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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오월愛, 잊혀진 5.18에 대한 서러움을 담다

by 썬도그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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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뱀에 물려서 고생한 것을 자손들에게 알리지 않고 교육시키지 않으면 후손들은 뱀이 무서운 동물인지 모르고 또 뱀에 물리게 되겠죠.  동물들이야 DNA에 그 공포를 기록하고 전달하기에  어린 새끼가 뱀을 첨 보고 무서워 덜덜 떱니다.

인간은 말과 글을 활용할 수 있기에 그런 DNA 전달력이 떨어졌고 말과 글로 조상들의 지혜를 후손들이 물려 받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경험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까요?

80년 5.18일 광주 그 기억을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알려고 할까요? 또 누가 알려주나요?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나왔을 때 어머니는  이제 상처 아물어 가는데 왜 또 뒤집어 놓으냐며 영화 화려한 휴가를 타박했습니다. 광주사람들 이제서야 상처 아물었는데 왜 이제와서 또 그런 영화를 만들었냐고 타박을  하기에 제가 그랬죠

"저런 영화라도 나온게 다행이죠. 광주사태인지 5.18인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 많아요. 또 왜 어디서 어떤이유로 어떻게 일어났고 뭔일이 있었느지 잘 모르는데 저 영화가 어느정도 알려주기에 좋은 것이죠"

 


"씨알데 없어" "씨알데 없당께"  양동시장에서 참외를 파는 아주머니는  다큐감독을 향해서 화를 냈습니다. 

쓰잘덱 없는 말은 어머니의 말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다 지나간 이야기 다 딱정이가 진 이야기를 다시 절개해서 그 상처를 들어내는 모습은  쓰잘덱 없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물어가는데 또 무슨 이야기를 꺼내서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 낼려고 할까요

5.18이 무슨 날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을것입니다. 광주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죠. 초등학생이던 저도 80년 5.18에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나 국가전복세력이 점령했다고 하는 소리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경기도 광주인지 전라도 광주인지도 모르는 어린 저는 매일밤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게 해주시고 빨갱이들이 점령한 광주를 구원해 달라고 했습니다

중학교때 5.18 광주에서 있던 일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88년 광주 청문회때 그 실체를 알고 경악했습니다.
기총소사? 이게 무슨 말이지 헬기에서 기관총으로 광주시민들을 학살했다고?  왜 왜 군인들이 왜 선량한 사람들을 죽었지
한 어머니는 증인석에 나와서 그 상황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저 분이  전두환 정권이 말하던 빨갱이구나. 그런데 빨갱이가 우리 옆집 아줌마 같아서 분노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과 핸드폰 동영상으로 진실을 멀리 빠르게 전파했지만 80년 광주는 달랐습니다.  광주라는 도시를 봉쇄하고 시민들을 총과 칼로 찌르고 쏴 죽였습니다.  전두환 일당들이 벌인 잔혹극이 바로 광주사태입니다. 

지금은 광주민주화항쟁으로 명예회복을 어느정도 했지만 지난 20년간  광주는 속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감독과 조감독은  이 80년 5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합니다. 그 인터뷰와 나레이션을 담고 현재의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오월애(愛)입니다

영화 오월애는 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시민군으로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서 응원했던 급식조의 증인들을 찾아가 천천히 그 기억을 더듬습니다.  80년 5월은 살아 남은 분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싸주던 아주머니는 과일행상을 하십니다. 그 시절을 수줍게 말하는 모습속에서  작은 떨림이 다가왔습니다.  당시 신문기자분이 말하는데 광주에서 큰일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광주를 떠난 사람들은 부자들이라고 합니다.

배가 침몰하면 쥐새끼들이 먼저 떠나듯 부자들은 쥐새끼처럼 광주를 뜨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아주머니는 광주를 떠나지 않고 주먹밥을 만들어서 시민군을 돕습니다. 광주에서 군인들에게 총을 맞고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식에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청년들이  시민군을 조직해서  나주까지 가서 무기고를 털고 군인들과 맞서는 용기들은 결코 부자들에게 나오지 않죠


다큐 오월애는 약 10여명의 인터뷰들을 통해서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의 이야기와 그 후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어떠한 기교도 편집도 크게 하지 않으면서  그 진실의 무게로만  다큐를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이런생각도 했죠. 마이클 무어처럼  화려한 그래픽과 도표와 아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을 좀 더 흥미있게 진중하고  감정이입 쉽게 꾸미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큐가 다 끝날때 쯤 그런 생각이 철없는 생각임을 알게 됩니다.  진실의 무게 자체로도 충분히 큰 울림을 담고 있고 전달력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꽃집을 하는 분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차분한 어조로 기억해내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80년 당시 육군 소대장이었던 분은 그때의 죄를 뉘우치고 씯기 위해 산돌학교를 운영하면서  가해자인 자신의 업보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군인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죠. 아직도 그 전남도청 앞에서의 발표명령을 내린 사람을 알지 못하는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친일청산도 제대로 못하고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대우나 평가도 반쪽짜리 밖에 되지 못한 모습에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당시 여고생이었던 한 아주머니는 군인들이 전남도청을 쳐들어 오기 전날 한 대학생이 위험하다면서 자신을 집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전남도청으로 돌아갔는데 그분을 그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확인했을때 눈물을 흘리십니다. 

80년 5월 광주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증오심만큼 광주시민들끼리는 사랑이 넘쳤죠. 시민들이 군인들의 총에 맞고 죽었다는 소리에  자신의 목숨은 연연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시민군이 된 청년들. 그런 청년들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양동시장 분들이 쌀과 음식들을 준비하고 여고생들이 급식조로 투입되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됩니다.  도둑들도 당시에는 파업을 했다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형성이 되죠.

다큐 오월애는 그런 아름다운 공동체를 되집어 봅니다. 가장 아픈 나날이었고 이제는 기억하는 것 조차 씨알덱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 시절만큼은 참 아름다웠죠. 


다큐는 80년 5월을 지나 현재 광주를 보여줍니다.  시민군의 성지와 같은 전남도청을 철거하느냐 마느냐로 이권단체들 간의 알력싸움이 있는 모습을 씁쓸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민주화항쟁 피해자들은 또 한번의 상처를 입습니다. 

보통 그런 영웅적인 행동, 부자들처럼  광주를 떠나지 않고 모른척한 수많은 비겁쟁이들과 달리 독재에 항거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최소한 동료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전남도청 철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네요.   광주민주화항쟁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한 철거는 하지 않는게 옳다고요.

그분들이 무슨 떼쟁이들이라고 전남도청 철거를 반대하겠어요. 제대로 된 명예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노력은 없고 먹고사니즘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다큐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러더군요. 아직도 광주 민주화항쟁을 빨갱이가 일으킨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고  지역색깔론으로 덮어버리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답답합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지적질만 하지 말고 현대사에 대한 제대로된 역사확립부터 해야하는데 정권바뀔때마다 광주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니 참 낯부끄럽습니다. 



기억하시나요? 2010년 5월18일 정운찬 전 총리는 폭우속에서 2천여명의 정부와 정치권 인사만 참여한채 광주 망월동묘지에서 참배를 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단체가 대거 불참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다른 운동권 노래는 몰라도  '임을 위한 행진곡'만큼은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80년 광주에서 가장 많이 불리웠던 노래를 추모곡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참 웃깁니다. 보통 제사를 지낼때  살아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제사상에 놓는것이 상식인데요.  이명박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를 제외시킵니다. 

다큐에서는 한 분이 분연히 일어나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주변의 홍위병같은 분들이 일어나서 황망한 표정으로 막아서는 모습에 제가 더 황망스럽더군요. 왜 그럴까요? 왜 그 노래에 대한 거부감이 심할까요? 왜 '임을 향한 행진곡'을 들으면 온몸에 두드레기가 납니까?

노래를 부른 분이 그러더군요.  30년전에는 정부가 시민을 총으로 쏴 죽이더니 이제는 자기들끼리 죽인것을 기념하는지 자기들끼리 기념식한다고요.  참 따끔하면서도 가슴 아픈 말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연주할려고 했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권이 광주민주화항쟁을 보는 시선을 느낄수 있는 모습이죠


허허허 웃으시는 참외파는 아주머니는 다큐 감독과 조감독에게 두손을 든듯 조금씩 그 시절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도 광주민주화항쟁은 다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정권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고 있죠. 80년 당시 부산도 참 시위를 많이 했고 마산쪽에서도 시위가 극렬했죠. 단지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났다고  지역색때문에  역사적인 제대로 된 평가가 안된 광주 민주화항쟁,  이렇게 세월만 먹고 녹이 슬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네요

친일청산도 흐지부지 하더니 이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평가도 경상도정권, 전라도정권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치상황에서는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것 같습니다.

5.18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년연속 광주를 찾지 않았던 이명박대통령이 올해는 망월동 묘지를 찾아갈까요?
작년같이 할거면 그냥 정부차원의 기념식 하지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방아타령??  지금생각해도 웃기는 모습입니다.  제사상 앞에서 방아타령 부르는 기괴한 모습을 보일려거든 그냥 아무것도 안했으면 하네요

이 다큐 오월애는 80년 5월의 따스한 기억과  현재의 자멸적인 모습을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상구네 필름에서 제작했는데  감독 가족과 상구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작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영화입니다. 정말 작디 작은 영화입니다.  기존의 광주를 다룬 다큐나 영화들이 영웅과 같은 분들에게 촛점을 맞췄다면  이 다큐는 작은분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다큐라고 해서 지루하지만은 않습니다. 중간중간 웃음이 쏟아지게 하는 입심좋은 아주머니도 나옵니다.
5월 12일 개봉예정입니다. 80년 5월의 기승전결을 세세하게 담고 있지 않기에 영화 '화려한 휴가'와 함께 보면 좋은 다큐입니다.


오월애 from withblog on Vimeo.


 
지난 역사를 기억하지 않을려고 하는 사람, 알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다시 세상은 악이 가득해 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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