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책서평

기능의 디자인을 시대를 넘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디자인 인문학

by 썬도그 2014. 12. 15.
반응형

 우리는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입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가성비 보다는 이 디자인이 제품 구매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제품들이 늘고 있습니다. 

싸고 좋은 제품도 여전히 잘 팔리고 팔리겠지만 가격이 비싸도 디자인이 좋은 제품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항상 제품 구매시 조연 역할을 하는 하던 디자인이 언젠가부터 주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7,80년대 경제 고속 성장기의 한국은 디자인은 꼬리꼬리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저가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역의 쇄국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무역 국가였던 한국은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한국 제품들이 해외에 수출이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같은 성능이면 때깔이 곱고 보기 예쁜 제품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즉 디자인이 좋은 제품들을 찾기 시작하죠. 당시 한국은 디자인 후진국이었고 해외 디자이너에 의뢰해서 제품 디자인을 맡기기 시작 합니다. IMF가 터지고 한국 기업들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기 시작한 후 디자인에 단순히 조연 역할이 아닌 주연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게 되었고 지금은 세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볼만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오로지 가성비만 외치던 것을 지나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돈에 대한 여유가 있자 정형화 된 공산품 같은 디자인이 아닌 유일함을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가 들어간 디자인이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디자인의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수상을 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의 거대한 건물이나 제품이나 자동차 들의 디자인은 한국 디자이너가 아닌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과 건물 등이 많습니다


수천 억이 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자하 하디드'라고 하는 외국 건축 디자이너에게 꼭 맡겨야만 했을까요? 기아 자동차를 도약하게 한 '피터 슈라이어'라는 디자이너는 한국에서 나오지 힘든가요?

왜! 우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을까요? 공산품 참 잘 만드는 나라가 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을까요?


디자인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디자인 인문학'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음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 되는 책이 '디자인 인문학'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성균관 대학교 교수인 최경원입니다. 디자인 관련 서적을 꾸준히 써오는 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의상 디자인, 건축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등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디자인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녹여낸 책입니다. 

최근들어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아이로니컬 하게도 대학교 인문학과들은 취직이 안 된다면서 통폐합 되거나 폐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국은 기능성과 결과만 중시하는 나라이고 그 결과까지 가는 길은 무시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기초입니다. 저자는 이런 인문학이 정체 되어 있는 한국의 디자인의 돌파구라고 역설을 하고 있습니다

총 5부로 되어 있는 '디자인 인문학'은 
1부에서 기능주의에 밀려서 괄시 했던 디자인이 이제는 소비자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인간의 마음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 히지만 그동안 많은 기능주의자들은 물질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에만 치중했다. 생산 단가를 낮추는 일에만 몰두했다며 기능주의를 '키치기능주의'라고 비판한 비평가 페터 바이스의 견해처럼, 기능주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물리적 차원으로 한정하고 기업의 이익을 겨냥하면서 그 인문학적 가치를 저해했다

<디자인 인문학 54페이지 중 일부 발췌>


저자는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잘 발휘하는  외피를 만드는 기능주의 디자인은 헌 것이고 앞으로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잘 팔리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부. 디자인을 만드는 것들에서는 기술과 디자인, 상업성과 디자인 그리고 예술성과 디자인을 순차적으로 다루면서 디자인에 대한 원초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과연 디자인은 뭘까요?  기술의 외피일까요? 잘 팔리게 하는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일까요? 아니면 예술일까요? 저자는 잘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편견을 넘어서 예술과 디자인을 접목 하면서 디자인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에술과 접목한 디자인을 감성 디자인이라고 하죠

3부. 디자인을 구성하는 것들에서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색과 형태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형적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눈을 자극하기보다는 편안하게 한다. 자극적인 형태는 쉽게 식상해진다. 자극이 강할수록 감각은 쉬 피로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조화가 잘 되어 아름다운 디자인은 비록 그것이 장식저이라 해도 쉽게 식상해지지 않는다. 
명품 디자인일수록 자극적인 형태를 피하고 차분한 색이나 단조로운 모양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디자인 인문학 99페이지 중 일부 발췌>

4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서는 한국의 철가방 같은 세상이 만드는 디자인과 수직과 수평만 있는 한국 도시의 건물을 비판하는 이화여대 ECC를 소개하면서 사회를 비판하는 디자인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 강국들의 역사와 역사속의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5부 인문학의 꽃, 디자인에서는 인문학과 디자인, 예술과 디자인, 철학과 디자인를 소개하면서 디자인이 갑자기 뚝하고 태어난 것이 아닌 다른 인문학과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최종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5장은 가장 내용도 좋고 읽을 만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 들입니다. 산업의 결과물 또는 제품의 외형으로만 생각하죠. 그래서 접근 법이 기능 우선주의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런 기능주의적인 디자인 접근법은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물질이 풍부해지자 색다른 형태의 물질을 찾기 시작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능우선주의적인 디자인을 넘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디자인은 인간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요즘 유행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역설 하면서 그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하려면 인간을 다룬 학문인 인문학을 알고 배우고 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참 공감이 갑니다. 디자인은 옆집 개나 고양이가 쓰는 것이 아닌 우리 인간이 활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의 감성과 근본을 파고 들어야 인간을 이해하는 디자인이 나오죠. '디자인 인문학'은 이 인문학의 역사와 종류 심지어는 철학 사조 및 예술 사조를 넘어서 플라톤식 우주관인 이원론적인 우주관까지 소개를 하면서 인문학의 기초까지 담아서 보여줍니다.

디자인 관련 서적으로 알고 읽었는데 읽을수록 깊이 있는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에 인문학 디자인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인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멀리 가지 않고 저자가 주장하는 인문학 디자인이 실현된 제품과 건물 디자인을 삽화 형태로 수시로 보여주면서 디자인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저도 요즘 느끼고 있지만 점점 디자인이 예술과 접목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무엇일까? 고민이 될 정도로 두 분야가 점점 융합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저자는 예술과 디자인을 넘어서 철학 사조가 예술에 영향을 주고 예술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관계도를 잘 묘사하고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은 조형성이 뛰어나면서도 실용성도 있는 공예품 전시관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요금 공예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리네요. 공산품과 예술품의 중간 지점에 있는 공예품. 

저자는 그런 공예품을 지나 유기체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자연에게서 디자인을 배워야 한다고 끝을 맺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자인은 인문학이라는 자양분이 표출된 꽃이기도 하면서, 그 스스로가 인문학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두고 '인문학의 꽃'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표현 같다.

<디자인 인문학> 230페이지 중 일부 발췌

이 책은 우리가 간과 했던 디자인을 향한 인문학적인 시선을 담으면서 우리의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인문 후진국인 한국이고 이해보다는 주입식으로 공부해서 뛰어난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은 것일까요? 디자이너가 꿈인 분들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고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돈이 없어서 예술을 지속하지 못하는 순수 예술가들이 많은데 그 재능으로 예술을 디자인에 접목해서 공예품이나 기업과 협업해서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어떨까합니다. 디자인과 예술은 담는 그릇만 다르지 출발점은 동일한 것 아닐까요?

상품이라는 그릇에 담기면 디자인이고 조형 예술에 담기면 예술품 아닐까요? 흥미로운 책이자 다양한 인문학적인 시선을 한 권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서 쓴 서평임을 알려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