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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미술사를 돈과 권력의 관점에서 묘사한 미술 개설서 다큐멘터리 미술

by 썬도그 201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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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자연스럽지는 않고 을유문화사의 사진작가 시리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화가출신이거나 미술학도였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미술과 사진의 차이점을 들여다보면서 미술이 사진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둘 다 시각예술이고 미술이 사진에 영향을 받고 사진이 미술에 영향을 받으면서 지금은 공생을 하고 있습니다.

윈디 수녀님의 서양미술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습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수록 미술에 대한 흥미가 커졌습니다. 미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미술이란 무엇일까? 정말 고상한 취미일까? 아님 허상일까?

다큐멘터리 미술



평범한 변기를 단지 눕혀 놓고 '샘'이라고 한 뒤샹을 보면서 미술에 대한 회의가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백남준의 말대로 예술은 사기일까요?


2007년 봄 KBS는 일요일 밤 다큐멘터리 미술을 선보였습니다. 워낙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다큐멘터리를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부분은 지켜봤습니다. 그 다큐를 보면서 미술에 대한 본질을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부 보지 못한 까닭에 아쉬움도 많았죠. 그런데 반갑게도 그 다큐멘터리 미술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 미술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하는 미술을 처음 배우고 혹은 알고 싶은 사람들의 길라잡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선이 폭 넓은 것은 아닙니다. 미술에 대한 시선중 돈과 권력에 대한 내용을 추적하면서 미술이라는 것이 돈과 권력과 아주 밀접한 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낸시랭이라는 행위예술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가 도발적으로 말하는 예술이 뭐 별건가? 예술도 대놓고 돈 벌면 어때? 돈 버는데 예술을 활용하면 뭐 어때서라는 당당함만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미술이 고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 졸부들의 고상함 자격증 품위유지인증서 같은 모습도 있습니다.

졸부들이 원래 부자였던 명문가의 갖춘 품위와 인품 교양등을 가장 쉽게 따라잡기 위해서 행하는 행동이 고가의 미술품들을 구매해서 자신의 거실에 걸어 놓는 것이죠. 이렇게 미술은 돈과 권력의 시녀마냥 혹은 부속품 혹은 액세서리처럼 취급받는 게 어쩌면 그게 미술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에게는 아주 불경스러운 말이지만 돈 없이 살 수 있는 예술가는 없으며 평생 팔리지도 않고 취미도 아닌 직업으로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돈에 쫒기게 됩니다. 환쟁이는 원래 밥을 굶어야 한다? 이런 방정식을 깬 것이 바로 앤디 워홀입니다.

앤디워홀은 대놓고 언론을 이용하고 미디어를 이용하며 대중영합적이고 기존의 미술의 틀을 깬 사람이죠.
미술품들이 비싼 이유중 하나는 희소가치입니다. 그런 희소가치를 조롱한 게 바로 앤디워홀입니다. 기존에 있던 이미지인 마르린먼로를 실크스크린으로 대량 복제해서 세상에 내놓았죠. 유일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미술을 사진처럼 대량복제하면서 미술계를 조롱함과 동시에 스타가 됩니다. 나중에는 싸이만 자기가 하고 조수들이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막 찍어냈습니다.

이게 바로 앤디워홀의 팩토리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미술을 찍어내는 시대.


이 책은 미술사 전체를 모두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무슨파 무슨 파 하면서 설명하지도 않고요. 대신
미술사의 방향을 크게 튼 위대한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이 왜 위대하고 그 작품이 왜 비싼지에 대한 내용과 위대한 화가를 후원한 후원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는 모나리자를 소개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피렌체 메디치가의 끈끈한 관계를 소개합니다
2장에서는 마네의 올랭피아의 센세이션을 담고 있으며 왜 올랭피아의 누드가 세상을 놀라게 하고 경악하게 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미술에 대한 고상함에 대한 반기를 든 앤디워홀의 팩토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영국미술계를 다루고 있고 5장에서는 성장하는 중국미술과 현대미술을 담고 있습니다

위대한 미술가였던 다빈치, 마네, 앤디 워홀등을 소개함과 동시에 미술사가 어떻게 흐리게 되었고 그 흐름뒤에 돈과 권력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미술은 미술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담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미술용어를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한 돈과 권력의 관점에서 미술사가 어떻게 흘렀는지를 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몇 년 전에 서울 아트페어에 갔습니다. 아트페어는 미술화랑이나 갤러리들이 주축이 되어 자신의 갤러리 소속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하는 곳입니다. 작년에는 사진아트페어를 봤는데 사진가격도 엄청나게 비싸졌더군요. 원래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장르라서 비싸지 않은 게 보통인데 어떤 사진은 수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미술품이 팔리지 않으면 그게 미술품일까요? 아님 자기만족일까요?
과연 순수예술이 돈 없이 혼자 자라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그걸 사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미술가는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없겠죠.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생활고 때문에 다시 대중앞에 선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란 돈이라는 것이 윤활유가 되던 원동력이 되든 해야 하는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다만 그걸 노골적으로 give me money를 외치는 낸시랭과 같은 예술가와 다만 고상하게 새침하게 뒤로 슬쩍 돈을 받는 모습의 본질적인 모습은 동일합니다.

돈과 예술에 대한 내용만 담긴것은 아닙니다. 유명 미술품 뒤의 에피소드나 재미있는 이야기 왜 그 그림이 미술사를 바꾸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 책 '다큐멘터리 미술'에서 돈과 미술품의 끈끈한 관계가 너무 재미있네요

가끔 아무도 찾지 않는 갤러리에 혼자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면서 혼자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작품들이 팔릴까? 누가 안사주면 이 작가는 어떻게 생활비를 벌까? 알바를 할까?'

실제로 갤러리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한 여성 사진작가는 직장에서 번 돈으로 사진전을 개최하고 사진여행경비를 댄다고 합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전업 미술가 전업 사진작가로 살면서 결혼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하죠.

돈과 예술, 예술가들은 부자들이 갖추지 못한 고귀함을 그림이나 사진이나 조각으로 만들어서 그 모자른 부분을 충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예술가들은 부자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면서 그 대가를 받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미술개설서로써 돈과 권력과 미술의 상관관계를 잘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돈돈돈 돈 이야기만 한것 같네요. 모나리자에서부터 파리, 뉴욕, 런던, 중국 현대미술계까지 숨 가쁘게 500년을 달리는 책입니다.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유명한 명화와 화가를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시장의 중심이동을 잘 담고 있습니다.

좀 아쉬운게 있다면 다큐멘터리 미술을 본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네요. 다큐멘터리 미술을 안 본 분들에게는 적극 권해드리지만 저처럼 다큐멘터리 미술을 본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 미술


"신문이 당신에 대해 뭐라 하든지 신경 쓰지 말라. 그 길이만 생각해라." -앤디 워홀-

요즘 현대미술을 보면 찌라시 언론처럼 무조건 떠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게 노이즈 마케팅이던 뭐든간에 대중에게 어필하고 대중과 친숙해야 그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작품성을 떠나서 많이 알려진 작품이 위대한 작품이고 비싼 작품이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해서 작품활동을 하는 팝아트 작가들이 많이 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예술은 사기일까요? 고상한척하면 고상해지는걸까요?
어차피 대중들은 그게 고상한지 안 고상한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분별력이 없습니다. 그냥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 작품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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