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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사람마음을 대신할것은 없다고 말하는 공기인형

by 썬도그 2010.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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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거지열풍에 휩쌓였을때  한쪽 귀퉁이에 작은 크기로  배두나가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주요 영화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는 기사가 났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주목하지 않았죠. 
 
배두나라는 배우는 2천년도 초에 불어온 신세대와 엽기라는 코드로 반짝 히트한 스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크게 인기가 있는 배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잊혀진 배우도 아닌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을 뿐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있는 배우입니다.
배두나의 연기력은  뛰어나다고도 못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런 수준의 배우였습니다.  아바타에 의해 기록이 깨졌지만  
영화 괴물에도 출연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괴물에서 송강호, 변희봉. 고아성의 존재감은 컸어도 배두나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제 본 공기인형에서의 배두나의 미칠듯한 존재감은 왜 일본인들이 외국 여배우에 몰표에 가까운 표를 몰아주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이 공기인형은 배두나의 영화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배두나의 역활이 무척 큽니다. 또한  역활이 역활인지라  이 역활을 소화해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역활입니다.
 
제목이 공기인형이라서  주점 앞에서  바람춤을 추는 공기인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순화된 이름이 공기인형이지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배두나가 연기한 공기인형 노조미는  섹스돌입니다.   한국에서는 좀 낯뜨거워서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일본이나 서양에서는  이 섹스대용품인 섹스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조미의 존재이유는  섹스대용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하지만 그게 힘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용품이죠.
소재가 무척 일본 스럽다라고 하는 분도 계실것 입니다. 하지만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네요.
 

영화를 시작하면  인형이 하나 나옵니다.  40.50대로 보이는  비정규직 아저씨가 사는 작은 집에  노조미가 단돈 5천엔에 입양됩니다.
그리고  노조미는  가져서는 안될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 노조미라는 인형이 사람이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피노키오 소녀같은 노조미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주인아저씨는 이런 노조미를 모릅니다.
 
노조미는  아저씨가 출근하러 간 사이에  마을구경을 합니다. 거대한 마천루로 둘러쌓인  도쿄 어디쯤의 작은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말을 배우고 세상을 배웁니다.  그리고  근처 비디오가게에 취직합니다.  이렇게 낮에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외로운 주인 아저씨의 섹스파트너가 되는 노조미.  그러다  노조미는 비디오가게 점원을 사랑하게 됩니다.
 
둘은 그렇게 정신적 교감을 나누다 어느날  노조미가  트리를 달다가  손에 상처가 납니다.
노조미는 서서히 바람이 빠져나가고 그걸 본 점원은 너무 놀랍니다.   노조미는 보지 말라고 말하지만  점원은  입으로 공기를 넣어서 노조미를 다시 부풀게 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를 이성적이고 리얼리즘으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어떻게  인형이 사람이 돼~~ 라고 다큐식으로 생각할 분들은 이 영화 보면  욕만 나옵니다.  그러나  그걸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고 감독이 말할려는게 무엇인가를 쫒으면  꽤 좋은 영화로 다가옵니다.
 
 
노조미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도 배우고 영화도 배우고 사람이란 존재를 배웁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죠.  한낱 성인용품에 지나지 않는 노조미.  노조미는 말합니다.   꽃은  수술과 암술만 있다고  피는게 아니고 바람과벌과 나비가 있어서 충분조건이 이루어진다구요.  모든것이  모자른채 태어났고 그 모자른것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넣어 주는게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나와 다르면  왕따를 시키고  남과 다르면  집에서 나오질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구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존재가 아닌  나와 다르다고 혹은 남과 다르다고 자학하거나 공격하는  공격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런 이유로  노조미를 산 주인아저씨는  사람들의 관계를 거부합니다.  영화에서는  편린처럼  은둔형외톨이. 나이먹는것을 무서워하는 노처녀.  살인사건에 집착하는 할머니. 그리고  낮에는 어린 상사에게 깨지기 일수인  패스트푸드 점원인 주인아저씨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서 얻는 기쁨보다는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자기안으로 숨는 사람들을  스케치 합니다.
 
주인아저씨는 노조미가 사람처럼 움직이는것을  보고 놀랍니다.
노조미는 따지죠.  난 애인 대용품인가요? 한낱 대용품인건가요?   아저씨는  당황해 하면서  차라리 마음이 없던 노조미. 인형이었던 노조미가 더 좋았다고 말합니다.   
 
관계맺기가 싫어서  인형을 사왔는데 인형이 사람이 되었으니 난감해 하는 아저씨. 
 
영화는 삭막해진 인간사회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따라 움츠러들어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거부하는  현대인의 모습들. 그러나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그래서 노조미같은  대용품을  찾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노조미 같은 존재가 없는 세상이  감독과 원작가가  그리는 노스텔지어인듯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노조미가 살고 있는 집도  빌딩숲에 쌓인 도시의 허름한 공간입니다.  
 
도시는 꽉차있지만  노조미처럼 속은 텅텅 빈 사람들이  서로에게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출근시간의 랜덤구간을 지나  회사에서의  고정인맥구간을 지나  다시 랜덤구간의 퇴근길을 지나서  익명의 자기방에서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노조미는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 가면서 좀 이상해 집니다.  관조적인 느낌의 영화에서 엽기물이 되는데  그 장면이 너무 그로테스크해서  헉 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감독이 꼭 넣어야 할 부분이고  노조미가 세상과 소통하는 부분 상처받는 핵심부분이기에  꼭 넣었어야 했지만  
좀 세련되게(주제 넘지만) 다른 표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의 후반에는  오다기리 조가 깜짝 출연해서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영화는  화질이 너무 예뻐서  영화 하나하나가  스틸사진으로 활용해도 될 정도로 색감과 풍광이 참 좋습니다.
정말 특이한 소재의 영화.  그걸 연출하고 소화해낸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노출씬도 많고  어려운 해석력과 연기력을 요하는 노조미 역활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두나라는 배우를 다시보게한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독이 말할려는  의도를 놓치면  이 영화 배두나가 훌렁훌렁 벋는 에로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뭐 그런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단점도 있고 미흡한 점도 있는 영화이나  그걸 넘어서는  이야기와 독특한 세계가 담긴 영화입니다.
꼭 보라고 말은 못드리겠지만 이 봄에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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