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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by 썬도그 2009.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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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8-17T15:34:320.3810

유명 감독이 쓴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은 감독이 혼자 독백하듯 자위하듯 쓴 책들이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유명감독들이 자신이 직접 글을 써서 책을 낸 책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대필이나 평전 혹은 인터뷰를 옮긴 책이죠.  몇 달 전에 읽은 유승완 감독의 책은 정말 졸작이었습니다.  건성건성 길가다가 혹은 단체메일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설문조사 메일을 대충 써주고  영화쿠폰 하나 받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감독을 인터뷰한 책들은 괜찮은 책들이 많습니다.  신해철의 쾌변독설도  지승호라는 훌륭한 인터뷰어가 있었기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신해철이 직접 썼다면 별로 였을 것입니다.

인터뷰어가 능력이 좋으면  인터뷰이의 무뚝뚝해도 좋은 말을 이끌어 냅니다.
영화기자 출신의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몇 안되는 영화평론 가중 가끔 글을 찾아 읽습니다.
지난주에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박찬욱 감독전을 했을 때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관람 후에 박찬욱, 송강호, 신하균을
인터뷰하는 이동진 평론가(편의상 평론가라고 할께요)의 말솜씨에 놀랬습니다.  정말  철저하게 영화를 분석하는 사람이구나 감탄을 했습니다. 사실 박찬욱 감독보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이끌어 내고 영화의 맥을 집어내는 모습은  실로 대단하더군요

이 이동진평론가는  조선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에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언제나 영화처럼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끔 독자들에게 돌발퀴즈를 내기도 합니다. 저도 한번 참여해 봤는데  영화속 한 장면을 올리고 알아맞히는 퀴즈였습니다. 예전 PC통신 시절 영화 퀴즈가 생각나더군요.  이동진 평론가는  소통을 잘합니다.  그리고  말이 곱습니다.
곱다는 것은 여타의 평론가들이 현학적인  일상에서 쓰지 않는  영화 논문 속에서나 들을만한  언어들을 구사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반해  이동진 평론가는  그런 모습이 적습니다.  모든 글들이 일상용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평론의 깊이는 대단합니다.  냉철한 분석력과 영화감독도 모르는 영화들 관의 연관성을  들추어내서 감독을 놀라게 합니다.
두사부일체에서 머리를 몇대 때리나 세고 있는 사람이 이동진 씨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책 하나를 냈습니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 책은 이동진 닷컴

http://www.leedongjin.com/

에 올라온 감독과의 인터뷰인 부메랑 인터뷰를 책으로 묶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동진 닷컴에 올라온 글들은 실제 인터뷰 내용의 20%만 담겨 있지만  이 책은 인터뷰 내용의 80%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 감독인, 홍상수, 봉준호, 류승완, 유하, 임순례, 김태용과의 마라톤 인터뷰를 책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책 형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감독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그냥 질문하지 않고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 속 대사를 읊어 부고  연관된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죠.
살인의 추억의 명대사인  밥은 먹고 다니냐?  를 낭독하고   이동진 씨가  감독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는 것이죠.
이 독특한 인터뷰 방식 때문인지  인터뷰 내용을 보면 건성건성이 없습니다.  짝패를 찍은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책 보다 이 책에서 더 성실하게  답합니다.   이 책을 들자마자 봉준호 감독 편을 읽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단편영화 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감독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김뢰하 씨가 나오고 임상효 씨가 나왔던  명작 지리멸렬은 지금 봐도 유쾌한 영화입니다.

이후 플란다스의 개만 빼고 그의 영화를 다 봤는데  그 영화들의 숨은 비밀과 뒷이야기를  몽땅 밝히더군요.
질문은 한 톨의 비밀도 놓치지 않게  씨줄과 날줄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비밀들을 낚아 올립니다.  괴물에서  세균 잡는다면서 오렌지색 약품인가를 투하하는 모습이 괴물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는 등의 우리가 몰랐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책 자체가 하나의 DVD 코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좀 더 진지하고 방대합니다.  책이 얼마나 두꺼운지 백과사전을 읽는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의 단점도 있는데요. 먼저  위의 6명의 감독을 잘 알아야 하며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편 이상은 봐야 글 읽는 재미가 납니다.
예를 들어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한편도 안 본 사람이 홍상수 감독 편을 읽으면  시간낭비입니다.  제가 홍상수 감독 영화를 한편도 보지 못했는데 읽으려고 하니 힘들더군요.

봉준호 감독에 대한 생각과 작품세계와 감독론까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마더의 라스트씬인  석양이 지는 관광버스 안에서 춤을 추는 김혜자 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그거 찍으려고 1년을 준비했다는군요. 태양 각도와  남에서 북으로 이러지는 도로 등   그런 노력 속에서 올해 최고의 명장면을 찍어낸 듯합니다.

이 책의 아쉬움이 있다면  박찬욱이나 김지운 감독 등의 부메랑 인터뷰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뭐 부메랑 인터뷰 2에 나오길 기대해야겠죠.

책 마지막은 이동진 평론가를  씨네 21 후배 기자가  인터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끝맺음합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네요.  형식의 파괴 아니 형식의 창조로  책을 윤택하고  생기 있게 만든 아이디어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영화광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 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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