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월드

블로그 운영하는데 꼭 주제가 있어야 하나?

by 썬도그 2010. 12. 8.
반응형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집 콘트라스트에는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깊이에의 강요의 내용은  한 화가가 미술평론가가 말한 '당신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어' 라는 말을 듣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평론가의 말은 언론의 확대 재생산으로 화가를 옥죄게 하고 결국 화가는 그걸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 평론가는 그녀의 작품은 깊이가 있었다고 말하죠.

꼭 들어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연말 연시의 재미중 하나인 블로그수상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제의 강요가 너무 강하게 보이네요
블로그앞에  색션을 답니다

시사블로그, 연애블로그, 연예블로그, 생활블로그,육아블로그, IT블로그, 사진블로그,서평블로그,영화블로그,경제블로그,스포츠블로그 여러분은 어떤블로그인가요?

저는 또 어떤블로그인가요? 시사, 이슈,사진,카메라,IT,여행??  뭘까요?

몇달 전에 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시더니 책 내 볼 생각이 없냐구요.
제가 잘 아는데 아직 책을 낼 깜냥도 아니고 해서 일단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분 말은  제가 글을 잘 쓰고 미사여구와 엄청난 어휘력과 표현력을 가진 것 때문이 아니라 진솔한 문장력이 있다면서 한껏 추켜세우시더군요

그분은 제 블로그의 창고같은 카테고리중 책서평만 보셨는데요. 얘기를 나누다가  IT,시사,이슈,영화,책서평,여행,카메라,해외화제,문화등 다양한 글을 쓴다고 하니 놀라시더군요. 

제 블로그 제목은 사진은 권력이다 이지만 전 저 스스로 사진이나 카메라 블로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간혹 제가 사진을 잘 찍는 줄 알고 카메라 체험단에 넣고 싶어 하는 곳도 계시던데요.  저의 사진실력은 그냥 평이합니다. 다만 제가 사진작가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글을 써서 그렇죠

제 블로그는 제 블로그 그대로입니다.
제 블로그를 어떤 곳에서는 IT블로그로 어떤곳에서는 시사블로그로 어떤곳에서는 취미,문화 블로그로 구분하는데요. 스스로는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경박단소(올해 이 단어 줄창 쓰네요)해 지다보니 관심가질 것들이 넘쳐나다 보니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표현할 때  그 사람의 별명을 함께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이라는 존재가 예전과 다르게 한 단어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기분 나쁘지 않나요?  전 모르겠어요.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는 모습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보고  " 걔 좀 따져드냐  걔 불독이야"  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불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불독의 이미지도 있지만  세심한 문학소년의 느낌도 있고 남들은 인정 안하겠지만   사색도 무척 즐겨 합니다.  한 사람의 이미지는 몇개의 단어로 표현될 수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죠.

그 한단어로 표현하는 모습이 이해는 갑니다. 세상이 복잡한데 한방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한 단어로 모든것을 담는것을 이해하지만
한 사람을 한 블로그를 한 단어로 구분한다는게 좀 편의를 핑계로한 폭력같아 보입니다.


전 사진블로그도 안니고 시사블로그도 아닙니다 또한 IT블로그도 아닙니다. 그 어떤 것에 대한 정보력이 높지도 않습니다.
다 인터넷에 떠 도는 이야기를  제 머리를 통해서 재편집 하는 수준입니다. (사진은 예외지지만)
따라서 절 이리저리 분류해서 말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특정한 주제에 맞춰서 그를 쓰고 그 굴레속에서 포근해 합니다.
IT블로그가 영화본 영화평을 쓰지 않으며 영화평만 쓰는 블로그가  아이폰에 대해서 대부분 말하지 않습니다.
연예블로그가 영화평 이야기 하지 않으며   경제블로그가 책 서평을 쓰지 않습니다

무슨 법이 있나요?  자기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면 주제넘은 글이 됩니까?
혹시 독자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인가요?

파워블로그라는 완장을 찬 분들이 이런 경향이 더 강합니다.
자기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의 주제, 자신이 정하고 남들이 인정한 주제 이외의 글은 쓰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그래야 상품가치가 높아지고  자기브랜드화의 일환일까요?


연말 카테고리별로 꽂혀있는 도서관의 책처럼 분리되어로 연말 블로그어워드를 하는 모습 결코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제안하는 수상식은  카테고리 별로 상품 진열하듯 하지 말고  또한 순위를 매기지도 않으며  인기블로그 TOP500을 선정하는게 어떤가 합니다.

저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 빛깔이 다른것이지 저 스스로는 글쓰는것을 좋아 하는 사람이고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말하지 않지만 제 주변의 일들은  신상털릴 위험이 없으면 그냥 다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 정체성이고 제 블로그의 정체성입니다.

솔직히 고민이 안되는것은 아니죠.
내년에는 여긴 사진,카메라,사진작가에 대한 정보만 올리고  IT쪽, 시사쪽을 분가해서 새로 집을 차릴까 하는 생각도 매년 하게 됩니다.
남들처럼 브랜드화 해서 특정주제만 다루는 써볼까 생각도 하게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네요.  세상의 테두리에 절 맞출 필요는 없죠.

제가 좋아서 쓰는 블로그  특정 주제 때문에 쓰고 싶은 이야기 못쓰고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초보블로거들 색이 다 칠해지지 않는 블로그들이 더 좋습니다.  색은 칠해가다 보면  어떤 형태가 나오고 내가 이런것을 좋아하고 주로 쓰는구나 하면서 하나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이지   난 이 주제만 줄창 써야겠다.  하고 시작하면 블로그에 글 쓰는게 재미는 점점 사라지고 블로그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깊이에의 강요처럼 지금 블로그생태계를 보면 카테고리의 강요 혹은 주제의 강요를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