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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청와대 앞 경찰의 납득이 안 가는 가방 검사

by 썬도그 201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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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사진전인 '빈 방'을 봤습니다. 청와대에서 걸어서 20분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는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수학 여행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빈 방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삼청동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삼청동 숲속도서관을 잠시 들릴 생각이었습니다. 

서촌에 있는 류가헌에서 삼청동을 가려면 가장 빠른 길이 청와대 앞을 지나가야 합니다. 아는 길이고 한 두 번 지나 다는 것도 아니라서 청와대 쪽으로 갔습니다. 사실, 지나가기 좋은 길은 아닙니다. 곳곳에서 사복 경찰들이 서서 어디 가냐고 묻는 것이 짜증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앞을 지나가기 위해 방향을 청와대 쪽으로 틀고 걸어 갔습니다. 그런데 형사분이 절 잡더군요. 

"어디 가십니까?" 
"청와대 지나서 삼청동 가러고요"

보통 여기까지는 통상적으로 하는 질문이기에 가볍게 대답하고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마디가 더 날아오네요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검사 좀 하겠습니다"
"예? 아니 왜요?. 예전엔 안 했는데요"

그런데 앞에 가는 노인 두 분은 가방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두 노인 분을 가르키며 저 두 분은 왜 가방 검사 안 했냐고 따졌습니다. 

"저희 직원입니다"
"예? 저 두 노인 분이 직원이에요?"
거짓말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원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다른 분 가방 검사 하는 것 보고 저도 가방 검사 허락하겠습니다"

마침 두 여자 분이 가방을 메고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형사 분은 두 여자분에게 어디 가시냐고 묻더니 그냥 보냅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아니 저 여자분들은 왜 가방 검사 안 하세요"
"아니 무슨 기준으로 누군 가방 검사하고 누군 안 하는 겁니까?. 납득이 가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가방 검사에 협조하죠. 제 가방을 검사하는 기준이 뭐에요"

"그냥 가세요"
형사 분은 제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는지 그냥 가라고 합니다. 

전 그게 더 이상했습니다. 아니 따져 물으면 그냥 통과 시켜줍니까? 이건 또 무슨 기준입니까? 
VIP라는 대통령을 경호하는 분이라면 원칙대로 해야죠. 가방 검사 한다고 방침이 정해졌으면 다 하던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던가 해야지 특별한 기준도 없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지나가면 합니까? 이런 자의적인 해석은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이 역이용하지 않을까요?

보통 양복을 입고 지나가면 잡지 않겠죠. 그래서 테러범이 양복을 입고서 검문을 당당히 피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나요? 그래서 경찰이 자의적 해석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제가 항의 한다고 보내주는 것도 보안이 느슨하다는 반증 아닐까 합니다. 

이게 다 원리 원칙 없이 그냥 형식적으로 검문 검색하는 모습 아닐까요?


그렇게 청와대 앞길을 지나서 삼청동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왜 날 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외모가 산적 같이 생겨서 잡았다고 하기엔 10번 이상 지나 다녀도 단 한 번도 가방 검사를 하자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없지만 노란 리본 달고 청와대 앞길 지나가면 잡는다는 소리를 페이스북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그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이날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시위가 있었습니다. 

참 암담합니다. 노란 리본이 총입니까? 수류탄입니까? 노란 리본이 뭐라고 경계심을 가질까요?
저 노란 리본 안 달고 다녔습니다. 마음으로만 추모하고 글로 추모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항상 달고 다닐 생각입니다. 세상이 절 투사로 만드네요. 

청와대 앞 경찰의 행동은 청와대 행동과도 닮았습니다. 
대북 삐라는 처벌할 관련 법규가 없다면서 손 놓고 대통령 비판 전단은 없는 법도 만들 기세로 억지춘향식으로 조사를 하고 가택 수색을 합니다. 형평성이 없는 일처리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합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의적인 해석이 너무 난무하면 그 자의적인 해석 때문에 세상은 청와대가 불통과 아집의 공간으로 인식할 것입니다.  청와대의 푸른 기와가 더 서슬퍼래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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