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샘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다양한 전자책이 없어서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하지만 전자책 리더기가 주는 편리함은 종이책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다양한 책을 조막만한 단말기에 수백 권을 넣고 읽을 수 있기에 수시로 틈나는대로 스마트폰 대신에 전자책 리더기를 키고 읽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교보문고가 개방화 정책을 해서 알라딘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교보문고 샘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는 길이 열려서 알라딘에서 구매한 전자책까지 스마트폰이 아닌 전자책 리더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알라딘에 쌓인 적립금이 많아서 이리저리 전자책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될 정도로 많은 책을 골라보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종이책 보다 쌉니다. 종이 값이 들지 않고 배송비가 없기 때문에 쌀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싸다는 매력이 어쩌면 전자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류비, 종이용지 비용들지 않기에 싸게 구매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상식은 한국에서는 아직 통하지 않습니다.
최근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인기가 있는 2004년에 종이책으로 출간된 꾸뻬 씨의 행복여행입니다
이 꾸뻬 씨 시리즈는 쉬우면서도 성찰의 깊이는 깊어서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저도 2005년 경에 읽고 선물로도 준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종이책이 8,630원이고 전자책이 9,500원입니다
응??? 잘못봤나? 클릭을 해보니 맞습니다. 종이책이 36% 할인을 해서 13,500원짜리 책이 8,63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구간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출판사 맘대로 할 수 있죠. 그런데 전자책은 할인율이 없네요.
이러다 보나 종이책 정가보다는 전자책이 싼 것이 맞지만 할인율 적용이 안되다 보니 실제 구매액은 종이책 보다 비싼 웃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후 개봉할 월드워Z의 원작인 세계대전Z도 비슷합니다. 종이책 보다 전자책이 더 비쌉니다.
대체적으로 종이책과 전자책 가격이 크지 않습니다.
제가 상식으로 말한 물류비용과 택배비용 그리고 종이값이 없기 때문에 전자책이 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네요
이런 지적에 출판사 관계자 분들은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먼저 전자책 하나 만드는데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과 전자책 제작 표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서 폰트 문제 SW문제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통합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책도 파일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꽤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자책 시장이 협소해서 구매자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네! 이해는 합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전자책이 상식적으로는 더 싸야 하지만 현실과 부딪히면 종이책 가격과 비슷해져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내부적인 문제를 소비자가 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소비자는 출판업계의 그런 고민까지 다 헤아리면서 책 읽지 않습니다. 좀 더 편하고 좀 더 싸고 편하면 전자책을 더 구매할 것입니다. 저 같이 전자책 홀릭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전자책 시장은 아직까지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지적한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종이책 값과 비슷한데 누가 전자책을 사보나? 더구나 단말기 가격이 싸졌다고 해도 초기 투자 비용이 있고 책 종류도 많지 않아서 큰 매력이 없어 보입니다. 때문에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죠
반면 출판사는 기껏 전자책 돈 들여서 만들었는데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다보니 돈 벌이도 안되는거 왜 만들겠느냐라고 항변을 합니다. 이렇게 소비자와 출판사가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전자책 시장은 그 뛰어난 장점에도 아직도 활성화가 힘들어 보입니다.
여기에 전자책 활성화 시킨다면서 2012년에 전자책의 엄청난 할인 행사가 있었죠. 50% 할인까지 할 정도로 엄청난 물량공세가 있었고 저도 아직도 읽지 않고 있는 화폐전쟁1,2,3권을 전자책으로 구매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싸게 구매한 맛을 들려버리니 전자책을 정가 다 주고 구매하기가 망설여집니다. 갤럭시S3의 17만원 할인 폭탄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갤럭시S4를 구매하지 않고 17만원으로 떨어질 때 까지 기다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평행선을 쭉 달리다보니 전자책 시장은 매력적임에도 활성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교보문고는 샘이라는 전자책 대여 시스템을 들고 나왔습니다. 180일이라는(이거 생각보다 꽤 깁니다) 대여 기간을 지정하고 정액제로 책을 5권 내외로 대외를 하고 180일 후 회수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들고 나옵니다. 수많은 특히 민음사 같은 거대출판사는 이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고 아직도 저항하는 대형 출판사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소규모 영세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더 많이 제작합니다. 항상 새로운 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반동이 있긴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러다 종이책 시장도 축소되고 모두 다 망해 버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요즘 책 말고 볼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슬리퍼 신고 영화관 갈수도 있고 주말에 캠핑가고 자전거타고 데이트하고 여행가고 음악듣고, TV는 또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밤마다 프로야구 중계도 해주지 책이 가진 그 거대권력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백말 귀에 대고 책 안 읽는 너는 미개인!이라고 협박해봐야 책 안 읽습니다. 그런 계몽의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독자를 구슬려야 합니다. 쉽고 편하게 읽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 분단위까지 쪼개서 시간을 활용합니다. 책 읽다가 TV봤다가 스마트폰 봤다가 다시 책읽고 다시 다른 행동 했다가 책읽고.. 이렇게 책만 진득하게 보지 못합니다.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나 이동시간이나 잠들 때 살짝 읽죠. 그런데 이런 모습은 종이책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몇페이지 까지 읽었는지 찾는 것도 짜증나고 책을 어디에 뒀는지도 짜증나고 가방에 책이 있으나 꺼내서 읽기도 귀찮고 얼마나 짜증납니까? 그런데 전자책은 띡하고 버튼만 누르면 읽었던 페이지 바로 팝업되지 작고 간편하지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출판사들이 당장 돈 안된다고 제작하기 힘들다고 소비자들이 전자책 안 사보니까 가격은 올라가고 우리도 만들고 싶지 않고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자책 시장을 방치하는 듯 한데요. 결국은 이렇게 종이책이 더 싸고 전자책이 더 비싼 웃지못할 풍경까지 되어버렸네요.
한국의 출판사 순수익율이 2.1%라고 합니다. 이거 수익이라고 할 수없을 정도네요. 그런데 인구 백만 명당 신간 및 개정판의 숫자는 849권으로 미국의 1,080과 비슷합니다. 한 마디로 책은 엄청나게 찍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정말 별별 책들이 다 있습니다. 문제는 쓰레기 같은 책도 참 많습니다. 조악한 번역품질의 해외 도서도 많고요.
이는 책 잘 빚어봐야 잘 팔리지 않으면 큰 리스트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조금만 투자해서 책을 다양하게 생산해놓고 하나만 걸려랴 식으로 출판하는 모습도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100억 200억하는 대작 영화 만들었다가 망하면 쫄딱 망하기 때문에 10억 이하의 소규모 영화를 다양해서 제작해서 망해도 크게 망하지 않고 대박치면 큰 돈 벌 수 있는 풍토도 있을 것입니다.
답답스럽기만 합니다.
출판사들은 계속 책 안 읽는다고 하소연만 하고 정작 소비자들은 책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멀어지는 이유중 하나는 불편한 것도 있습니다. 전자책 얼마나 편한데요. 전자책 체험을 널리 전파하고 저 같이 전차책 전도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 마져도 출판사의 이해하지 못할 가격 정책으로 좌절하고 맙니다.
아무리 전자책이 좋고 편해도 종이책 보다 비싼 전자책은 저라도 사 읽고 싶지 않습니다.
50%할인 필요 없이 그냥 종이책 보다 20% 정도 이상은 싸게 판매하세요. 또한, 베스트셀러 책도 바로 전자책으로 읽게 해주시고요. 이거 뭐 읽을 만한 책도 거의 없고 가격만 비싸고. 누가 전자책 사 읽겠습니까?
이러다 공멸합니다. 이러다 다른 매체에 독자 다 뺕기게 됩니다. 위기의식만 있지 해결의지는 너무 모래알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