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난해한 제목일 수 있습니다만 그 어떤 질문보다 명징해야 하고 확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질문입니다
사진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중의적인 질문으로 사진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성 혹은 사진작가의 확고한 주제가 무엇인가와 함께 사진작가는 어떻게 돈을 벌어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미술관속 사진페스티벌이 장장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끝이 났습니다. 이 긴 사진문화 행사는 사진전과 워크숍을 병행해서 아주 유의미한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워크숍은 다양한 사진관련 관계자와 사진작가들이 나와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거나 사진에 대한 주제를 정해서 난상 토론을 했었습니다. 그 토론 내용을 들으면서 사진계가 돌아가는 이 매커니즘을 자세히 또는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워크숍의 주제는 '미술관의 변화하는 사진인식'이었습니다. 이 강의는 미술관에서 사진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 또는 미술관이 사진작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만 가장 열띤 이야기를 한 주제는 사진작가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과 김노암 전시기획자,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고 박평종 사진평론가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사진작가의 지속성에 대한 진중한 물음
사진에 대한 흥미가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사진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도 많습니다.
가장 궁금 한 점은 왜 이런 주제를 택했고 이런 주제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컸습니다.
사진작가로 사는 삶의 지속성이 담보가 되어 있지 않고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세상에 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쉽고 직설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사진작가를 하면서 생활이 되느냐?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고 사진작가 세계를 모르더라도 한국에서 예술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기품있는 삶을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워크넷에서 사진작가의 연봉이 3,476만원(2011년 기준)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자료는 문체관광부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내놓은 '2012문화예술인실태조사가 정확할 것입니다
문화 예술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창작황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평균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수입이 없다는 사람이 26%나 됩니다. 수 많은 성공한 영화 혹은 드라마 배우들이 배고픈 연극인 시절의 이야기를 한숨 속에서 내뱉는 모습이 실제적인 현재 예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응답하라 1994로 대박을 친 삼천포역을 한 김성균도 힘들고 가난했던 연극인 시절의 돈이 없어서 임신한 아내에게 편의점 음식을 사 먹였다는 에피소드를 방송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예술인들은 생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비정기적이고 비정규적인 수입도 문제입니다. 작품을 팔면 수익이 생기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강의 등을 통해서 버는 수익도 비정기적입니다. 여기에 4대 보험 중 건강보험(97.8%)과 국민연금 가입율은 66.7%으로 높으나 산재나 고용보험은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도 잘은 모르지만 직계 가족 중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얹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율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월 100만원 이하 수익을 내는 예술인들을 살펴보면 문학이 91.5%로 가장 높고 다음이 미술 79%, 사진이 79%입니다. 사진작가는 작품은 팔리지 않고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해서 사진 알바나 스튜디오 혹은 강연등을 통해서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다음 작품을 이어가는 사진작가들이 많습니다. 한 여성 다큐멘터리 작가분은 직장을 다녀서 번 돈으로 작품 활동을 하더군요.
사진을 팔아서 돈을 벌기 힘든 현실
사진작가가 돈을 버는 가장 바른(?)방법은 사진을 팔아서 수입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이 잘 팔리지도 팔아도 그림보다는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건 바로 복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판화도 복제가 가능하기에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그림은 유일성이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노암 전시기획자는 앤디 워홀 작품중에 스텐실 판화 스타일의 작품이 많아서 비싸지 않았다면서 사진이나 판화나 가격이 올라가는 방법은 작가가 죽으면 된다는 농담의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워홀의 작품은 그가 죽은 후에 가격이 비싸졌다고 하죠.
국내 사진작가 중 해외에서 팔리는 사진작가는 극히 일부입니다. 김아타, 배병우, 구본창 같은 대가들의 작품 정도가 팔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사진작가의 작품이 많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사진들이 팔리지 않으니 시장 형성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고 그나마 시장 형성가격도 없는 작품도 많습니다. 어떤 기준점이 있으려면 사진이 팔려야 하는데 팔리지 않으니 시장 형성가격도 불분명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전국의 수 많은 사진작가가 있지만 자신의 작품을 팔아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생활을 이어가는 작가는 극히 드뭅니다.
미술관 혹은 정부의 후원금도 태부족한 현실
민간 콜렉터가 사진을 구매하면 좋으려만 이 구매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으니 작가들은 국공립 미술관이나 사립 미술관에서 구매 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미술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아무 작품이나 구매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닙니다.
김노암 전시기획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부의 문화 예술 작품을 구매하고 지원하는 예산이 문체관광부가 1이라면 복지부가 10, 교육부가 10이라고 합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복지부와 교육부가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꽤 크네요. 교육부나 복지부쪽 예산은 잘은 모르지만 예술품(사진)을 사는 것 보다는 예술인들을 고용해서 예술 교육을 의뢰하고 강사료나 강의료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데 예술 단체 사이트에서 예술강사증을 받아서 자신의 재능을 일반인들에게 강의나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후원금이나 강사료를 받으라고 조언을 하더군요.
사진작가들이여 영악해져라
학교 선생님들을 대하다 보면 학교 선생님들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을 듭니다. 같은 또래의 사회생활 하는 사람에 비해서 순수합니다. 좋게 말해서 순수하다는 말은 나쁘게 말하면 세상 물정 혹은 현실 감각 또는 사회 감각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게 말하면 참 순수한 작가들이 많습니다. 아니 대부분이 순수하죠. 그러나 자신을 파는 행위 즉 자신을 세상에 선보이고 포장을 하는 감각이 무척 떨어집니다. 여기에 돈을 버는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합니다. 마지막 강의에서 4명의 토론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더군요.
사진작가를 포함한 예술인들이 현실적인 문제 인식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앤디 워홀이나 최근에 인기 있는 예술가들이나 사진작가들 보면 자기 포장술이 아주 뛰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낸시 랭'은 아니더라도(낸시 랭은 좀 너무 과한 모습 같아요) 자기를 세상에 알리고 드러내고 포장하는 기술들이 없습니다.
인지도가 돈인 세상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열정의 일정 부분을 자신을 포장하고 알리는데 써야 하지만 사진작가들이 이게 아주 취약합니다. 저는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GYP나 SM이나 YG같이 대형 기획사에 소속 되어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술이 점점 기획이 되어가는 요즘, 기획사가 예술가를 관리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술가들은 그림만 그리고 사진만 찍고 조각을 만들어내기만 하고 그걸 포장하고 세상에 소개해서 파는 행위는 에이전시가 하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은 이 시스템이 전무합니다. 그나마 사립 갤러리들이 이걸 하고 있는데 좀 더 큰 규모로 하면 어떨까 하네요.
누누히 틈나는대로 말하지만 한국의 사진작가 중에 자기 홈페이지 제대로 운영하는 사진작가 몇이나 있습니까?
자기가 자신을 포장하지 못하면 누가 해줍니까? 그래서 이런 시스템 즉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영악한 사진작가들은 재능과 능력을 키우는 일에도 열심이지만 인맥관리도 잘하고 어떤 시스템에서 돈을 타는 방법을 잘 압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행위가 예술을 파는 행위 즉 상업성에 대한 거부감들이 있는 것 압니다. 그러나 예술이 팔리지 않으면서 자기 삶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 예술은 절대 순수만 찾다가 말라 비트러져서 사라집니다.
물론, 상업성은 경계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세상에 말하고 싶은 자신의 주장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적인 활동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김노암 전시기획자는 예술이 점점 엔터화 되어가고 있는 흐름을 말하더군요.
솔직히 요즘은 어그로라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다 죽습니다. 그래서 어그로 메이커들이 늘어가고 있죠. 그게 악명이라도 이용하는 연예인도 늘고 있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그로 끌지 못하는 예술은 근 미래에 사라집니다.
영악해져야 합니다. 영악하게 예술 창작 활동을 해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사진 창작 활동을 해라
4명의 토론자는 워크샵에 참여한 청중들의 끊임없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작품 활동을 하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먼저 자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더군요.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이 뭘 주장하는도 모르고 자신감도 없으면 세상에서 인정 받기 힘들다고 말을 합니다
또한, 정보를 선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게 지원금이던 사진상이던 주제던 정보를 끊임 없이 찾고 선취하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목표가 확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술 사진을 할 것인지, 상업 사진을 할 것인지 아님 둘 다 병행하면서 할 것인지 목표를 확고히 정하고 끊임 없이 노력하고 노력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했습니다. 예전 예술가들도 참 힘들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살을 하거나 하는 사람이 현재보다는 적었다면서 그 이유는 예술 공동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예술인 공동체가 있어서 돈 많이 버는 예술가가 가난한 예술가에게 술을 사주거나 금전적으로 도와주거나 하는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예술 공동체가 사라졌다면서 안타까워 하더군요. 뭐 예술인만 그러겠습니까? 예전에는 한 마을에서 가난한 집을 이웃들이 알게 모르게 신경 써주고 도와줬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며칠 전에 자살을 해서 죽어도 잘 모를 정도로 공동체가 파괴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예술인들이 더 힘들어 합니다. 예술계도 소수의 인기작가가 수익을 다 가져가고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예술계도 자본주의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다 보니 양극화가 심하네요
그래도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전국에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들이 있어서 사진작가와 조각가 그리고 미술가와 복합 장르 작가들이 함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면서 이걸 잘 이용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쓴소리를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렇다 저렇가 말할 입장도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해도 권위도 없겠지만 감히 제가 한국의 사진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자기 포장 좀 하세요!
저는 예술도 이미지 메이킹이자 자기 포장술로 만들어지는 부분도 크다고 봅니다.
어떤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높고 낮은 것에 대한 분별을 확실하게 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구분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 있고 떨어지는 작품이 있죠. 그러나 동등한 예술적 가치를 가진 작품인데 어떤 작품은 비싸게 팔리고 어떤 작품은 팔리지 않는다면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공산품이야 가성비라고 하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으면 유명하지 않는 브랜드라도 구매가 이루어지지만 예술은 가성비라고 하는 것을 찾기 힘듭니다. 그 가성비란 시장이 형성된 후에나 말할 수 있지 예술품 판매 시장이 제대로 형성 안 되면 가성비조차 논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미술품은 시장이 탄탄하지만 사진은 이게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신인 작가의 작품은 팔려나가고 어떤 사진작가의 사진은 팔려 나가지 않습니다.
예술적 가치가 동등하다면 어떤 작품이 팔리고 안 팔리는 것은 마케팅의 문제라고 전 생각합나다. 홍보, 마케팅, 자기 포장술 그리고 미디어와의 관계와 인맥 등등 사진의 프레임 밖에서 일어나는 행동으로 작품이 팔리고 안 팔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봅니다.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자기를 포장하는 방법과 이 예술 시장의 돈의 흐름을 잘 아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1년에 1번 정도 하는 사진전에 사진작가가 사진전에 없는 모습도 참 많이 봤고 자신의 홈페이지도 없는 사진작가 분들 참 많이 봤습니다. 자기 만족을 위한 사진 창조 활동이 아니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포장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합니다.
사진작가 자신이 팔리던지 말던지 하는데 누가 사려고 하겠습니까? 주제 넘는 소리 하는 것 같아서 글은 여기서 급하게 마무리 하겠습니다만 생존술을 꼭 배우길 바랍니다. 특히 사진학과에서는 이 사진을 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나 노하우도 교육을 시켜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사진이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지만 생각보다 한국에 없는 사진 틈새 시장이 꽤 있습니다. 찾아보면 꽤 있지만 누구도 하질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옛 사진을 복원하고 수집하는 필름 복원사도 그렇고 일제 시대 한국을 촬영한 사진을 분류하고 그 시절의 사진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세상이 요구하는 사진 문화 보다 반발짝 앞에 뛰면서 사진 문화를 선도하는 것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내셔럴 지오그래피 같은 사진작가도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고요. 사진작가는 많지만 그 사진 분야의 마스터피스는 별로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다 못해 관악산 사진은 내가 꽉 잡고 있다고 하는 사진작가도 없습니다. 주제의 선점을 넘어서 지역 선점도 하나의 돌파구 아닐까요? 이렇게 말은 하지만 한국 사진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좋은 대안은 아니긴 하네요.
글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마칩니다. 주제 넘은 이야기를 한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