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베스트 셀러 저자인 김난도 교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입니다. 그러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매년 내는 김난도 교수는 좋아합니다.
물론,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가 양가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김난도 교수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로써 책을 쓰는 책들은 좋습니다. 매년 제가 찾아볼 정도이고 책 내용도 쉽고 깔끔하고 재미도 있어서 매년 1월이 되면 찾아 읽습니다.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청춘에 대한 훈계 어린 책들은 좋아하지도 읽어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소개할 책은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13'입니다
소비자학과 교수와 박사과정의 저자들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13
트렌드코리아는 매년 말에 출간해서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입니다.
예측력이 좋아서 매년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고 벌써 17쇄가 넘었습니다.
이 책은 김난도 교수 혼자 쓴 책이 아닌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과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책입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회의와 논의 끝에 나온 내용이 가득하기에 책 내용도 좋고 읽기 쉬울 정도의 쉬운 언어들로 가득합니다.
책을 펼치면 '트렌드 코리아 2012' 이라는 전년 도 책의 내용을 거론하면서 얼마나 예측이 맞았는지에 대한 복습이 나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2의 예측을 되돌아보다
2012년은 드래곤 볼이라는 키워드로 묶어서 진정성, 로가닉, 주목경제, 세대공감, 마이너, 자생,자발,자족, '차선이 최선이 되다' 와 위기관리와 2012년 신조어를 요목조목 정리합니다. 작년에 낸 책의 예측력을 평가하면서 이 책의 진가를 음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뭐! 한 편으로는 자화자찬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하지만 그런대로 예측들이 맞아 들어가는 부분이 많고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나 봅니다. 그중에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편은 참 공감이 가네요.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내용은 기업들이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좀 더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캐릭터 열풍을 소개합니다.
S-오일의 구도일이나 금호타이어의 눈사람 같은 캐릭터 그리고 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캐릭터로 형상화 하는 모습 등은 이 책의 예측력에 대한 신뢰를 높게 합니다. 다만, 개그콘서트의 코너를 소개하면서 우격다짐으로 맞다고 하는 모습 부분은 좀 인상이 써지긴 해도 대체적으로 예측력은 무척 좋네요
오히려 이 책에서 소개한 신조어를 언론이나 기업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마치, 무당이 미래를 예측하면 그런 방향으로 살아가는 모습과도 비슷한 모습도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3년이 예측한 2013년은 코브라 트위스트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책을 낼 때 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영어로 된 키워드를 선보인 후 그 키워드의 스펠링을 하나씩 떼서 예상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참으로 독특한 책 구성인데요
2007년에는 GOLDEN PIGS, 2008년 MICKEY MOUSE. 2009년 BIG CASH COW, 2010년 TIGEROMICS, 2011년 TWO RABBITS
2012년 DRAGON BALL라는 키워드를 선정합니다.
공통점을 아시겠나요? 모두 동물이 들어가는데 눈치 빠른 분은 아실 거예요 12간지의 동물에 꾸밈 단어를 넣어서 완성합니다.
2013년 올해의 키워드는 뱀의 해답게 COBRA TWIST라는 대표 키워드를 설정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올해 코브라 트위스트라는 필살기로 명징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책은 드디어 출발 합니다.
올해의 트렌드는 '날 선 사람들의 도시', '난센스의 시대',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소유냐 향유냐', '나홀로 라운징', '미각의 제국', 시즌의 상실,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소진사회', '적절한 불편' 등을 트렌드로 삼고 있습니다
2013년은 큰 선거도 없고 그렇다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도 국내에서 큰 국제 행사도 없습니다.
활력이 될 만한 꺼리가 없는데 더 우울하게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3% 대로 초저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불안한 경제예측이 많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자가 복지를 외친 만큼 복지에 대한 정부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만 세금을 더 걷지는 않겠다고 해서 불안한 모습도 있습니다. 불안과 불확설성의 2013년 '트렌드 코리아 2013'는 이렇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날 선 사람들의 도시'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반응을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고 올해는 극에 달하고 있네요.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정치는 포용보다는 배척만이 가득하고 지난 대선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더 벌어지고 있는지라 서로를 경계하고 믿음 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세상은 점점 더 무연화로 진행되면서 끈적끈적한 관계 보다는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범죄율은 인구 1000명당 범죄 피해율이 1998년 114명에서 2010년 35명으로 3분의 1로 줄어 들었지만 언론 매체와 빠르게 뉴스와 전파되다 보니 세상은 더 흉악해 진 듯한 착각 속에서 사람들은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기업의 실수에도 크게 반응하며 진상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하며 날 건드리지 말라고 으르렁거립니다. 또한, 편향된 자기 확신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자폐적인 성향도 보여집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경향도 보여집니다.
생각해보면, SNS의 발달로 낯선 누군가를 감시하는 시선들이 분명 예전 보다 많아졌습니다. 솔직히 요즘에 많이 뜨는 지하철 진상들은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그냥 별! 진상들이 다 있네 하고 넘어가도 될 것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고발합니다.
날 선 사회에서는 중앙 감시탑이 네트워크의 그물망으로 대체됨으로써 이웃과 내가 서로를 감시하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의마하게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13 194 페이지 중 일부 발췌>
책은 이렇게 하나의 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그걸 분석하고 기업인들에게 먹기 좋게 설명해 줍니다. 이 트렌드 코리아 2013은 일반 학생들 보다는 기업인 특히 마케팅 쪽 분들이 많이 읽는데요. 트렌드를 놓치면 시대에 뒤쳐지기 때문에 이 책을 많이 읽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런 확실한 열혈 독자층을 위해서 하나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그걸 시사점 이라는 마무리 문단에서 준비 사항을 적어 놓습니다.
날 선 사람들의 도시에서는 SNS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여론 형성 특히 부정적인 여론을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약간의 위험이 따르더라도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기업이 먼저 제공해서 정보의 개관성을 높이는 전략이 유용할 것이라고 충고 하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네요. 악의적인 혹은 부정적인 제품 리뷰가 올라오면 그걸 억지로 막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게 체험 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이 이리저리 만져보고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블르그나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에 올리게 하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흐려지거나 정말 제품이 좋으면 부정적인 리뷰나 의견은 소수의 의견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이런 체험 매장에 아주 인색한데요.
미래는 정보를 제어하기 힘든 시대가 될 것이기에 좀 더 개방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와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동양 어머니나 아버지 식으로 매질을 하면서 엄하게 키우는 방식을 타이거 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타이거 맘 보다는 햇볕 정책 같은 따스함의 스칸디맘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스칸디맘은 북유럽이 부모 처럼 아이들과 눈맞춤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등의 정서적으로 푸근하고 자상한 육아법으로 타이버 맘과 대비되는 육아법입니다.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실용성의 북유럽 가구 처럼 북유럽 교육방식까지 따라하는 엄마들이 스칸디맘입니다.
정서적이고 친환경적이면 실용적이며 효율적이고 평등성을 강조하는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아닌 북유럽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워낙 이 한국이 미국식과 일본식과 군대식 문화가 많아서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방향성은 분명 보일 것 입니다. 문제는 유치원 전 까지는 북유럽 스타일로 키울 수는 있어도 유치원 들어가면 한국식이 될텐데요. 이 부분이 궁금하네요
다음 트렌드인 '소유야 향유냐'에서는 소유 보다는 서비스와 제품을 공유하는 렌탈리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트랜드에 밀린 IT기기나 가젯들은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넷북 같은 경우 아이패드에 밀려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제품들을 보면 장난감 처럼 몇 개월 쓰다 흥미 없어 지는 제품들은 차라리 랜탈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홀로 라운징
사진작가 Samantha Tio 의 Table For One
요즘 20대 들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쇼핑하기를 잘합니다. 그 모습이 이상한 것은 아니고 혼자가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또한, 여러 사람과 함께 있어도 무리 속의 한 점이 아닌 오롯한 나를 대우하고 대접받기도 원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죠.
가족은 핵가족을 넘어 원자화되어가고 있고 풍부한 디지털 인맥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 편하게 자신의 고민을 눈을 서로 바라보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관계는 활발하면서 실생활의 인간관계는 유령 대하듯 하는 고스트족에 대한 내용이 이 챕터에서 나옵니다.
실용적 지식은 차고 넘치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지혜는 찾기 힘든 시대에 이 책은 혼자 지내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1인 가구가 연간 지출하는 돈이 50조 원에 이른다는데요 이런 혼자 지내고 자신에 대해서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을 잡으라고 조언 합니다.
"홀로 함께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함께하고 싶은 욕구'와 '홀로 있으려는 욕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 라운징을 즐기는 인구가 급속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 코리아 2013 288페이지 일부 발췌>
이후 미각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내용과 힐링이라고 하는 해독의 트렌드를 지나 자신을 번아웃 시키는 소진 사회를 지나갑니다.
적절한 불편
한국 기업들의 서비스나 A/S는 세계 최고일 것입니다.
고객 불만을 바로바로 처리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친절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친절함에 내성이 생기는데요.
내성이 생기면 조금만 불친절해도 쓴소리를 하거나 화를 냅니다
이 책은 역발상을 소개합니다. 애플처럼 A/S도 친절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이 워낙 좋다 보니 끌리게 하는 쉽게 설명하자면 남녀 간의 밀땅을 이용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나 소비자와 밀땅을 하면 안 되고 우선 제품이 매력적이어야 하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일부러라도 불친절하게 하면 소비자들이 매니아로 변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명 음식점은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찾게 되는데요. 이런 도도함이 새로운 매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공감도 가지만 사람마다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절대로 줄서서 먹는 음식점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음식에 대한 시간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저의 경우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서서 음식을 먹는 곳을 일부러 찾아 갑니다.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약간만 맛 있어도 자신의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라도 하는 듯 음식에 대한 만족을 쉽게 합니다. 무조건 친절하지 말고 고객과의 밀땅을 하라는 내용은 참 좋네요.
밀땅 잘하는 기업이 바로 애플이죠. 도도한 여자를 남자들이 따르고 나쁜 남자를 여자들이 따르는 것처럼요
책은 쉽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신조어도 있었어? 이거 너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신조어 아니야? 라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적인 아쉬움도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책 내용은 좋습니다.
코브라 트위스트는 레슬링의 필살기입니다.
올해에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밀려 오고 작년 보다 더한 경제적인 위기와 북핵위기 등 대외적인 위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럴 때 멋진 코브라 트위스트로 그 역경을 졸라서 질식 시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