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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여행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영화 안경

by 썬도그 200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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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7-10T12:03:000.31010

블로그를 하면서  여행을 더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고비도 있었지만  그 고비 때마다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은 다시 블로그에 마중물이 되어 블로그라는 펌프를  가동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두 번의 여행을 가졌습니다. 작년에 여수, 순천으로의 여행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이 고무 두레박과 우물에 자라난 이름 모를 잡초들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여수 대경도에서  나올 때  마을 어르신이  눈썰미로 나를 관광객으로 보셨는지  관광 잘하셨냐고  다독이는 말씀이 아직도  여수 앞바다의 너울처럼 제 마음속에서 울렁입니다.

여행을 왜 떠날까요?  여러 가지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훌쩍 떠나고 싶다라는 장탄식은  여행에서  일상의 지겨움과 짜증을 덜기 위함이 있을것입니다. 작년의 여수로의 여행은  그런 장탄식에서 나왔습니다.
블로그 운영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 나이 듦에 대한 막중한 책임에 대한 스트레스  아 답답해~~  내 안에서는 울부짖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달래기 위해  멀리멀리 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수를 찾았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책을 넣었습니다.  이동하면서  틈틈이 읽으려고요.  그리고  여벌의 옷도 준비했습니다.
MP3도 준비했습니다.  PMP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런 것을  만져볼 시간도 없었습니다.  2박 3일의 여수 여행은  사실 첫날 계획만 세웠습니다.   첫날 여수의 세계 불꽃축제를 볼 계획이었고
그 계획은 지켜졌지만  불꽃놀이가 예상시간보단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계획이 다 헝클어졌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방학중 일과표를  둥그런 시계 모양에 그린 후   파이 잘라먹듯 그려서 계획을 짜듯  첫날의 계획이 그렇게 헝크러트러지고 나서  이렇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뭘 보고 어딜 가고  하는 여행이 싫어지더군요.
뭘 꼭 보고 뭘 꼭해야 하고  어딜 꼭가야하고  어디를 갔으면 거긴 꼭 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 구차하더군요.
여기까지 와서  뭘 해야하고   어딜 가야 하고~~  하는 계획을 해야 할까?

여수 여행도 좋았지만  그다음 날 순천 여행의 추억은  여전히 저의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순천 여행은 계획에 없었습니다. 그냥 즉흥적으로  여수에서 순천이 가깝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PC방에서 즉흥적으로 정했습니다.


아 맞다!! 영화평 하고 있었죠.  ㅎㅎㅎ  영화 안경을 보면서  제 지난 여행의 추억들이 갑자기  봇물 터지듯 밀려왔네요
영화 안경을 찾은 이유는 3가지입니다.

먼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고   전작인  카모메 식당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이 감독의 영화라면 나의 영혼의 주파수와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주연배우인

고바야시 사토미

(타에코),

모타이 마사코

(벚꽃)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느  고바야시 사토미라는 아줌마의  귀여운 모습이 S라인의 젊은 처자들보다 좋더군요.   거기에 

모타이 마사코

(아래 사진 가운데) 아줌마도 좋아합니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사토미가  카모메 식당 주인으로   마사코가  길 잃은 여행객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 안경에서는  두 배우가  역할이 바뀝니다. 이 재미 솔솔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포스터입니다. 

포스터 좀 크죠?  일부러 큰 것 올립니다.

전 이 포스터의 배우들은 체조 동작도 흥미로웠지만   배우들 뒤에 있는  에매랄드 빛  푸른 파다에 눈길이 가더군요.
저거야 저 빛,  저 바다 빛이라면  이 영화  아깝지 않겠어. 저 물빛만 봐도  돈 아깝지 않을 거야.
위의 3가지 이유와   선반 세린님이 추천해줘서  과감하게 봤습니다.

이 영화 멀티플렉스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아닙니다. 더구나  2007년도 작입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고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즉  관객이 영화에 대한  욕구가 커야 합니다.
저도 위의 3가지 이유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했으면 이 영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훌륭한 영화 보지 못하고  살았을지도 모르죠.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줄거리를 좀 거론할 건데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릴러도 추리 영화도 오락물도 아니라서 
줄거리를 좀 이야기할게요. 이해해 주십시오.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거든요.  그래도  보실 분은  제가 글을 테두리를 파란 섹으로 둘를 테니  파란색 테두리 글은 넘겨주세요.



이야기는 이렇다.


타에코(사진위)는  여행가방을  들고 외딴곳에 도착합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타에코는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합니다.  민박집은  간판도 없습니다. 주인인 유지는  간판이 크면 손님이 많이 오게 된다고 일부러 작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참나!  뭐야 저 주인  장사하기 싫은 건가? 속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맞아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되지  때부자가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니.    돈벌레로 돈만 긁어모으다가 정작 쓰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라는 소리도 마음속에서 나오더군요.  타에코는   유지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먹고 잡니다.

그러나 타에코는  유지와  유지의 대단한 관계인  벚꽃과  관계가 서먹서먹하니다. 벚꽃은 머리가 약간 지긋한 아줌마입니다.

위 스틸 사진 중  가운데 있는 분이  벚꽃입니다. 벚꽃은  유지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봄마다 찾아와서 홀연히 떠나곤 합니다.  사쿠라는  아침마다  동네 사람들에게 체조를 가르치고 함께 합니다.
타에코는  해변가에서 펼쳐지는 군무 같은  사쿠라가 만든 체조를 지켜봅니다.  민박 주인 유지가 함께 하자고 해도 뒤로 물러섭니다.  타에코는  사연이 많은 듯합니다.  제가 여행을 떠난 이유처럼 여러분들이 여행을 떠난 이유처럼  머리를 좀 비우려고  왔는데  자꾸 벚꽃과 유지가  방해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시골 아줌마들처럼  오지랖 넓게 

아따~~ 뒤로 빼지 말고 싸게 싸게 같이 들잖게~ 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일본인 특유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죠. 벚꽃과 유지가 타에코를  방해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닙니다.  타에코의 아침잠을  체조의 노래로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생물 선생님이자 아침을 같이 먹는  하루나까지 등장합니다.
사진 맨 오른쪽 안경 낀(그러고 보니 배우들 대부분이 안경 끼었네요)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분이 하루나 생물 선생님입니다.  하루나 선생님은  좀 까칠합니다. 벚꽃나  민박 주인 유지(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와는 다르게 타에코에게 직설화법으로 물어봅니다. 여기 왜 왔어요?  언제 떠날 거예요?    

타에코는  시끄러운 지구를 떠나서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 왔는데  아침을 방해하고  자신의 여행 이유를 묻는 사람들이 싫어서  민박집을 떠납니다. 근처  다른  민박집으로 떠나죠.  그러나 그곳은 이상한 곳입니다.  하루 종일 텃밭을 같이 일구고 식사를 하는 농촌체험 민박집 (사실은 모텔 정도?)이었고  타에코는 짐가방을 싸들고 나옵니다.

털레털레 다시 처음 왔던  민박집으로 향합니다. 유지는 걱정됩니다. 그 손님(타에코) 금방 나올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되죠.
이때  벚꽃 아줌마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타에코는  짐가방을 들고 그 자전거를  타려고 하다가 벚꽃의 매서운 눈빛에  자기 몸만 태우고 처음 왔던 민박집으로 향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아니 저 바퀴 달린 여행가방은 어쩌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뭐에 쿵하고 얻은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저 여행은  뭘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게 아닌 비우러 가는 것이지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여행 갈 때마다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갔었는지  정작 여행하면서 바리바리 싸간 것들은 짐이 될 뿐 한번 들 여자 보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타에코는  점점  벚꽃 아줌마 마아 민박집주인 유지와  생물 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살며시 빠져듭니다.  벚꽃 아줌마의 해변가의 체조도 따라 해 보고요.

생물 선생님은 식사시간에  물어봅니다.  타에코도  아침에 해변에서 체조를 같이하자고요.
하지만 타에코는  왠지 모르게  이곳의 세계에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그러다 티격태격하죠.
그런데  벚꽃 아줌마는 그저 빙그레 미소만 짓습니다.   타에코는 사쿠라아줌마에게 왠지 끌립니다. 사쿠라아줌마는
해변가에서 빙수가게를 운영(?)합니다. 운영은 하지만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짜로 팥빙수를 주지는 않습니다. 팥빙수 값으로  만돌린 연주나  종이학이나 종이로 접은 돼지나 소를 받습니다.   타에코는  팥빙수를 먹겠냐는  벚꽃의 말에 싫다고 거부합니다. 이런 거부는 영화에서  타에코가  벚꽃과 이 해변가 마을의 풍경에  모래가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나중에는   타에코가  팥빙수를 달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타에코가  솜사탕같이 커다란  팥빙수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 풍부한 표정과  느낌은  이 영화의 화룡점정입니다.   타에코는  벚꽃아줌마에게 푹 빠지죠.   뭘 해야겠다  혹은  달아나야겠다라고 시작한  타에코의  여행은  변화가 생깁니다.   명품 팥빙수를 파는(?) 사쿠라 아줌마는  팥을 조리면서    타에코에게 조심하라고  합니다.   천천히 조리는 게  비법이라고 살짝 알려주죠.  뭐든 급하면 지나치기 쉬운 법.  타에코는  핸드폰 신호를 피해 도망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느끼게 됩니다.

타에코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위해  생물 선생님의 자동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다가  안경을 바람결에 떨어트립니다. 그러나  타에코는  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안경쯤 없으면 어때?
저는 왜 영화 제목이 안경일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짐작한 것은   안경이란  복닥스런 일상의 편견을 벗고  편하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자! 가 아닐까 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벚꽃 아줌마가 아침마다  목석처럼 자고 있는  타에코를 지켜보면서 무릎 꿇고  문안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에코가 머리맡의 안경을 쓰고서 난감해하던 모습들이  생각나더군요.

안경을 벗는다는 것은  편안함을 말하는 것이고 안경을 쓴다는 것은 다시 복닥스런 세상에 뛰어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안경을 끼지 않아서  그 느낌을 잘 모르겠지만 안경 끼는 분들은  하루 시작을 안경을 끼는 것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걸듯   하루의 시동은 안경이 아닐까요?


이 영화는  마음에 근심과 상처가 가득하고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으나  여유치가 않은 분들 파란 동해가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한 달 전에 동해 장호항에 갔다 왔지만  안경의 파란 바다를 보니  다시 마음에 파도가 치더군요.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린 옥빛을 담은 영화입니다.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상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삶에 힘들어하는 친구와
함께  푸른 바다를 같은 바라봐주는 게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요?   이 영화 정말 진부함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강아지처럼   소중한 것을 물고서 해변 어딘가에 파묻고  그 파묻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

어쩌면 강아지의 행동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뭘 하려고 하고  무엇인가를 얻어야만 여행 잘했다~~ 라는 자위의 모습,  그걸 넘는 여행의 느낌을 담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보니  앞으로의 여행의 목적이 달라질 듯합니다.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이번 휴가에서  피부를 태우고  여행에서 뭘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리는 혜안을  영화 안경을 우리에게 여행의 정수를 알려주는 듯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번 찾아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벚꽃 아줌마의 팥빙수를 해변가에서 먹어보고 싶네요.
경쟁사회에 지친  관계 짓기에 지친 당신에게 심하게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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