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월드워Z가 개봉합니다. 평들이 좋고 무엇보다 좀비의 저글링 같은 속도가 무척 맘에 듭니다.
전 좀비 영화 안 봅니다. 왜냐하면 생긴 것만 흉악할 뿐 딱히 공포스러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그적 어그적 손을 올리고 걸어 다니는 속도로 인간을 위협하는 모습은 오로지 밀폐된 공간이나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인간들에게나 공포스럽지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거나 전속력으로 뛰어서 도망가면 쉽게 좀비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인공 공포매개체 중에서 가장 짜증 나는 것이 좀비입니다.
생긴 것으로 정신적 대미지만 줄 뿐, 실제적인 공포감은 느끼지 못하니까요. 이래서 좀비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허리우드 영화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B급 영화의 소재가 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월드워 Z에서의 좀비는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엄청 빠릅니다. 게다가 서로 협동도 합니다. 즉 지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공포스러운 영상을 보고 나서 좀 읽다가 만 세계대전 Z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전자책으로 구매를 했다가 시간이 없어서 뒤로 미루었던 책을 이제야 다 읽게 되었네요
영화와 원작 소설 세계대전 Z는 큰 차이가 많다
영화는 오늘이나 내일 볼 생각이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원작 소설에서 좀비는 기존의 좀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걸어 다니는 정도이고 인간보다 빠르지 않습니다 또한, 지능이 없어서 서로 협업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소리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해서 인간을 감염시킵니다. 영화에서는 개미들처럼 좀비의 산을 만들어서 장벽을 넘어서거나 빌딩을 올라가는 모습은 원작소설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또한 소설은 주인공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그냥 여러 사람의 세계대전Z 경험담을 듣고 기록하는 모습으로만 나옵니다. 하지만 영화는 뚜렷하게 주인공이 있습니다. 유엔 직원 가족이 주인공입니다. 사실, 이 원작을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드라마면 몰라도 영화로는 집중력이 딸리죠. 그래서 크게 각색을 합니다. 다만, 이 세계관이나 에피소드 몇 개를 추합 한 내용일 듯합니다.
이 세계대전 Z의 Z는 좀비의 Z입니다. 인류가 원인 모를 병원균에 감염되어서 좀비가 되는 전염병과의 대전쟁을 하게 됩니다. 이 정체 모를 병원균에 감염되면 그 감염자는 바로 좀비로 변화가 되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도 죽지 않고 인간을 물어뜯기 위해 진격을 합니다. 좀비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뇌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궁서체로 쓰인 좀비 소설
이 소설의 저자는 맥스 브룩스입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작가로 활동하다가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묘사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내놓습니다. 미국에서는 좀비를 믿는 사람이 꽤 많은가 봅니다. 가끔 해외자료를 찾다 보면 좀비를 궁서체(진지하게)로 인식하는 분들이 꽤 많고 그런 문화가 뿌리 깊게 존재합니다. 다만 B급 농담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요이 작가는 기존의 좀비물이나 좀비 소설과 다르게 B급이 아닌 진지하게 접근했습니다 좀비를 좀 더 실제적이고 실제 존재하는 존재로 바라보고 이 책을 쓰게 됩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그 진지함이 마치 전쟁 시 방공호 대피법 이상으로 진지하게 써져 있습니다.
좀비의 행동방식, 죽이는 방법, 전략 전술, 무기 등 다양하게 써 놓았죠. 한 편의 좀비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의 후속작이 바로 '세계대전 Z'입니다. 이 책도 궁서체로 쓰인 진지한 좀비 이야기입니다.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묘사하는데요. 처음에는 좀 웃겼습니다. 무슨 좀비와 인류가 전쟁해. 그것도 국지전도 아니고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가는 정도로 크게 묘사하나? 그러나 몇 장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이 작가 진지하다! 끝까지 정색하고 글을 씁니다 좀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닌 실제적이고 공포 그 자체로 묘사합니다.
이 책은 거대한 인터뷰집입니다. 좀비와 인류의 대규모 전투가 끝난 후에 소설 속 주인공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대전 Z 당시의 경험을 녹취하고 기록합니다. 그 기록물을 유엔 전후위원회에 제출했더니 위윈회 의장은 너무 개인적인 경험이 많다면서 그 보고서를 거부합니다. 이걸 소설 속 주인공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 인터뷰집을 책으로 냅니다. 이게 바로 '세계대전 Z'입니다
좀비와의 전쟁 체험담을 인터뷰 한 인터뷰 그 자체 '세계대전 Z'
상당히 독특한 소설입니다.
책 자체가 하나의 인터뷰 집이기 때문에 주인공이나 서사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단편적인 체험담의 나열이죠. 이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장점이라면 여러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이 좀비와의 대전쟁이 어떤 규모였고 어떤 일들이 있어났는 지 유추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이용사의 전쟁 무용담을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늕 어떻게 그 난관을 헤쳐나갔는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길지 않은 인터뷰 때문에 뭔가 시작할 것 같은데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고 지루한 인터뷰도 꽤 많이 있습니다. 수많은 인종과 직업군 등을 만났기 때문에 기존의 전쟁 소설과는 다르게 다양한 입장과 처지와 상황에 대한 묘사와 스펙트럼이 무척 넓습니다. 하지만 집중하지 못해서 그냥 편린 같은 이야기를 주워 먹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던 인터뷰는 중국 잠수함 이야기와 일본의 오타쿠 인터뷰입니다.
특히 중국 잠수함 이야기는 스펙터클함과 긴장과 큰 반전 까지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좀비의 진군에 우리 인류가 어떻게 무력하게 쓰러져가고 대를 위해서 어떻게 종족을 버리는지와 이 대공포의 시절에서도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나 권력자의 추악함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세계대전 Z는 요즘 인기 있는 진격의 거인과 공포를 소재로 했고 거대한 적 앞에서 인류의 멸종을 걸고 싸우는 거대한 전쟁의 좀비버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나오는데 한국에 대한 이야기보다는북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전쟁 공포로 전국토를 요새화했고 수많은 방공호에 북한 사람들이 대피했는데 모두 좀비에게 먹혔다는 묘사 부분은 한국의 정세와 북한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는 것입니다.
마치 기자가 사건을 다루듯 그렸다는 것인데 이렇게 마치 진짜 일어난 일처럼 묘사하는 부분은 이 책의 흡입력이 얼마나 빠른지(좀비에 물려서 인간이 좀비가 되는 속도만큼이나) 책을 읽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실제의 무기로 어떻게 좀비를 물리치는지 어떻게 인류가 반격을 하게 되는지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집중력이 좀 뚝뚝 끊기는 느낌이 아쉽지만 그 부분만 빼고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그래서 브래드 피트와 디카프리오가 이 책의 판권을 사기 위해 노력을 했고 무려 11억 원이라는 판권에 빵발 형님이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1주일 이 책에 푹 빠졌는데요. 올여름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역을 정말 짜증 나게 해서 모든 인터뷰이들의 말투가 ~~ 소, 이랬소, 식으로 사극투로 말합니다. 이랬어요. 이랬습니다. 그랬습니다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요. 제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랬소~~ 소로 끝나는 말투가 정말 짜증 팍입니다. 번역이 기분 잡치게 한 책이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