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중학교나 고등학교 나이가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알고 싶어 합니다. 아니 대학생들도 남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고 직장인들도 남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중 고등학교 때부터 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긴 호기심은 죽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천길 바닷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가 넘칠수록 더 심해질 것입니다. 점점 사람 속을 알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우주의 팽창 속도보다 빠르게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천길 바다가 아닌 한길 사람 속을 흥미롭게 들여다 본 책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책 제목은 좀 후집니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만 보면 심리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 같지만 사람들이라는 복수에서 이 책이 어떤 책인기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 책 꽤 흥미로운 책입니다.
저자는 '오카다 다카시'로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입니다. 일본인 특유의 정보정리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글이 참 매끄럽고 읽기 참 좋습니다.
책은 자살폭탄테러를 하는 테러리스트들과 왜 광신도들이 생겨 나며 다단계에 빠져서 사회문제가 된 문제와 일본을 넘어 세계를 경악케 한 옴 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사람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에 빠지고 미신을 믿고 어긋난 맹목적 믿음을 가지게 되는 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맹목적 믿음을 갖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정보를 차단하고 심리 조작을 가하는 조직이 가공한 정보만 보게 해서 심리 조작을 당하는 사람들이 심리 조작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그 정보를 무조건 진실되고 진리라고 믿고 따릅니다. 마치 말이 다른 곳을 보지 못하게 눈가리개를 달아서 앞만 보게 달리게 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집단으로 기숙을 하거나 독방에 갇히게 하거나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오로지 사이비 종교나 피라미드 업체가 전하는 정보만 습득한 사람들이 광신도가 되고 피라미드 사기 판매를 맹렬하게 하게 되는 것이죠.
이른바 영감상법 기법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78년 쯤이다. 판매자들은 돌아가신 조상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불안을 조장하고, 조상들의 혼을 편히 해드릴 수 있다며 도장이나 도자기, 다보탑 등을 팔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손금을 보여주거나 이름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경계심이 그다지 없고 상대의 요구에 응하기 쉬운 의존성 인격장애의 경향이 높은 사람임을 의미한다... 경계심이 강하고 자아가 안정되고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확실한 사람이라면 손금이나 이름과 같은 개인 정보를 상대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며, 감정받기를 원하지 않게 마련이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중에서 >
주변에 보면 유난히 남의 말을 잘 믿고 귀가 얇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의심도 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 소심한 성격일 수도 있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쉽게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분들이죠. 문제는 소심한 성격에 귀까지 얇은 즉 줏대가 없는 사람들이 피라미드 사기 판매에 잘 말려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도를 아십니까? 에 끌려가서 돈을 내고 제사를 지내거나 영어 학습 테이프를 구매해서 한 번도 듣지 않거나 수많은 사기 판매에 혹 해서 돈을 쓰고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 이 책은 초반에 이런 유사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심리 조작 판매술에 잘 끌려가는 사람들이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남을 별로 의심하지 않고 따르는 사람들 말이죠. 저야 지금은 너무 의심이 많아서 탈이지만 저도 예전엔 사기판매에 많이 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패턴들이 비슷합니다. 일단 겁을 줍니다. 이거 안 사면 후회한다. 마지막 기회다. 이번 기회 놓치면 다시는 그 기회가 없다. 그런데 그 기회는 꽤 많습니다. 어~~ 이거 홈쇼핑에서 하는 행동이네요. 이 사기꾼들은 의존성 인격장애가 높은 사람을 바로 알아보고 살살 구슬려서 물건을 비싸게 삽니다. 이 책에서는 이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이 심리 조작술의 최적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전전긍긍하거나 주의 사람을 너무 배려하거나 상대방의 의견과 내 의견이 달라도 충돌할까 봐 내 주장을 숨기는 사람들 여기에 우유부단함까지 있으면 딱 좋은 먹잇감이죠. 어찌 설명해 놓고 보니 장그래나 제20대의 모습이랑 똑같네요. 그래서 숱하게 사기 판매에 당했습니다.
그러나 장그래는 줏대가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런 행동이 자신의 의도라는 것이죠. 저도 나이 들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고 사기꾼도 많음을 알고 일단 경계부터 하고 풀어갑니다.
책은 중반에 가면 심리를 조장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의존성 인격장애나 근저에 깔려 있는 불안정한 애착관계, 주체성을 기를 수 없는 환경과 무연사회 등을 소개하면서 왜 우리가 내 심리를 남에 의해 쉽게 조작이 되는 지를 소개합니다.
심리 조작은 학대나 왕따, 괴롭힘과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 공감 능력이 결여되고 타인과 따뜻한 유대감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때, 그들을 지배하거나 이용하게 되기 쉽다. 왜냐하면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타인은 냉장고나 침대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중에서>
심리 조작을 당한 즉 세뇌를 당한 테러리스트들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공감 능력 결여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사회가 보듬어주고 공감 능력을 키워서 사회의 불안 요소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길러야 합니다 책은 챕터 4에서부터 최면술과 행동 심리학 등 심리학의 역사를 집어보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이런 심리 조작이 시작되었고 이용되었는지를 담고 있는 데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드와 융에 대한 정신분석에 대한 입장과 태도 그리고 정신 분석을 통해서 정신병에 걸린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그리고 그 치료법의 역사와 장단점과 현재의 정신치료법이 어떻게 달라졌는 지를 쭉 나열하고 있습니다
정신 치료를 하는 데 가장 오래된 방식은 최면술입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 버리죠. 최면 상태에서 자신의 정신적 고통의 원천을 찾아내서 해결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이 최면술은 최면이 풀리면 원 상태가 되거나 치료 당시는 다 치료한 듯하다가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에 프로이드는 최면술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환자 입으로 그 고통의 근원을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해결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환자가 치료자인 의사에게 그 고통의 근원처럼 여기거나 반대로 연인처럼 여기는 전이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치료자인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사랑에 빠지는 역전이 현상이 일어나죠. 이 부분은 아주 흥미로웠는데 몇 년 전에 본 <데인저러스 메소드>라는 영화의 내용이 쏙쏙 이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칼 융과 프로이드와 심리치료를 하면서 유부녀를 사랑하는 등의 융의 심리상태를 담은 영화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영화가 비로소 제대로 이해가 되네요 이후 정신 치료 방법은 카운슬링 방식으로 변했다는 것과 전기 충격 요법으로 정신 치료를 하는 방법 소개하면서 동시에 이 정신 치료 기법을 악용한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챕터 5에서는 국가가 개입한 행동심리학의 비밀에서 국가가 심리 조작을 해서 적군의 정보를 빼내거나 스파이를 심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지금도 애용되고 있는 세뇌 작업에 대한 실제 예가 풍부하게 소개됩니다.
반대로 사이비 종교 집단에 세뇌 된 딸을 다시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탈세뇌 전문가인 디프로그래머의 이야기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심리 조작의 단계별 기법과 원리 설명도 아주 좋은데 시간은 없고 심리 조작의 원리를 알고 싶으면 챕터 6만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심리 조작술을 보니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해서 조작하더군요. 정보를 통제하고 제한하거나 아니면 정보를 엄청나게 쏟아내서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게 만다는 방법이죠.
최근 국가 기관이 잘 쓰는 심리 조작 술이 바로 정보 과잉이죠. 어떤 정부에 좋지 않은 정보가 터지면 연예인 가십 정보로 덮어버리거나 물타기를 하는 모습이나 수많은 정보에서 어떤 정보가 좋은 정보인지 모르고 그냥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글을 다 읽고 있고 잠시 잠깐 낄낄거리다 시간을 낭비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모습을 보면 심리 조작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주체적인 생각과 삶을 살아라~~~~
심리 조작을 당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나약하고 귀가 얇고 남에게 의존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 자체가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데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공포와 불안이 피어납니다. 삶 자체가 불안의 연속이고 페널티 킥을 앞둔 골키퍼의 심정으로 살잖아요. 그런 불안과 남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습속들이 심리 조작술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매일 맞고 살지만 이혼을 하지 않는 여자나 술과 약물에 의존해서 몸이 망가져도 계속 의존하는 모습을 이 책은 그걸 남에게 숨김없이 꺼내서 말하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 치료 과정 중 하나는 자신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모임 같은 것이 있군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단 그런 일을 입 밖에 내놓으면 자신을 얽매는 마음의 정체를 알게 되고 지배력은 차츰 약해진다. 인간은 정체를 지각하지 못하면 지배되기 쉽다. 하지만, 일단 정체를 알게 되면 점차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중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불안감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그리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존감과 함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리 조작이란 스스로 주체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게 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는 행동할 수 없는 수동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보편적 가치와 애정에 굶주려 있으며, 인간의 본성은 너무나 연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고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살아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심리조작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서문 중에서>
추천하는 책입니다. 특히, 피라미드 사기 판매나 도를 믿으세요?에 끌려간 분이나 주변에 그런 사람을 둔 분이나 의존 성향이 강한 분들은 꼭 읽어 봤으면 하네요. 심리 조작의 역사와 충분한 에피소드와 심리 조작의 원인과 해결 방법까지 잘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