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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영화와 광고들의 숨은 세계를 들춘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by 썬도그 201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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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2011.07.03 - [영화리뷰/영화창고] - 트랜스포머3가 트랜스포머 1편보다 못한 이유

보다 못한 이유 글을 썼습니다. 이 글에 한 블로거분이 가볍게 보면 좋은 영화를 너무 세세하게 따지신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라는 댓글을 다셨습니다.

여름 흥행영화를 너무 분석적으로 보지 말라는 충고였습니다. 어느정도 공감은 가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한다고 하는 정답이 없기에 충고보다는 그냥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영화를 대충 보던 생각 없이 보던 심각하게 보던 그건 보는 사람 자유지 디워는 그냥 생각 없이 분석 없이 봐야 하는 영화고 '인셉션'이나 '다크나이트'를 심각하고 분석하면서 봐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죠. 보는 사람 취향대로 느낀 대로 보는 게 최고입니다.

뭐 제 블로그 자주 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영화 리뷰를 꼼꼼하게 적는 편입니다.
실제로 영화 보면서 메모를 하면서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속에 휘발성물질이 들어 있는지 극장문 나서면 영화 볼 때의 그 감흥이나 느낌이나 책갈피로 꽂아둔 장면들이 다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메모를 하면서 본 후 리뷰 때 그걸 잘 녹여내서 씁니다

이런 글쓰기 스타일은 여름 흥행영화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뭘 그리 분석하고 심각하게 보냐고 타박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 이면의 세계를 보지 못하는 무식이 자랑은 아님을 지적하고 싶네요. 좀 과격한 표현이었나요? 사실 그렇죠.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렇다고 지식자랑하는 게 아닌 부디 영화를 분석하지 말고 보라는 말만큼은 하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이창동 감독 말처럼 예전엔 영화가 어려우면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 보다 자기 탓을 했는데 요즘은 영화 어렵게 만들었다고 감독욕하는 세상이 되었네요.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영화 '다크나이트'를 본후 극장에서 나온 후 한 30분간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멍하게 걸었습니다. 30분간의 사유와 정리의 시간을 가진 후 결론을 내렸죠.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진중한 물음. 정의의 사도가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악을 처단하는 게 과연 정의사회 구현일까?

왜 배트맨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자경단이라는 리그에서 활동하는가? 등등 생각꺼리가 많습니다.
제가 영화를 이렇게 까지 분석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책과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씨네 21 같은 영화잡지나 영화평론가들의 글을 찾아 읽고 영화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영화 보는 지식과 함께 영화 보는 스킬이 늘게 됩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책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이란 책은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입니다.
영화에 관련된 책이라면 그냥 골라서 보는 스타일이라서 골라읽었는데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영화를 철학적이고 사유적이고 현실비판적인 이야기와 곁들여서 쓴 책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죠. 환경에 관한 영화를 소개하고 혹은 광고를 소개하고 그 이면의 현실과 철학적 물음과 함께 4대 강 비판등을 하는데 현실과 허구(영화)를 넘나드는 예를 들어주는 기술이 아주 탁월합니다.

품격 있다고 까지는 느껴지지 않지만 철학강의를 하는 저자 특유의 구어체 같은 편안함이 가득한 책입니다.

이 책은 매일 반복적으로 뇌에 잔상을 남기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중문화에 쉽게 휩쓸려 가지 않으려는 소박한 저항의 시도들을 담은 결과물이다. 우리 삶에 교과서이자 매뉴얼 역할을 하게 된 대중문화에 대한 개인적 저항의 경로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서문 중에서

 


저자는 유명 영화들의 예를 들어주면서 그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적 담론과 현대사회의 이면을 속속들이 밝혀냅니다.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와 병폐들을 아주 통렬하고 강한 어조로 비판을 하는데 제 가슴까지 뻥 뚫려 있습니다.
시선은 약간 좌쪽으로 치우쳐서 본 시선이고 이게 오히려 저에게는 더 좋더군요. 꼭 시선을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는 원리원칙이 세상에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너무 중립을 강요하고 요구하는 것 같은데 저자는 대놓고 시원스럽게 현실 비판을 합니다.

그게 이 저자의 소신이고 그 소신에 제가 공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흡족했습니다
다만 너무 이런 책만 읽다가 자만에 빠져서 독단이라는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긴 합니다.

영화와 현실비판, 대중문화 뒤에 숨은 거대한 시스템의 권력등 우리가 놓치고 가는 영화 속 모습들을 첨삭지도하듯 자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이 쉬운 또 한 가지 이유는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된 글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많은 영상물을 접합니다. 그 영상이 그려내는 세상과 메시지를 그냥 비판 없이 주워 먹고 있죠. 하지만 거대한 권력자들이 생산한 이미지와 메시지는 항상 어떤 의도가 있고 그 의도를 간파할 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많이 읽고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고등학생들의 논술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영화와 현실비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해 드리는 책입니다.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영화와 광고로 본 문화의 두 얼굴『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이 책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영화와 드라마, 광고를 소재로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의 자화성을 끌어내면서 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할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네 가지 주제인 ‘복제되는 현대 신화들’, ‘문화 거울로 자기 바라보기’, ‘공존을 위한 숙제들’, ‘지구 단위로 생각하기’를 통해 영화와 광고, 드라마 등 총 20여 편을 분석한다. 비판의 원리나 방법이 필요한 사람보다는 ‘이런 식으로 비딱하게 보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사람에게 ‘제멋대로 대중문화 바라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
김선희
출판
풀빛
출판일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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