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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적관계라고 하죠. 아군이면서 적군인 공진화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서로 손을 잡고 수시로 아군이었다가 적군인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 IT 분야입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이 두 회사의 관계는 재미있습니다.
먼저 완성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애플의 아이패드가 싸움을 하고 있고 서로 헐뜯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아이패드의 메모리등을 삼성전자에서 납품을 받습니다. 아이패드가 많이 팔릴수록 삼성전자도 같이 웃을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별별것을 다 만들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부품도 만들지만 완성품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런 모습은 LG전자도 비슷합니다. 뭐 정확하게는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따로 있기에 LG전자는 완성품 업체라고 봐야죠
삼성전자를와 애플은 갤러시탭과 아이패드 1차 대전 후에 올 4월 2차대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7인치냐 9.7인치나며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크기 논란이 있었죠. 그거 따 쓰잘덱 없는 소모성 논쟁입니다. 제가 예견했듯 삼성전자는 갤럭시탭2의 크기를 10.1인치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크기 논란이 의미없다니까요. 작년에 7인치가 대세다 어쩐다 하는 분들 참 뻘줌하겠습니다. 어차피 크기문제가 아니라 제품자체의 매력도가 더 중요합니다
올 4월에 일어날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2 2차대전을 지켜보면서 한 업체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리버
아이리버 이렇게 애플에 당했다
지금은 아이리버라고 이름을 바꾼 레인콤은 한때 정말 잘 나가던 업체였습니다.
최근에 읽은 '거인과 싸우는 법'은 레인콤의 흥망성쇠를 담은 책입니다. 사실상 책의 주인공인 양덕준 전 아이리버 사장의 회고형식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수 많은 당사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아이이러가 왜 대박이 났고 왜 쪽박이 났는지를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아이리버가 내리막길을 걸은 이유는
1. 애플과의 싸움
2. 내분
3. 자만심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애플과의 전쟁에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큰 카운터 펀치를 맞습니다
아이리버는 플래시메모리 저장장치를 이용한 프리즘과 크래프트라는 메가 히트작을 세상에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애플이 HDD저장 방식의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살짝 긴장하게 됩니다.
애플 타도를 외치면서 아이리버는 H10이라는 HDD방식의 MP3플래이어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IT전문가들은 이 제품을 호평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거기에 제품 결함까지 발견되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고 아이리버를 휘청이게 됩니다
아무리 아이리버가 세계 최고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라고 해도 애플이라는 대기업과 맞짱을 뜬것은 좀 무모했습니다. 그냥
아이리버가 잘하는 플래쉬메모리 기반의 MP3플레이어만 만들었으면 또 달랐을텐데 괜히 HDD방식으로 만들었다가
큰 실패를 보죠.
이후 애플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애플은 아이리버가 꽉 잡고 있던 플래쉬메모리 기반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나노, 아이팟셔플등을 계속 내면서 아이리버를 압박합니다.
아이리버는 그 공격에 전의를 상실하고 맙니다. 애플이 너무 강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 아이팟이 디자인이 좋아서 아이리버를 물리쳤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책 '거인과 싸우는 법' 에서 아이리버가 왜 애플에 밀렸는지가 나옵니다.
1.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
애플 제품들 상당히 고가죠. 그런데 이 MP3플레이어에서는 그렇게 비싼편이 아닙니다. 아이리버 같은 경우가 오히려 고가정책이었죠. 플래시메모리 방식의 MP3플레이어에서 플래시메모리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구워 삶습니다. 애플은 판매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다른 경쟁회사에 납품하는 단가보다 50% 싸게 납품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입도선매죠.
이 문제는 아이리버를 비롯한 여러 중소 MP3업체들이 모여서 청와대에 읍소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게만 플래시메모리 가격을 싸게 준다고 읍소했지만 솔직히 삼성전자가 편법을 쓴것도 아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래의 한 모습입니다. 저 같아도 물건 판매 보장해 줄테니까 넌 생산만 부지런히 하고 대신에 반값에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어요.
이런 이유로 애플은 아이리버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에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디자인도 뛰어나고 직관적인 UI에 가격까지 싼 애플 아이팟 나노, 대박이 납니다.
2. 애플 스토어라는 자체 유통망이 있다
이것 뿐 아닙니다. 당시 아이리버는 미국의 강력한 갑위치에 있는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에 높은 마진을 줘야 했습니다.
애플도 양판점에 물건을 풀려고 했다가 양판점들이 높은 유통마진을 요구하자 애플은 오히려 그럼! 안팔겠다. 우리 애플 스토어에서만 팔아도 살 사람들은 다 알아서 찾아 온다면서 배짱을 부렸고 양판점들은 두손을 듭니다.
이렇게 애플은 까칠한 양판점을 다스렸고 유통마진을 아이리버보다 1/3정도만 줬습니다. 이렇게 가격도 싸고 유통마진도 싸니 애플은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뉴욕타임즈 아이패드2를 가격으로 이길 제품이 없다
애플 생각하면 콧대높은 아가씨 같다고 할까요. 여간 도도한게 아닙니다.
A/S정책도 그렇고 가격도 대체적으로 비쌉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다릅니다. 아니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너무 비쌉니다.
아이패드 16기가 와이파이 모델이 499달러이고 32기가 3G 모델 가격은 729달러입니다.
이 가격 그대로 아이패드2가 나옵니다. 반면 갤럭스탭은 16기가 3G모델이 600달러였죠. 갤럭시탭은 가격면에서 매력점이 없습니다. 애플 아이패드처럼 줄서서 살 정도로 매력적인 제품도 아니고요. 그런데 가격은 더 비싸니 사는데 주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의 판매량을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자 소문이 떠돌기 시작합니다. 갤럭시탭 안팔려서 재고가 많다. 이런 소문과 삼성전자의 디지털TV재고가 많다는 소문이 합쳐지면서 며칠 전 삼성전자 주가는 4% 폭락을 하게 됩니다.
애플은 이렇게 아이리버를 물리친 것 처럼 저가정책으로 삼성전자를 물리치는 듯 합니다. 이렇게 애플이 놀라울 정도로 싸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6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납품업체(거기에 삼성전자도 있죠)에게 물건 판매를 보장하면서 엄청나게 싼 가격에 부품을 납품받고 그걸 중국 제조업체에 맡겨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없으니 뉴욕타임즈는 아이패드2만 팔리고 기타등등의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렛PC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이패드2만 팔리게 된다면 다른 경쟁업체들은 태블렛PC시장에서 철수하게 되고 애플은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조금씩 가격을 올릴 것 입니다. 그리고 영업이익은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애플이 판매보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것 입니다. 애플제품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온 제품들 대부분이 대박행진입니다. 언제 한번 크게 고꾸러지겠지만 그 전에는 이렇게 싼 가격으로 경쟁자를 물리칠 것 입니다.
제품을 급조해서 만드는 회사와 세밀하게 준비한 회사의 차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나오기 까지 설계와 디자인에 들어간 인력과 시간과 자본력을 어떤 회사가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삼성이 자본력으로 따라 갈 수 있지만 문제는 조급증입니다. 당장 어떤 성과를 내라고 쪼아되니 엔지니어들과 디자인 팀이 좋은 제품을 내놓겠어요?
이런 조급증이 언젠가는 삼성을 옥죌수 있다고 봅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바로 앞만 보고 운전하면 사고납니다. 저 먼 곳을 보는 거시적인 안목과 근거리를 보니 미시적 안목이 잘 조화 되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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