억인가에 대한 극단적인 질문을 합니다.

보통 이전 영화들이나 소설들은 나라는 존재를 육체 VS 영혼이라는 이분법적인 물음을 하지만 이 '도둑맞은 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영혼이 머문다는 뇌와 육체 그리고 최근의 기억을 저장한 메모리라는 3가지를 놓고 질문을 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고 이 질문은 꽤 짜릿하네요. 다양한 세계관과 다양한 시선, 다양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낸 환상과 미래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점은 좋으나 그 환상의 세계에 대한 묘사나 구축력은 좀 떨어지는 소설도 좀 보이긴 하네요. 환상은 현실의 기반 위에 피어날 때 몰입하게 되는데 몇몇 작품은 세계관 구축이 좀 엉성하네요. 그럼에도 10개 작품 중에 7개 정도는 꽤 흥미롭고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국은 SF 소설과 영화 불모지입니다. 그래서 주로 우리는 SF 장르를 수입해서 보죠. 한국에서 SF영화가 몇 개나 나왔을까요? 2천년 대 초반 한국 영화 호황기때 2~3편 정도가 나왔다가 다 망했습니다. 아무래도 SF는 헐리우드의 중력이 너무 강해서 한국에서는 자생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2014년 처음으로 2014 SF어워드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 영화 설국열차와 드라마 나인, 별에서 온 그대와 이 책에 소개된 업데이트, 씨앗, 옥상으로 가는 길, 장군은 울지 않는다. 지하실의 여신들이 단편부분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SF 매니아층이 두터워지고 넓어지면 한국에서도 아주 뛰어난 SF소설들이 나올 것 같네요.

그래서 성긴 소설도 있긴 하지만 이 소설들을 응원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제공 받아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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