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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그 다이아몬드보다 강한 모성의 성을 담은 영화 마더

by 썬도그 200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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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6-30T22:21:480.31010

초등학교를 들어가지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동네 어귀 여중학교 앞에 리어카로 과일행상을 하는 아저씨가 과일행상을 마치고  리어카를 천 막치는 천으로 덮어 놓고 가셨더군요.  동네 아이들이 어슬렁 지나가다가  한 아이가 리어카를 들쳐봤습니다.  그 아이의 눈에는 횡재했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봤고  몇몇 아이들이  그 과일행상 리어카 천을 뒤집고  포도를 따 먹었습니다. 

사실 그게 나쁜짓이라는것을 조금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리가 되다 보니  그런 죄책감은 느슨해지더니  하나둘씩 그 포도를 먹었습니다. 저도 그 행렬에 가담했습니다.  변명이지만 저는 좀 소극적으로 가담했죠.   뭐 그거나 그거나 도둑질을 한 것은 맞죠, 그러나 그 당시는 도둑질이고 걸리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 일은 커지게 되었고  리어커 위에 있던 포도 3분의 1쯤을 먹은 듯합니다.  그때 서로들 알았죠. 큰일 났다.
다시 포도를 뱉어낼 수도 없고 그냥 도망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과일행상 아저씨는 동네에 와서 몇몇의 아이들을 잡아서 족쳤습니다. 아이들은 사실대로 말했죠.  실토한 아이들은 포도값을  물어주고  엄마들은 싹싹 빌었습니다.
몰라서 그랬다.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들 아니냐.  이해해달라~~ 읍소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 과일행상 아저씨가 무서운 게 아닌 엄마가 무서웠습니다.  우리 어머니 젊으셨을 때는 아버지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한번 때리면  뼈에서 소리가 나야 멈추십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저는 방 안에서  오금을 떨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과일행상 아저씨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아저씨는 증거도 없이 그냥 찔어보듯이 우리집에 들어와서 물어보더군요.  빨래를 하던 어머니는  우리집 아이가 절대 그럴 일 없다면서 큰소리를 치시더군요.
그 기세에  씩씩거리던 과일행상 아저씨는  쭈뼛되더군요.  엄마는  저를 부르더니 아~~ 해보라고 하더군요.
보라고  포도 먹은 흔적이 없지 않냐고  되려  과일행상 아저씨에게 따지십니다.  남아 있을 리가 없죠. 어제 일인데요.

아저씨는 그냥 갔습니다.  이후 제가  도둑질에 결벽증이 생긴 것이 그때의 엄마의 새끼를 감싸는 모습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가  일명 뽀리(도둑질) 까는 행동을 자주 하더군요. 녀석은 그게 객기인지 스스럼없이 하는데 저는 그 친구를 밀쳐냈습니다.  그냥 친구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전 그런 친구가 용납이 안되더군요. 또 그렇다고  너 그러지 마라~~ 라는 말은 못 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서두가 너무 장황했네요. 하지만  어릴 적 강한성과 같은 어머니의 품에 대한  기억을  영화 마더가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영 화 마더는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박찬욱 감독과 봉중호 감독이 같은 감독 같다는 착각을 많이 합니다. 둘 다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이고 둘다 이야기꾼이라는 비슷한 모습이 있어서 일까요?     거기에 올해 칸영화제에서 두 사람 모두 칸에 초청을 받습니다.

칸에서 상을 받고 돌아온 영화 박쥐가 사실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영화 마더는 그냥 보기가 싫더군요.  분명 두 사람은 다른 감독인데  말이죠.

그래서 안 봤습니다.  개봉한 지 2주가 넘었죠?
그런데 트랜스포머가 점령한  극장가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더군요. 뭔가는 봐야겠는데(할인쿠폰이 있었음) 볼만한 게 없어서 마더를 골랐습니다.  박쥐같이 애매모호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마더는  애매모호하고  은유법과 알레고리가 많은 작품은 아닙니다. 그냥 아주 쉬운 작품입니다.
하나의  큰 이야기의 강에  어머니라는 돛단배가  그 험한 세상의 풍파를 아들 하나를 지키기 위해 넘는 위대한 모성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갈대밭에서  퀭한 눈을 한 김혜자가 춤을 춥니다. 막춤은 아니고  느낌이 강렬한 춤입니다. 탈춤 같아 보이기도 하고  탱고도 아니고  살풀이 춤 같기도 하고   영화는 초반에 절 점령하더군요. 김혜자의 춤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본 그 어떤 춤보다 아름답고 유의미합니다. (영화 다 보고 나면 알게 되죠)

내용은  다 아시다시피  정신장애가 있는  아들을  노심초사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 아들은 정신지체가 있는데 기억에 대한  장애도 있습니다. 바로 전에 일어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쓴소리 좀 하자면  아들 역을 한  원빈의 연기는  가슴에 와닿지 않네요.,  눈이 맑은 아들이라는 지문 하나 때문에  캐스팅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혜자와 진구의 연기 때문에 더 폄하하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고 발연기는 아니고요.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천성이 착한 아들이 어느 날 여고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범행 현장에서  아들이 남긴  골프공 하나 때문이죠. 경찰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아들을 잡아갑니다. 그것도 정신지체가 있는 아들을요. 엄마는  미친 듯이  결백을 주장합니다. 심지어 죽은 여고생 장례식까지 가서 

우리 아들이 안 죽였거든요
라는 말을 합니다. 이때 김혜자 씨의 표정은 압권입니다. 전원일기때부터 국민어머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혜자씨의 연기야 정평이 나 있지만  영화에서 그 표정을 다시 보니  전율이 일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혜자 씨는 영화와 큰 인연이 지금까지 없었네요.

경찰은 하품하듯 살인사건을 처리합니다. 전작 살인의 추억 2편이라도 되는 양 지리멸렬한 수사로 사건을 종결짓습니다. 하지만 어미의 전쟁은 이제부터 입니다. 

영화에서 죽은 여고생의 평판을 캐기 시작하는 어머니, 캐면 캘수록 죽은 여고생의 과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고생은 치매가 있는 할머니와 사는데 먹고살기 위해 원조 교제를 합니다.  저는 이 여고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년 전에 떠들썩했던 한마을의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온 마을 대부분의  남자가 그 여학생을 성폭행
다는  뉴스가 오버랩되더구요.  이 마더도 살인의 추억처럼 하나의 실제 사건이 소재가 되었구나 하고요.

물론  소재로 사용했지만 그게 주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부주제 정도는 될 듯하네요.
영화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어미의 날것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그 모성의 비린내는 광기를 깨웁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내편이 아닐 때도 어머니만큼은 내편일 것이라는 그 믿음과  모성의 광기가 버무려지면서 영화 후반부는 긴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관객은 작은 충격을 받습니다.

엄마보다는 어미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영화 마더.  엄마 마음은 엄마가 되어봐야 안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게 하는 영화 마더는 우리 안의 엄마라는 관념을 스크린에 그대로  판박이로 배겨낸 듯한 강렬함이 있는 영화입니다.

아랫부분은 스포 내용이 있으니 보신 분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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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  진범이 잡히고  그 진범을  김혜자가  볼때 그  섬뜩함과  죄스러움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다운증후군을 하고 있는 진범,  어미는  물어봅니다. 엄마가 있냐구?   진범으로 잡힌 그 얼굴을 보면서 어미는 무너집니다.  그리고  내 새끼를 위해서 다른 어미의 자식을 팔아먹는  비열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린 그 모습에 손가락질을 못합니다. 어미는  저래야 한다는 본능이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김혜자가  관광버스 안에서  다른 아줌마들과 역광을 받으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절대 잊히지가 않을 듯합니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영화를 늦게 본 게 좀 후회스럽고  그래도 극장에 걸려 있을 때 봐서 다행스럽습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있는 봉준호 감독의 그 디테일한 연출에  다시 한번 놀랍고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가는 모습에는 역시 봉 감독!!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엄마 등에 업혀서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외가댁에서 저녁 늦게   불빛 하나 없는  뒷동산을 넘던 엄마의 그 강한 모습이 생각나네요.   어머니 그 강한성을 원형 그대로 담은 영화 마더,    꼭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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