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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드라마 속 장그래와 다른 연예인 장그래의 잘못된 선택

by 썬도그 201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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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이런 것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왜 못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입력과 몰입도의 도가 지나칠 정도로 우리네 회사라는 정글을 적나라하게 잘 그려낸 웹툰 '미생'은 매주 출근 하는 회사원들에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매주 포털 다음에서 연재하는 웹툰 미생을 보는 재미로 살았죠. 이렇게 치열한 만화가 있었나? 할 정도로 미생은 회사원들의 아픔을 대변해주는 웹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tvN에서 드라마화 했을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발 원작만 망치지말아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드라마 미생은 원작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사뭇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밝게 꾸며서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훌륭한 연출, 영민한 연출은 원작의 퀄리트 이상으로 뽑아 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라마 미생은 크게 터졌습니다.

모든 배우가 연기를 모두 잘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가 조명을 받는 보기 드문 일까지 보여졌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이 배우, 이 배우 때문에 미생 드라마는 미생이 아닌 완생이 되었습니다. 바로 임시완입니다.  임시완은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보이댄스그룹의 일원으로 드라마와 영화에 이미 출연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1천 만 이상의 관객이 본 영화 '변호인'에서 야학을 하는 대학생 역할을 해서 우리에게 크게 알려집니다. 그러나 이 배우 이전에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했었습니다. 포털 다음이 제작한 미생 프리퀄 웹 드라마에 출연을 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시완은 tvN의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으로 발탁이 됩니다. 



의식 있는 아이돌일 줄 알았던 임시완

배우 임시완을 좋아했습니다. 방금 전 까지는 좋아했습니다. 임시완은 공부도 잘하고 다양한 재주를 가진 배우입니다. 노래 보다는 배우 임시완이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 연기 잘하는 아이돌 가수는 많지 않은데 그 중에 3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배우가 임시완입니다. 

바른 청년 이미지와 함께 그가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아이돌 가수와 달리 의식이 있고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는 소신이 있는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임시완인 최근에 고용노동부의 공익광고에 출연 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배우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 나옵니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가슴 뭉클한 대사가 나옵니다. 

이 부분을 좌파들은 심한 비판을 했습니다만 우리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고생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 살았는데 니들은 맥아리가 없고 패기가 없어서 배부른 소리나 한다면서 취직 안 한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지금 20,30대 청년들이 놀고 싶어서 노는 줄 압니까? 일자리가 없어서 노는 것이죠. 

차라리 힘들어도 일하면서 느끼는 고통이 더 낫지 노는 고통은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닙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취직 안한다고 구박을 합니까? 다만, 저 장면은 인정은 해줘야 합니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들이 저런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또한, 독재자가 시키는대로 따라 한 줏대 없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중동가서 독일가서 돈을 버는 그 행동은 잘못 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한국을 이렇게 발전 시킨 것도 인정해줘야죠. 다만, 그 혜택을 안타깝게도 대기업과 정치인들이 다 가져간 것은 한국의 추악한 얼굴이기도 합니다. 



이 고용노동부 광고는 2015년 현재를 사는 2,30대 청년들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미래세대가 취업 걱정 없도록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장그래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그런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 된다고 임시완이 광고 나레이션을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별 내용도 아니고 그냥 흔한 우리 함께 희망의 미래로 가자는 영혼 없는 정부 광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고용노동부의 광고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이 광고를 한 이유는 최근에 노사정 대타협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광고입니다. 

여기서 노사정 대타협이란 정부에서는 장그래법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장그래 죽이기 법이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법을 노동계가 수용하라고 하는 압박의 광고입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안]노동계 "원하는 건 연장이 아닌 채용" 경총 "인건비 부담..기업 사정 외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핵심은 35세 이상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입니다. 
비정규직이 2년 마다 이삿짐을 싸서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모습을 양산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목희 의원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2년 동안 고용하면 그 이후에는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법을 만듭니다.  

취지는 아주 좋은 법입니다. 2년 동안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3년 째는 정규직으로 다니게 하는 강력한 법이니까요. 문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이 2년 고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하는 비정규직 법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그 교묘한 행동이란 2년 동안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모두 해고 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을 재고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2년 짜리 비정규직을 편법으로 계속 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2년 동안만 다니고 그 회사에서 짤리고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됩니다. 아주 가끔 정말 보기 드물게 2년 동안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승계하는 회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비정규직을  2년짜리 일회용품으로 취급하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이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한다면서 제시한 새로운 방법이 비정규직 2년 고용을 4년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정규직이 최대 4년 까지 한 직장을 다니게 할 수 있는 법안이죠. 이는 누구를 위한 법안일까요? 바로 사용자인 사장님들을 위한 법안입니다. 비정규직을 최대 2년 밖에 고용을 못해서 숙력이 된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접고 4년 동안 쭉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라고 고속 기어를 하나 더 달아 준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2년에서 4년으로 비정규직을 오래 고용할 수 있게 되면 비정규직 중에 숙련공이 증가하게 됩니다. 숙련공이 많은 정규직들은 지금 노발대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숙련공이라고 대접 받았던 정규직인데 자신들의 일자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계에서는 이를 막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규직 노동자들이 밉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별 신경도 안 쓰다가 자신들 밥그릇까지 뺏기게 생기자 노발대발 하는 모습이니까요. 그러나 크게 봐야 합니다. 이 2년에서 4년으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리면 비정규직에게도 좋을 것 하나 없습니다.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년 마다 메뚜기처럼 이동해야 하는 삶을 살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정규직으로 승급 시켜주느니 그냥 좀 오래 고용하다가 짤라 버리는 것이 회사에게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숙련공이 되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배우 임시완을 좋게 봤지만 이 장그래 죽이기 법을 옹호하는 공익 광고를 찍다니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소속사의 결정이겠지만 그럼에도 깊게 생각하지도 못하고 이런 장그래 양산법을 찍은 것은 임시완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확 나빠지네요. 여기에 황정민이라는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 광고가 어떤 광고인지 어떤 것이 문제인 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장그래라는 비정규직을 대변하면서 장그래라는 비정규직을 옥죄는 법을 선동하는 광고를 찍는 모습은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이 장그래 죽이기 법안을 방송에서 비판을 했습니다. 잠시나마 제가 임시완을 드라마 속 장그래로 착각했나 봅니다. 딴따라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항상 자신의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했으면 하고 알면서도 저런 광고를 찍었다면 앞으로 임시완이나 황정민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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