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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산 타고/자전거여행기

네덜란드가 자전거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by 썬도그 201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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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좋아합니다. 이 정직한 교통수단은 내가 페달을 밟은 만큼만 달리기 때문에 내 몸에 따라서 속도가 좌우됩니다. 또한, 자동차 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속도가 느리기에 주변 풍경을 다 볼 수 있어 언제든지 멈춰서 내가 본 사물을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전거 문화는 반쪽짜리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전거 활성화를 외치자 오세운 전 서울 시장이 차도 한쪽 끝을 자전거 도로로 만든다 어쩐다 라고 하더니 결국은 다 말짱 황이 되었고 오로지 4대강 주변 한강 주변 등의 강변을 낀 자전거 도로 확충만 해 놓았습니다. 즉, 교통 수단 보다는 레저 용으로 만들어 놓았죠. 지금 4대강 주변의 자전거 도로는 매년 큰 비에 강이 범람하면 보수를 해야 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데요. 한국의 자전거 문화는 레저 문화이지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하는 교통 수단의 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자전거 타고 차도로 달리다가 덤프 트럭에 깔려 죽었다는 괴담이 휑휑 합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다릅니다. 네덜란드는 훌륭한 정책과 국민들의 적극 협조로 자전거가 레저가 아닌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지금은 자전거 강국 혹은 대국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평지가 많아서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의 협조와 정부 정책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BBC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자전거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Why is cycling so popular in the Netherlands?

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사람의 수 보다 자전거의 수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헤이그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70%가 자전거로 여행을 합니다. 유럽에서는 자전거가 인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네덜란드만 좀 특이하고 한국과 비슷한 나라도 참 많습니다. 왜 네덜란드가 자전거 강국이 되었을까요?


70년대 자전거 중심으로 전환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50,60년대에 폭발적인 자동차의 증가로 인해서 주요 이동 수단은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도로는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가 넘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늘어나자 교통 사고 사망자 숫자도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1971년 자동차에 의한 사망사고가 3천 명을 넘게 되었고 이중에서 어린이가 450명이 되었습니다. 

이에 엄마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로 인한 아동 사망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1973년 석유파동으로 인해 중동 산유국이 석유를 공급하지 않자 자동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동 교통사고 사망 문제와 석유파동 이 2개가 합쳐지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기 시작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도로를 자동차 중심이 아닌 자전거 중심의 도로로 바꾸게 됩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의 확대와 자전거 안전을 도모하기 시작하죠. 한국과 같이 차도 끝에 줄만 그어서 자전거도로라고 우기는 그런 저질 자전거 도로가 아닌 아예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도를 분리해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차도 옆에 붙어 있는 자전거 도로도 자전거가 우선권이 있고 신호 대기후 출발 할 때는 가장 먼저 자전거가 달리게 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지만 다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회전 교차로에서도 자전거에게 우선권이 있고 자전거 행렬이 다 지나간 후에 자동차가 회전 교차로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체험은 아기 때 부터 

네덜란드 아이들은 걷기 이전 부터 자전거 세계에 푹 빠지게 합니다. 유모차를 타는 나이에는 Bakfiet라는 아기 전용 시트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이동합니다. 유모차와 자전거의 결합 형태인데 이때부터 아이들은 자전거를 간접체험합니다.  
비나 바람이 불면 바람막이로 막아주면 됩니다. 이런 유모차 겸용 자전거는 정부에게 지원하기에 돈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전거 문화를 익히고 녹아 들어갑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18세가 될때 까지 자동차 운전 면허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문화에 흘러가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자전거 교육도 활발하게 진행 되어서 정부와 교육당국과 부모님이 모두 자전거를 타게끔 만듭니다. 

모든 학교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90% 학생들이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자전거 인프라

자전거 인프라가 높은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의 기차역 지하에는 무려 1만대의 자전거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고 어디에 주차하던지 전자 카운터로 표시 됩니다. 뛰어난 자전거 인프라 때문에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것도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에 자전거 주차장을 세우고 많은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지만 자전거 도난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CCTV가 있는 자전거 주차장 많지 않고 자전거 주차장의 3분의 1 정도는 버려진 자전거가 흉물 스럽게 서 있습니다. 또한 바퀴만 빼도 훔쳐가는 자전거 도둑도 많고 자전거 도난 신고하면 경찰은 뭘 이런 걸 다 신고하냐는 식으로 쳐다보죠

네덜란드는 사무실, 건물, 점포 등 약간의 장소만 있으면 어디서나 세울 수 있게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아무 곳에나 세우면 경찰이 자전거 체인을 절단 한 후에 견인 해 가버립니다. 자전거를 찾으러 오면 벌금 25유로를 냅니다. 아주 철저하네요. 
네덜란드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안 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네덜란드는 자신들을 지켜주는 뛰어난 교통 법규와 자전거 시설과 인프라가 발달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헬멧을 쓰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헬멧 쓰고 다니라고 윽박을 지르는데요. 저는 그거 반대합니다. 헬멧 쓰면 좋죠. 그런데요 서로 서로 법 잘 지키고 속도 내지 않고 자전거 인프라가 발달하면 꼭 쓸 필요 있을까요? 솔직히 자전거 타는 분들 중에 속도에 미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문제지 정속도에 타면 굳이 보호장구는 필요 없죠. 물론 있으면 좋긴 합니다만 과속하려고 헬멧 차는 것 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네덜란드에서 여행자나 프로와 네덜란드 시민과의 구분은 헬멧 착용 유무입니다. 헬멧 쓰고 타는 분들은 여행객과 사이클 선수들입니다. 

자전거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네덜란드에서는 인생이라는 모험을 함께하는 동료라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대합니다. 아주 대단한 애정입니다. 이런 깊은 신뢰 관계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래된 친구일수록 좋다고 하듯 자전거를 어려서부터 타고 성인이 되어서도 매일 타니 이런 깊은 신뢰가 쌓이게 되었네요. 


권력이 아닌 권리


자전거 왕국 혹은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천국같은 네덜란드도 매우 강력한 자전거 법규가 있습니다. 
적신호를 무시하거나 위험한 운전 등을 하면 자전거를 탄 경찰이 와서 벌금을 부과합니다. 밤에 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벌금 60유로를 내며 라이트 부착이 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반사판도 의무화 되어서 반사판이 없는 자전거도 벌금을 뭅니다. 혜택을 주는 대신 그 만큼의 관리 및 법으로 위험한 행동을 다스리는군요. 반면, 한국은 이런 자전거 관련 법률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전거가 인도로 달리는 것은 불법행위입니다.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로 달려야 합니다만, 용기 있는 사람이나 경험자가 아니면 그게 힘들죠. 자동차들이 얼마나 뒤에서 쌍라이트 켜고 빵빵거리는데요. 저 같은 소심한 사람들은 주로 인도로 다니는데 이건 불법입니다. 그러나 내 목숨이 소중하기에 행인에게 피해 없게 살살 다닙니다. 

네덜란드는 안전코드 185조가 있는데 이 법은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와 부딪혔을 때 자전거 탄 사람과 자전거의 50%의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자전거를 보호해야 한다고 적고 있어서 자전거 타는 사람을 우대하고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살핌이 자전거 문화를 확산 시키고 있습니다. 



Most bike-friendly countries in Europe (유럽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

1=. Denmark

1=. Netherlands

3. Sweden

4. Finland

5. Germany

6. Belgium

7. Austria

8. Hungary

9. Slovakia

10. UK

자료 출처 : 유럽 싸이클링 재단

1위가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공동 1위네요. 3위 스웨덴, 4위 핀란드 등 주로 북유럽 국가가 많습니다.



유럽의 자전거 교통 분담율 높은 나라

What is your main mode of transport?

CountryBike (%)Car (%)Public transport (%)

SOURCE: EUROPEAN COMMISSION FUTURE OF TRANSPORT REPORT 2011. 1,000 PEOPLE IN EACH COUNTRY WERE ASKED; WHAT IS YOUR MAIN MODE OF TRANSPORT FOR DAILY ACTIVITIES?

Netherlands

31.2

48.5

11.0

Hungary

19.1

28.2

35.3

Denmark

19.0

63.4

11.8

Germany

13.1

60.9

14.8

Slovakia

9.5

32.3

30.9

Italy

4.7

54.4

18.2

Ireland

3.2

67.7

14.2

France

2.6

63.7

20.1

UK

2.2

57.6

22.1

Spain

1.6

47.4

30.2

EU27 average

7.4

52.9

21.8

자전거가 각광을 받으려면 지금 같은 레저가 아닌 교통 분담율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자동차가 48.5%이고 자전거가 놀랍게도 31.2%입니다. 대신 대중교통은 11%로 낮습니다. 

이런 네덜란드를 보고 한국을 돌아보면 한국의 자전거 문화는 절름발이입니다. 한국의 자전거 교통 분담율은 1.2%로 아주 저조합니다. 그럼에도 자전거 문화가 풍성해 보이는 이유는 자전거를 레저용으로만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용, 마트, 시장 등의 근거리 이용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철 역에 대규모 자전거 보관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거의 없죠. 

또한, 한국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페달 돌려서 가는 자전거는 언덕이 쥐약입니다. 언덕 만나면 기아 올려서 쉽게 오를 수는 있지만 오르고나면 땀으로 젖어 버립니다. 천상 집에가서 샤워를 해야 하는데 이러니 누가 자전거 탑니까? 따라서 언덕에서는 전기로 오를 수 있는 전기 자전거를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확산시키고 기술 지원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들이나 4대강 같은 강 주변에만 자전거 도로 만들 줄 알지 그 이상은 없습니다. 실제로 자기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고 시장에 가고 해보질 않아서 뭐가 문제인지 모릅니다. 여기에 한국 자전거 라이더들의 수준 문제도 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조금만 느리게 가면 경적을 울리고 윽박 지르듯 지나가는 행동 등도 자제해야 합니다.  갖춘 복장만 화려하지 그 속의 자전거 문화는 후진스러울 경우도 많습니다. 꼭 보면 나이드신 분들이 자전거에 스피커 달고 음악 크게 틀고 달리시던데요. 나이 들었으면 좀 나이에 맞게 체신있게 행동들 하세요. 산에서도 그래요. 뭔 그리 스피커 틀어놓고 등산을 하시는지. 더 가관은 막걸리 먹고 자전거 타는 분들 꽤 많습니다.

한 번은 경인 아라뱃길 라이딩을 준비하면서 컵라면을 먹는데 여기저기서 막걸리 판이더군요. 아니 술먹고 자전거 타도 되나요? 
참 가관들입니다. 마치 졸부들이  비싼 그림 집안에 거꾸로 달아놓고 좋다고 하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수준 높은 문화는 수준 있는 사람들이 많을 때 만들어지지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네덜란드의 높은 자전거 문화 좀 본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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