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본질을 무엇일까요?
쉽게 답하기 힘들지만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 프레드 리친이 쓴 '사진 이후'라는 책에 이렇게 적혀 있네요
사진의 본질은 기억이다
이 책은 눈빛 출판사에서 선보인 책인데 이 눈빛 출판사는 '시각예술선서' 시리즈를 계속 냅니다. 사진 매니아 분들이 좋은 책들을 시리즈로 계속 내는데요 사진 매니아들에게는 아주 좋은 출판사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다소 현학적인 점은 좀 아쉽지만 내용은 아주 훌륭합니다. 기술복제 시대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음식점을 음식점이 아닌 맞집이라고 소개하고 분위기 좋은 가게나 카페를 멋집이라고 소개하고
그냥 유명한 사진 출사지인데 명소라는 이름으로 좀 과도한 과장법을 일상적인 용어로 말합니다.
그 모습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많다보니 이제는 식상하다고 생각해요
위 이미지는 '카네기 멜론대의 '신 컴플리션(Scene Completion Using Millions of Photographs)'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2007년도에 개발 했다고 하는데요. 이 신 컴플리션을 소개하자면
다른 풍경의 사진을 자동으로 합성해서 유일무이한 이미지를 만듭니다
위 이미지를 보시면 멋진 해변가인데 앞에 건물이 해변을 가로막고 있네요. 이때 다른 비슷한 색감과 해변가를 담은 사진을 꺼내서 가장 적합한 사진을 합성합니다. 그래서 나온 사진이 Output사진인데요. 앞에 요트들이 가득한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 되었네요.
합성 사진은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검색해서 자동으로 검색된 사진을 조각 처럼 합치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치 포토샵의 자동화 툴 기능과 비슷하네요.
소프트웨어가 나온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프로젝트용이나 테스트용으로만 끝이 난 것 같네요
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제는 사진의 현장증명성과 증거성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명품에는 필연적으로 짝퉁이 나오듯 이제는 멋진 풍광 사진도 합성해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네요
어제 북한이 해안 상륙작전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그 사진이 합성이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참! 요즘들어서 북한 사진들이 연일 포털 메인에 걸리고 고화질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진으로 자신들을 과시하는 치기어린 사진장난질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의 힘은 아주 커서 사진 한장에 공포감도 두려움도 부러움도 생기게 합니다. 문제는 사진이라는 것이 너무 확대 재생산 되는 것도 있고 내 감정에 따라서 혹은 그 사람의 경험에 따라서 같은 사진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이런 다양한 해석이 사진의 힘을 더 키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영상은 이런 힘이 없어요. 왜냐하면 사진 보다 동영상이 정보량이 더 많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며 조작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확실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사진은 이제 초딩도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 사진은 이제 쉽게 믿으면 안되는 매체가 되어가는 듯 하네요.
문제는 이런 일명 뽀샵질 사진이라고 하는 사진들이 실제로 인식하고 혹은 합성이라고 밝힌 사진이라고 해도 그게 퍼날라지면 합성여부는 어느새 사라지고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월남전 때 반전시위에 앞장 섰던 제인 폰다라는 여배우의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미 민주당 2004년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의원이 제인 폰다 옆에 있는데 이 사진은 코비스라는 이미지 뱅크에서 구해서 간단하게 합성한 사진입니다.
존 케리는 월남전에 참전해서 여러 개의 훈장을 받은 군인입니다. 나중에 반전 운동가로 변신 했지만 월남전 당시는 군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거기에 관심 없어요. 사진 아니 합성 사진에 낚여서는 존 케리는 반전운동가다 유약한 사람이다 식으로 생각했고 이 사진은 대선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이런 사진 조작과 악의적인 사진을 지난 대선에 참 잘 봤었죠. 사진은 이렇게 오해와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매체라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양심이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진을 찍는 사람의 양심이 없으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장애인 거지에게 밥주는 사진이라는 글이 포털에 올라왔네요
이 사진은 사진작가 스진취안이 한 소녀에게 길거리 거지에게 밥을 떠 먹여주는 연출을 요구했고 그 사진을 찍은 스진취안은 그 사진을 공개하자 많은 중국인들이 소녀의 착한 심성에 감동을 합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연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사진이 연출임이 들통납니다.
이렇게 사진은 점점 쉽게 믿지 못하는 매체가 되어가는 듯 하네요.
문제는 양심이겠죠.
사진의 본질은 기억이라고 하는 말이 많이 와 닿습니다. 기억은 쉽게 조작할 수 없지만 기억도 오래되고 헤지면 기억도 느슨해집니다. 그럴 때 사진첩의 오래된 사진을 꺼내면 기억은 다시 발화가 되고 기억은 명징해집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조작된 사진이 아닙니다. 특히 목적성이 없는 개인의 기록을 담은 사진은 더더욱 조작할리가 없겠죠. 대부분의 조작사진과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 사진은 유명인과 권력자 등의 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점은 무척 다행입니다. 소시민인 우리들의 사진은 합성사진이 거의 없고 그렇게 때문에 사진에 대한 증명성과 증거성은 아직 유효합니다. 다만 유명인의 사진들은 항상 의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사진은 기억입니다. 기억이 아나로그 처럼 오래 보관할 수 없기에 사진에 우리는 기억을 의존하고 그 의존 때문에 우리는 사진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소시민들도 쉽게 사진을 조작하고 합성하는 시대가 될테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기억도 쉽게 조작 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리플리컨트라는 복제인간과 인간에 대한 구별법은 기억이었습니다. 리플리컨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습니다.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에 어린시절이 없고 어른인 형태로 탄생하죠.
그래서 외형은 인간이지만 리플리컨트임을 판별할 때 기억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판별을 합니다.
주인공은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는 형사로 나옵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다 있고 사진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조차도 그 기억이 조작되었고 그 사진마져도 조작된 사진임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은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사진은 기억이다. 이 기억이 거짓 기억이 되지 않게 사진 합성은 필요할 때만 혹은 캡션을 통해서 합성임을 밝혀야 퍼날라지면서 합성 유무가 희석되지 않게 해야함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하네요.
지금도 합성사진임에도 너무 정교해서 진짜인 줄 알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혼재된 세상. 이게 지금 우리의 시대상입니다. 사진만 그런가요? 거짓말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 취급 받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사는 확증편향의 시대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