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면 대략 50권에서 70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읽고 싶지만 책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에 모든 활자를 다 읽어야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당장 그 책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변곡점을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나를 변화시킨 책이라고 소개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은 그 사람이 이미 그렇게 변화 위한 마중물이나 99도인 물에서 1도를 더해서 끊게 만드는 책이지 책 한 권만 읽고 인생이 바뀌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좋은 책은 여러 권의 책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읽게 되면 뭔가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맑아진 머리로 세상을 바라보면 복잡한 세상이 단순해 보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단순해 보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상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죠. 현대 사회가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세상 자체가 복잡하기 보다는 세상이 너무 세분화되어서 큰 그림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직업이자 취미인 부분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분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까막눈이 되니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큰 그림으로 보면 세상은 단순합니다. 큰 그림으로 보는 방법이 있나고요? 네 아주 간단한 방법이자 강력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책입니다. 너무 뻔한 답인가요? 네 맞습니다. 너무 뻔한 답이죠. 하지만 뻔 한 줄 알면서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책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담는 보고입니다. 책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흡입할 수 있습니다.
마치 북두의 권의 주인공처럼 한 번 읽은 책은 내 경험이 되니까요. 다만, 책을 읽자마자 박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1천 권 정도의 책을 읽어야 머리가 맑아지면서 세상이 단순하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1천 권의 책이 서로 링크가 되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비슷한 것들이 떠오르고 링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같은 분야 책 1천 권을 읽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최대한 스펙트럼이 넓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자신 있게 쓰는 이유는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책을 읽을수록 드는 제 경험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너무 한쪽 분야의 책만 읽어서 예전 같이 명쾌한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다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글 제목이 발칙합니다. 2015년 6월이 막 지나고 7월이 코 앞인 한 해의 배꼽 무렵에 올해의 책이라고 적었네요. 발칙하고 무례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이 책은 감히 올해 어떤 책을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이 책 이상의 재미와 느낌과 짜릿함을 줄 책은 만나지 못할 듯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냥 올해의 책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장탄식을 많이 하게 되었네요. 그 장탄식이란 이 책이 우리에게 아주 요긴한 지식을 아주 먹기 좋으면서도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글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 책의 이름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채사장이라는 약간 묘한 이름을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세상의 수 많은 나를 따르면 성공을 보장한다는 식의 자기 계발서의 흔한 저자 이름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성건성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채사장이라는 지은이의 뛰어난 필력에 탐복을 했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고등학생 수준 이상이면 누구나 먹기 편하게 설명을 기가 막히게 잘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철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철학 책을 많이 읽어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철학 책은 세밀함은 잘 설명되고 있는데 큰 그림은 잘 그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존철학이 뭔지는 어렴풋하게 알겠는데 그게 이전 철학과 어떻게 다른 지와 어떤 맥락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분절되고 연결되지 않다 보니 철학에 대한 관심도 저절로 끊어지게 되더라고요.
어디 철학 뿐이겠습니까? 미술도 그렇습니다. 미술도 꼭 현대 미술 쪽에 오면 뭔 주술서 같은 난해한 같은 설명만 가득합니다. 그래서 서양미술강의도 들어 봤는데 더 모르겠더군요. 세세한 것의 설명은 강사들이 참 잘해요. 그런데 큰 그림이나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대학교 미술학과 학생들에게 하는 강의를 하니 짜증이 나더군요무릇 어떤 것을 강의하거나 글로 쓰려면 학과 교재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나 강의면 좀 더 시선을 낮추거나 현재 우리가 카톡에서 쓰는 용어 정도로 살아 있는 언어나 표현으로 비유해 주면 좋으련만 이런 게 없습니다.
채사장은 대학입시 논술지도를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아주 유연하고 매끄럽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전달력의 책은 오랜만에 봅니다. 항상 외국 번역서 같은 입에 맞지 않는 서양 음식만 먹다가 어머니의 따스한고 살가운 한정식을 먹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정말 이 책은 50페이지 정도만 읽고 반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채사장이 누구야?라고 검색을 해보니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이책 이전에 쓴 책도 없는 신인작가입니다 채사장이라는 이름도 필명인데 아주 젊은 저자더군요. 인터뷰 글을 보니 2011년 교통사고로 지인을 떠나보낸 후에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는 목적은 불안한 세상을 알기 위함이었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책을 대화를 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정리법으로 정리합니다. 이런 부분은 저와 참 비슷합니다. 제가 책에 빠져 든 것, 특히 철학에 빠진 것이 마음의 큰 고통을 받은 후였습니다. 아무리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들어도 내 빈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이때 철학이라는 먼저 이 땅에 살아갔던 사람들의 지혜를 얻기 시작했고 철학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저자인 채사장의 글이 부드럽고 잘 읽히는 이유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 듯한 구어체 같은 쉬운 단어와 언어와 비유 선택입니다.
인문, 사회, 과학, 철학, 예술, 종교,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넓은 지식을 담은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은 인간이 만든 인문사화와 과학까지 아우르는 백과사전식 책입니다. 책 제목처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 자세한 지식을 담고 있지 않아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분야를 총 정리한 책으로 그 분야의 지식에 대한 큰 그림을 담은 책입니다. 마치 고등학생들의 필기 노트라고 할까요? 실제로 책은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딱 떨어지는 명쾌한 언어로 잘 설명하면서 동시에 중간과 끝에 총정리를 해줘서 지식이 흘러나가지 않게 꽉 잡아줍니다. 또한, 중간중간 칠판에 선생님이 쓴 듯한 도식화된 필기들이 있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은 2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권은 역사,경제, 정치, 사회, 윤리라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권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편으로 현실 너머에 대한 마음속의 세상을 담습니다. 이 책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대신에 어떤 분야에 대해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 또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개념을 안내하고 소개하는 책으로 세계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세상을 아는 마중물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잘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분야에 대한 기초를 쌓거나 개념을 탑재한 후에 좀 더 파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관련 전문서를 읽으면 됩니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명쾌하게 구분되어지지 않는 개념이나 어렴풋한 개념 또는 오래전에 확립했으나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희미한 분야에 대한 개념을 아주 빨리 쉽게 정립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도 무척 높은 책입니다. 1권은 인간의 역사를 생산도구의 있고 없음으로 명확하고 단순화시켜서 소개를 하면서 경제가 역사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경제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주는 지를 스위스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척척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상관관계를 이끕니다. 이 책의 여러 영양가 높은 글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분야는 정치입니다. 특히 국민 다수가 어리석은 중우 정치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비판이 마음에 콕콕 박히네요
대중은 생각보다 나약하고 무관심해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귀찮아한다. 미디어는 그 틈으로 파고들어 대중이 봐야 할 곳을 친절하고 세련되게 가르쳐준다.....
소수의 달변가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토대로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차피 명문이 있고, 설명만 잘하면 판단 능력이 결여된 대중은 자신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 구성원이 소수의 의견을 귀 기울이는 관용적 태도가 전제되어야만 이상적인 형태의 민주주의가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중에서>
특히 정치 분야는 젊은 분들이 강제로라도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설명과 명쾌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글이 시각적으로나 이해하기도 편해서 책은 거침없이 익힙니다. 제가 남들보다 좀 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예술 분야의 글은 유심히 봤습니다. 다른 분야는 저도 저자보다 지식이 더 얇기 때문에 맞는 글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예술 분야의 글을 꼼꼼히 읽어 봤는데 저자의 필력이나 정리나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예술 분야를 읽으면서 이 책의 아쉬운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간단하게 풀어내려다 보니 너무 세상을 단순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책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죠. 반대로 그 단순화시키는 것은 세상을 좀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책 자체로 끝내는 것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야 이 책의 가치가 더 커질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강연에서 불편한 것을 읽으라고 했습니다. 내가 몰라서 불편한 분야의 책 예를 들어 철학이나 과학 또는 정치에 관한 책을 읽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유명인은 3년마다 자신이 파고 있는 관심 분야를 바꾸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보다 넓고 깊은 지식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고 혜안도 넓고 깊어지기 때문이죠. 그 불편한 책을 읽기 위한 안내서가 바로 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입니다. 또한, 이 책을 읽을 때 항상 의심을 하면서 저자의 말이 맞는 지를 검색을 통해서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하나의 좋은 독서법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지식을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저자도 책을 읽고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지식의 명확도를 체크해 볼겸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보면 좋습니다.
전 이 책을 감히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샘플은 팟캐스트에서 들어 보시고 판단하셔도 됩니다. 정말 혜성과 같은 사람이 나타났네요. 다음 책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지적인 대화를 할 때 뭔 소리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지 않고 같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능력을 키워주는 상식에 관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