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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

by 썬도그 201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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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나쁘다는 착하다 악하다처럼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저는 분명히 좋은 영화 재미있게 본 영화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나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하다 악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는 직장 상사가 악마 같지만 그 악마 같은 사람의 아들이나 아내에게는 최고의 아빠, 착한 남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취향에 따라 또는 시선에 따라 같은 존재도 다르게 보는 세상의 방식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만큼 좋아하는 것이 각양각색입니다.
그런데 한 제 블로그 방문객이 방명록에 좋은 사진을 선택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이 질문은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정리할 내용들이 많아서 이 블로그에 댓글 대신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글은 좋은 사진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임을 인지하시고 읽어 주십시요. 뭐 공감이 많이 가면 주관이 객관이 되겠지만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

위 사진은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입니다. 이 사진은 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이고 로베르 두아노의 한국 전시회의 메인 사진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단 3초가 지나기도 전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강한 공감대에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름답다고 느껴요. 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이끄는 강한 공감대가 로베르 두아노 사진의 특징입니다. 일상에서 보석을 길어 올리는 힘이 그에게는 있습니다. 아무나 이런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수많은 시간의 관찰을 통해서 우리 안에 느끼는 감정의 보편성을 담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요즘 감성사진놀이도 어떻게 보면 공감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좋아요 기능도 공감버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을 많이 받는 사진은 좋은 사진일 확률이 높고 실제로 좋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공감을 받지 못하면 무조건 나쁜 사진이냐? 그건 아닙니다. 다만 공감을 끌어 올리는 힘이나 전달의 문제가 있어서 공감대가 약할 뿐 좋은 사진도 있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것은 그 사진이 인기가 높고 인기가 높은 사진은 좋은 사진일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현학적인 사진을 통해서 점점 미술로 변해가는 사진들을 보면 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미술을 하시지 왜 자꾸 추상적인 사진을 찍어서 명징함과 즉시성이 생명인 사진을 왜 이리 헝크러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법,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하고 특별함을 위해서 그런 쪽으로 가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에서 탈출하겠다면서 미술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

많은 사람이 공감 한다는 것은 인기가 높다는 것입니다. 인기가 높다는 것은 좋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죠
좋아하는 사람이 1사람이면 주관이지만 1만 명이 좋아하면 상호주관성이 커져서 좀 더 객관에 근접하게 됩니다. 이렇게 상호주관성이 커진 객관적인 인기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마스터피스라고 하는 대가들입니다.

하지만 공감을 쉽게 끌어 올린다고 모든 사진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인기영합적이고 대중취향적인 사진은 좋기는 하지만 긴 생명력은 가지기는 힘들고 작가가 추구하는 시선을 접고 대중이 좋아하는 시선으로 옮겨가게 되면 자신을 팔아 버리고 대중에게 시선을 파는 영혼 없는 사진을 찍게 됩니다. 이는 작가주의가 사라진 상업 사진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윤종신이 한 강연에서 말 했듯 자신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시선이나 자신이 잘 하는 것 중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좀 더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가끔 예술들이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은 실패하고 콜렉터들의 시선에 맞춘 듯한 예술을 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런 예술은 소수를 위한 예술일 뿐입니다. 미술은 몰라도 예술은 몰라도 사진은 몰라도 딱 보면 빨려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사진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사진 보는 법을 배우고 사진 강의를 듣고 보는 강의 설명을 길게 해야 이해가 가는 사진은 좋은 사진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알고 봐야 하는 다큐 사진 같은 것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캡션 이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전시 서문을 봐야 이해가 가는 사진이라면 그들만의 사진, 사진가를 위한 사진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과의 눈높이나 눈맞춤을 아예 하지도 않고 나는 나만의 길을 가겠어~~라고 혼자 만들고 혼자 찍는 사진은 결국 사진가 혼자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대중을 피해서 꾸준하게 기록하고 기록하면서 빛을 발하는 제주도의 영상 시인인 김영갑 사진작가처럼 무던함도 없고 소명의식도 없으면서 공감하기도 힘든 사진들만 찍는다면 그 사진은 알아서 사라질 것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명징하지 않은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사진작가 Gregg Segal은 7 Days of Garbage 시리즈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1주일 간 미국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도식화 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 백날 떠들어봐야 와 닿지 않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이는 사진만이 할 수 있고 사진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사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말은 사진을 위해서 나온 말이라고 할 정도로 사진은 현실을 복제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매체입니다.
점점 사진도 연출과 가짜가 휑휑하곤 있지만 아직까지 사진은 현실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여기에 세상이 점점 경박단소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드UI 또는 폴라로이드 사진 같은 사진과 캡션으로 이루어진 웹 페이지 디자인이 마치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을 정도로 사진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기가 높아진 인포그래피도 다 이런 시각의 힘을 함껏 빨아들인 모습입니다.

제 취향이긴 하지만 전 이런 사진들이 좋고 이게 사진만이 할 수 있기에 이런 사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세상을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한 듯한 모습, 또는 누구나 알고 있고 글로만 설명 되어 있는 세상을 사진으로 설명하는 사진을 전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사진 찍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작가적인 역량과 관찰력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풍부한 지식과 그걸 풀어내는 표현력과 감성도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이런 사진들이 많지 않고 약합니다.
사회를 보는 시선이 너무 정형화 되어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재미가 없습니다. 어떤 사실을 전달할 목적이라면 좀 더 다듬고 향신료도 넣고 조미료도 넣으면서 표현해야 합니다. 다만, 원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향신료와 조미료를 넣어서 잡탕으로 만들지 않는 선까지만 사용해야겠죠. 

전 사진이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에 강한 반대를 합니다.
사진은 가볍고 빨라야 합니다. 사진 한 장 감상하는데 5초도 안 걸립니다. 사진 홍수 시대에 내 사진만 3분 정도 감상해 주세요~~라고 해도 돈을 주지 않는 이상 안 봅니다. 물론, 사진작가의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이미 유명해져버린 사진작가의 사진은 알때까지 보려는 듯 상당히 오래 보지만 유명하지 않은 사진작가의 사진은 오래 보지 않죠.

세상이 그렇다면 그렇게 흘러가야 합니다. 자신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맛만 좋은 것이 아닌 먹기 좋은 사진을 원한다면 그런 사진을 내놓는 것이 좋은 사진입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식으로 먹기 좋게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소구력은 높아질 것입니다.

누구나 다 파인애플을 먹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파인애플을 잘 먹지 않은 이유는 먹기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파인애플을 쥬스로는 먹지만 파인애플 자체는 잘 먹지 않습니다. 이럴 때 칼을 들고 파인애플을 잘라서 이쑤시개에 꽂아서 팔면 아주 잘 팔립니다.  좋은 사진은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사진, 세상을 고발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로버트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시 오마하 해변의 사진>

 

로버트 카파의 모든 사진이 명작은 아닙니다. 그중 아주 일부만 세상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로버트 카파는 무명의 사진가였습니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 것은 스페인 인민 병사의 죽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르망디 오바하 해변의 사진 때문에 더 큰 명성을 가지게 됩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다른 지역에서는 큰 전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군이 상륙하던 오마하 해변은 독일군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습니다. 이 긴박한 전투 장면을 촬영한 유일한 사진가는 로버트 카파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진가들도 있었지만 상륙장소에 전투가 벌어지자 함선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카파는 과감하게 상륙정에 몸을 싣고 오마하 해변에 내려서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 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오마하 전투의 유일한 전투 사진입니다. 좋은 사진이 되려면 독창적이거나 유일해야 합니다. 우리가 국내 여행 사진 보다 해외 여행 사진 그것도 오지 사진이나 보기 드문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기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는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악한 컴팩트 카메라 사진보다 DSLR 사진이 좀 더 좋아 보이고 사람들이 추종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여행 사진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넘치고 넘쳐서 별 차별성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DSLR을 찍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한 차별성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과 다른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은 인기를 끌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기 위해서 새로운 사진, 새로운 장소, 나만의 사진을 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새로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자학을 하거나 가학을 해서 어그로를 끄는 어그로 종자들이 일베 같은 사이트에 반 인륜적이고 반 사회적인 사진을 찍어서 올립니다. 이런 사진은 아주 나쁜 사진입니다.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말을 하겠죠?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돈을 버는 사진가들은 나쁜 사람 아닌가요?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위 사진은 1993년 수단의 극심한 기아를 담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으로 케빈 카터는 1994년 풀리쳐 상을 수상하고 상금과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단의 실상을 사진으로 목격하고 많은 구호 물품이 답지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사진을 찍은 후 저 소녀는 어떻게 되었냐는 질문이 쇄도했고 케빈 카터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케빈 카터가 소녀를 돕지 않았다면서 질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좋은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사진가들과 생활 사진가들이 허름한 동네에 가서 80년대 빈티지 풍 마을이라고 추억 놀이를 합니다. 그러나 그거 아세요? 거긴 80년대 테마파크도 드라마 세트장도 아닙니다. 거기에는 2014년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벽화 찍을 수 있고 출사지로 인기 높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공간에 갔으면 80년대가 생각나는 것은 좋은데 그 동네를 폄하하거나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폭력은 접길 바랍니다. 그런 시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지역 주민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를 기록의 용도로 촬영 하거나 같은 눈 높이로 바라본다면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사진의 용도가 자신을 꾸미려는 목적으로 리어커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찍는 사진을 찍고 측은지심으로 정의 내리면 그건 좋지 못한 사진입니다. 

좋은 사진은 세상을 변화 시키는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87년 6.10 민주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고 쓰러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어떤 사진이 세상을 변화 시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고발하고 변화 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사진은 좋은 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사진이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쉽게 부패하고 변질 되는 성질을 이용해서 사실 왜곡용도로 쓰인다면 그 사진은 나쁘고 추악하고 더러운 사진입니다.

때문에 이런 다큐 사진들은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나 작가의 양심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진기자가 찍는 사진보다는 매그넘 같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진작가의 사진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소속 언론사에 따라서 사진을 세상에 보도하는 시선이 확 달라지거나 숨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큐 사진도 왜곡을 할 수 있고 다큐 사진작가의 성격, 성향, 기질에 따라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 다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고 그 공간을 목격한 목격자로써 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엔 나쁜 사진이 없다고는 하지만 나쁜 동기로 찍은 사진은 정말 나쁜 사진들입니다. 
반면 좋은 동기로 찍는 대부분의 사진은 좋은 사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제 취향에 입각해서 적었기에 공감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 적은 그대로입니다.

쉬우면서도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사진

세상을 고발하고 세상을 변화 시키는 사진

높은 공감을 일으키는 사진

을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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