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여러분 이 시간이 내가 여러분을 가르칠 수 있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이제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을 부디 잘 들어 주세요.” 선생님의 이 몇 마디 말에 프란츠는 정신이 아찔했다.
지금도 중학생들이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국어책에서 읽었습니다. 그게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 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네요. 다만 한국 소설 '상록수'처럼 빼앗긴 나라의 설움을 담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올까요?'
오늘 낮에 자전거로 한강 마실을 가면서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를 들었습니다. 보통 라디오는 일요일 방송을 녹음방송으로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의 마지막 방송이라서 윤도현이 생방송으로 진행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윤도현은 MBC라는 정말 찐따 같은 방송국으로 부터 나갈것을 요구 받았습니다. 정확하게는 다른 시간대로 옮겨달라는 것이었죠. 이유가 가관입니다. '주병진'이라는 거물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달라는 것이죠.
윤도현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박명수가 급작스럽게 하차를 한 두시의 데이트에 어렵게 맡은 두시의 데이트. 그런데 1년만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리이동을 종용받았습니다. 항간의 말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라고 했는데 그걸 믿지는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개념없는 MBC라디오입니다. 지금도 믿지는 않습니다. 자리 이동을 종용받았는데 제가 라디오매니아라서 잘 알지만 유도현이 갈 자리 없습니다. 오전시간의 차분한 진행을 요하는 시간대로 가기도 그렇죠. 오전시간에는 락음악 틀기도 힘들고 윤도현의 색깔과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후 4시대의 30,40대를 위한 방송도 힘들고 오후 6시대는 배철수라는 거성이 지키고 있고 오후 8시 10대들이 학원이나 도서실에서 많이 듣는 시간에 이제 막 40살이 된 윤도현이 맡기도 힘들죠
오후 10시대도 10대들이 많이 듣기에 윤도현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딱 오후 2시여야 합니다. 락 음악을 틀어도 너그럽게 받아들일수 있는 20,30,40대들이 들을 수 있는 시간대에 윤도현이라는 락커의 방송이 딱 맞습니다. 따라서 자리이동은 나가라는 소리와 동의어입니다.
그러나 뭔 꼼수인지 MBC는 FM4U(MBC FM)에서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중인 2시의 데이트의 진행자인 윤도현을 내칩니다.
물론 2시대의 절대강자인 '컬투'에게는 미흡합니다. 하지만 그게 윤도현의 문제는 아니죠. 이전 DJ였던 박명수도 타도 '컬투'를 외치다가 힘에 부쳐서 그만두었는데 재미와는 거리가 먼 락커 윤도현에게는 더 요원했죠. 윤도현을 섭외할 수 있었던 것도 청취율을 높여 달라는 것이 아닌 10년을 맡길 수 있는 음악방송을 추구했죠.
기억나네요 80년대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를 통해서 당시 인기 있던 해외 팝스타들인 '마이클잭슨' 마티카. 마돈나등의 마삼트리오(?)와 뉴키즈 언 더 블럭이라는 아이돌 스타노래를 들으면서 팝송 공부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라디오가 음악방송이라기 보다는 예능이 되었죠
윤도현은 두시의 데이트 마지막 방송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MBC 김재철사장의 무언의 압력이 가해졌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마치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연상되네요
그러나 윤도현은 오늘 2시부터 3시까지 하는 1부에서 두데의 지분 47%를 가진 김유리 리포터가 소개한 지난 1년중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했습니다. 2위에는 5월 5일에 뽀로로와 전화연결해서 대화를 나눈 에피소드가 소개 되었고
1위는 윤도현의 딸을 스튜디오에 초대한 모습이 1위가 되었네요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는 처음에는 정말 고루했습니다. 락커 그대로의 이미지였죠.
윤도현은 두시의 데이트를 2천년도 초에 진행을 했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없고 딱딱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윤도현이 예능적 기질을 뽑아 내더군요. 아마도 '나가수' 이후에 윤도현이 크게 변한듯 합니다.
성대모사도 그렇고 틈만 나면 청취자를 웃길려고 노력을 하고 뭐든 하면 늘듯 DJ를 1년 가까이 하다 보니 재미도 크게 늘었습니다. 시쳇말로 물이 올랐다고 하나요. 그렇게 1부를 진행했습니다. 눈물을 준비했던 청취자들은 너무 빵빵 터져서
마지막 방송이 이래도 되나 하는 의견도 내보냈죠
2부에서는 얼굴이 토요일 새벽거리의 신호등 없는 거리 같은 얼굴을 가진 김제동이 나왔습니다
김제동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여학생이 길거리에서 비명을 질러서 뒤돌아 봤는데 김제동을 봐서 비명을 지른게 아닌 매미를 밟아서 비명을 질렀다고 말을 했습니다. 약간의 자존심도 상한 김제동은
"밟힌 매미가 소리를 질러야지 밟은 사람이 소리를 왜 지르냐"고 충고를 해주었다고 말했는데 그 발언에 윤도현은 약간의 한숨을 쉬면서 급하게 광고로 돌렸습니다.
아주 뼈있는 멘트였고 조용히 마무리 하고 싶었던 윤도현은 그 의미를 알고 광고로 물타기를 했습니다
윤도현이 기획사를 통해서 세상에 부당함을 알렸듯 김제동도 이번 하차의 부당함을 우회적으로 알렸습니다.
윤도현에게는 그런 모습이 참으로 불편했겠죠. 조용히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는데 김제동이 살짝 건드렸으니까요
그래도 윤도현은 끝까지 유머를 놓지 않고 진행했고 광고가 나올때도 그 마지막을 잘 몰랐습니다.
홍은희의 4시 방송 멘트를 듣고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게 끝이였구나
이솝이라는 노예가 우화로 세상을 풍자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은 풍자도 하기 힘든 나라가 되었네요.
정치적색이 정부와 다르다고 꼼수로 내보내는 모습. 폴리테이너라고 정치색을 밝힌 연예인을 매뉴얼대로 내보내는 MBC라는 멍청한 방송사. 방송에서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한 윤도현 마져도 내보내는군요. 물론 윤도현을 내보내는 이유는 폴리테이너가 아닌 청취율의 하락이라고 지목했지만 윤도현이 FM 4U에서 최고의 청취율이라는게 아이러니 하네요
그 어느때 보다 웃겼던 윤도현의 마지막 방송. 그 방송의 보니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 이 생각나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