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일까요? 강연을 듣던 청년이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강사는 조지 디키의 예술론을 거론하면서 예술이란 인공물이며 예술계를 대표 또는 대리하는 사람에 의해 감상의 후보로서의 지위를 수여 받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벌 워크숍은 상당히 유용한 이야기들을 참 많이 합니다.
이번에는 사진작가의 지원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신수진 사진심리학을 하는 분이 많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잘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 할께요
신수진 사진심리학자는 일우사진상 수상작들을 종류별로 분석을 했습니다.
일우 사진상은 이번에 사진 표절 문제 때문에 말이 많았던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인데요. 이 일우재단에서 일우사진상을 만들어서 사진작가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대한항공 광고 때문에 마이클 케나가 소속된 공근혜 갤러리와 대한항공이 법정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우사진상 같은 아주 훌륭한 사진상을 마련하고요. 세상은 참 요지경입니다.
각설하고, 일우사진상을 분석해보니 수상작들의 38%가 인물사진이고 19%가 정물사진이었습니다. 도시풍경은 16%, 자연풍경 14%, 건축 8%였습니다. 지원작에서는 자연풍경 사진이 많았지만 선정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수상작을 결정하는 사진평론가들이나 사진작가나 사진관련일을 하는 분들이 순수예술사진을 좀 더 추켜 세워주는 경향이 강하겠죠.
이는 장르별 분포에서 확실하게 나오네요. 수상작의 82%가 순수 사진입니다. 다큐사진이 13%이고 상업사진이 1%입니다. 아무래도 순수사진에게 주는 상이 일우사진상이기 때문인데 유명한 사진상 대부분이 비슷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우사진상 수상작들을 일우재단을 운영하는 기업관계자들이 좋아할까요?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실에 인물 사진이 있으면 뜨악하겠죠. 자기 가족사진도 아닌 모르는 사람의 사진이 걸려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나 일반인들은 기가 막히는 자연풍광을 담은 자연풍광 그것도 시골풍광을 담은 사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분석을 해보니 일우사진상 수상사진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무겁고 정적인 느낌이라고 답했고 예술적 가치는 높이 평가하지만 소장 의지는 높지 않다고 나왔네요.
즉 예술적인 가치는 인정하고 유의미하지만 내가 돈 주고 사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수진 사진심리학자는 사진작가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을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진들이 잘 팔리는 않습니다. 왜 이럴까요?
사진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사고 싶은 사진이 아닌 사진작가들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사진 전문 콜렉터들은 순수 예술사진을 구매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 콜렉터도 많지 않고 '엘튼 존'같은 유명 미술 콜렉터도 소나무 사진 잘찍기로 유명한 배병우 사진작가의 풍경 사진을 돈주고 사지 국내 순수예술사진을 사지 않습니다.
이는 돈 많은 기업들의 회장이나 임원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사고 싶은 사진은 거대한 풍광사진이지 순수예술사진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사진에 대한 소양이 없다고 탓할 수도 없습니다. 사진을 사서 창고에 넣고 혼자 몰래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 걸어서 누가 봐도 오와~~~ 라고 외치는 사진을 좋아하죠.
따라서 사진이 잘 안 팔리는 이유는 사진작가가 찍고 싶어하는 것을 찍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 즉 예술가가 찍고 싶은 사진과 일반인에 가까운 예술적 소양을 가진 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사진의 차이가 아주 아주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예술사진을 하는 사진작가들은 작품을 팔아서 다음 작품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없고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법니다.
원래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팔고 그걸로 생활을 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데 사진작가들은 사진이 팔리지 않으니 이렇게 하기 힘듭니다. 또한, 복제가 가능한 예술이라는 단점으로 인해 사진작품 자체의 가격도 비싸지도 않습니다. 이는 미술이 갖는 유일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르네상스 예술이 최고라고 하지만 그 예술들은 작품을 그려달라고 하거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기능공 스타일에서 시작했습니다.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나만의 예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시장에 내놓고 사세요!라고 한 것이 아닌 자신을 그려달라고 하거나 성당 벽화를 그려달라고 하면 그리는 상업적인 기능공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이때는 예술가들이 하나의 직업이자 기능공이었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술가들에게 이걸 찍어주시요. 이걸 그려주세요 하지 않고(그렇게 하는 것은 상업사진이죠) 예술가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그린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콜렉터가 사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안 팔리는 작품도 수두룩합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건 예술가라고 안하고 포토그래퍼라고 하는 상업사진가라고 불리웁니다. 이래저래 사진이 팔리지 않는 시대 같기도 하지만 예술 사진이면서 잘 팔리는 사진은 분명 있습니다.
바로 내셔럴지오그래피 사진들입니다. 내셔럴지오그래피 사진들은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 카메라에 담는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사진들은 예술적 소양이 없어도 딱 보면 탄성이 나옵니다. 이런 사진은 구매자가 꽤 많습니다. 뭐 따지고보면 내셔럴지오그래피 사진을 순수예술사진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풍경을 예술의 도구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신수진 사진심리학자는 한국에는 내셔럴지오그래피 수준의 풍경 사진을 전문으로 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도전을 해볼만 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을 보고 반하는 것은 그 뛰어난 재현성 때문이고 그 뛰어난 재현성을 만땅으로 채우는 사진들이 풍경사진 아닐까요?
오늘 인기검색어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타임랩스 영상이 올랐던데요. 이렇게 사진의 인기 중 최고는 인물사진이 아닌 풍경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인물사진도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셀럽들의 사진이 인기가 많고요
Yosemite HD II from Project Yosemite on Vimeo.
아! 한가지 더 이야기를 해볼께요. 한 청년의 질문인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패널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예술은 자격증이 없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나 의사 등등은 다 자격을 증명하는 증이 있지만 예술은 없다. 그래서 예술계에 종사하는 기자나 큐레이터, 작가집단, 평론가 등의 예술계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인정해줘야 예술로 인정 한다고 하네요.
조지 디키의 예술론이 공감가네요. 별것도 아닌 것을 오브제라고 명명하고 이건 예술이다!라고 제가 외치면 아! 뭐! 병! 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명한 예술가나 평론가가 이건 혁신이고 놀라운 예술이다!라고 외치면 그게 예술이 된다는 말 같네요. 아무튼 조지 디키의 예술론은 좀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