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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독서율은 떨어지는데 왜 서울국제도서전은 대박이 났을까?

by 썬도그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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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코엑스에 갔다가 <2025 서울국제도서전> 전시회를 봤습니다. 2015년 이후로는 전혀 가지 않는 전시회입니다. 제가 서울국제도서전을 가지 않는 이유는 여러 번 찾아갔다가 매번 실망한 후에는 안 갑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참가하는 대형 출판사가 적었고 재미도 없고 책을 저렴하게 살 수도 없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안 갑니다. 

15만 명이 다녀가서 초대박이 난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5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에서는 수 많은 전시회를 합니다. 3층에서 열리는 IT 관련 전시회를 둘러보기 위해서 코엑스에 갔더니 1층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더라고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책 좋아하던 저도 요즘은 책을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읽을 시간이 없고 노안까지 와서 책을 갈수록 더 멀리하게 되네요. 

 

이 2025 서울국제도서전 줄을 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여자들만 가득했습니다. 

보통 이 전시회는 여성 관련 전시회가 아니라서 남자와 여자 비율이 비슷했는데 올해는 여자만 가득해서 SNS에 올렸더니 한 출판 관계자 분 설명이 댓글로 달렸는데 요즘 출판계 주요 고객층이 20,30대 여자라고 하네요. 

 

그리고 뉴스를 보니 역대급 인기가 폭발해서 올해 무려 15만 명이 서울국제도서전에 왔다 갔다고 하네요. 이 서울국제도서전은 무료가 아닙니다. 얼리버드 성인 표가 6천 원 8천 원일 정도로 꽤 가격이 나갑니다. 현장 예매는 1만 2천 원이나 합니다. 최근에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2015년에는 알라딘, 예스24 및 대형 출판사가 거의 참석하지 않아서 대실망을 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나 봅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배치도를 보니 김영사, 창비, 인플루엔셸, 다산북스, 민음사 등등 유명한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했네요. 

2025 서울국제도서전

최근에는 출판사가 아닌 동네 책방도 참여하고 굿즈 판매하는 곳도 늘어서 좀 더 다채로워졌네요. 사실 이 책이라는 것도 생산자(출판사와 작가)도 중요하지만 그걸 소개하고 판매하는 유통의 최전선인 서점 특히 동네서점도 중요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안내하느냐에 따라서 판매량이 확 올라가니까요.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왜 대박이 났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매년 성인독서율은 위와 같이 급격하게 하락을 하는데 서울국제도서전은 대박이 난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어떤 분은 요즘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더 많이 읽기에 성인 독서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디오북, 전자책, 종이책 포함한 종합 독서율을 봐도 2013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한 달에 3권 이상 읽었지만 요즘은 안 읽습니다. 저를 보더라도 알 수 있죠. 

 

1.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

2025 서울국제도서전

지금은 도서관에서 너무나도 쉽게 한강 작가의 책을 빌려볼 수 있지만 노벨문학상 받았을 당시는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책 구매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은 분들도 책을 읽어보고 바로 내려놓은 분들도 참 많습니다. 한강 작가 소설 중 몇몇 소설은 내용이 기이하고 강한 소재라서 잘 읽히지 않은 소설도 많거든요. 

 

제가 살면서 크게 놀란 사건이 몇 개 있는데 그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건이 노벨 문학상 수상이었습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전무후무할 일이었지만 이 노벨문학상 수상은 약간은 예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수상할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국 소설에 대한 자부심이 크게 올랐죠. 

 

한국 문학의 쾌거이지만 동시에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를 전 세계가 좀 더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 소설 중에서 뛰어난 한국 소설이 꽤 있거든요. 다만 번역이 미흡하거나 유통 등등 여러 가지 여건이 참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강 작가로 인해 한국 문학도 전 세계에 더 많이 소개되고 또 많은 새싹들이 문학가가 꿈인 아이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 너무 기분 좋네요. 

 

이 영향이 컸습니다. 노벨 문학상 받은 다음 해 서울국제도서전이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2. 20,30대 여자들의 높은 도서 소비

역사는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20,30대들을 여러모로 잘 기록할 겁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세대가 20,30대 여성들입니다. 지난 12월 얼어붙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응원봉을 흔들던 많은 20,30대 여성분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이러면 또 갈라 치기다 어쩐다 하시겠지만 실제로 여자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분들의 성향이 또래 남자들과 크게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흑백 논리는 아닙니다. 다만 20,30대 여자분들이 좀 더 세상에 대한 의견이나 시선이 적극적입니다. 

 

이는 도서 구입 열풍도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저도 게임을 즐겨하고 지금도 하루에 1시간 정도 게임을 합니다만 게임을 하면 시쳇말로 자극만 남을 뿐 삶에 어떠한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마취제입니다. 반면 책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도모하고 바라보는 힘을 주죠. 그래서 제가 책을 극찬을 하는 겁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도서 구입비를 보면 전자책은 20대가 압도적으로 높고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종이책도 20,30대가 높습니다. 이 그래프는 여성 남성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독서 빈도가 독서율이 좀 더 높은 건 우리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죠. 

따라서 20,30대 여자분들이 출판사들의 주요 고객이 되었고  이런 이유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여성이 약 70% 정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20,30대 분들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직접 찾아가고 즐기는 흐름이 있는데 이 영향도 서울국제도서전의 큰 인기를 끄는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하네요. 

 

3. 독서율의 양극화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많이 읽는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독서율도 양극화입니다. 책 안 읽는 사람은 더 안 읽습니다.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습니다. 성인 독서율은 1년간 일반 도서를 최소 1권 이상 읽으면 포함이 됩니다. 2023년 기준 성인 독서율이 43%라는 점은 10명 중 6명은 1년에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포함 단 1권도 안 읽었다는 소리죠. 

 

이유는 많죠. 유튜브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나오면서 많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러나 독서의 효험과 효용을 잘 아는 독서자들은 1년에 10권 읽던 것을 더 늘려서 15권 20권 식으로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5 서울국제도서전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1년에 20권 이상 책을 읽는 분들은 매일 읽는 빈도가 13%이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72.2%로 거의 매일 일고 자주 읽습니다. 이런 다독가들이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삽니다. 남들 틱톡보고 유튜브 볼 때 이분들은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독가 분들이  서울국제도서전에 갈 확률이 높죠. 

 

이 다독가분들 덕분에 독서율은 매년 급속도로 하락하는데 출판사들이 먹고살 수 있습니다. 

 

4. 패션 독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

사진전이나 미술전에 가면 꼭 보는 풍경이 남자 친구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여자분은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옆에서 동영상으로 또는 사진으로 담는 걸 자주 봅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올리죠. 전형적인 패션입니다. 자신을 꾸미는  과시적인 행위죠. 

 

정말 작품을 감사하는 분들은 작품을 찍지 그걸 바라보는 자기는 잘 찍지 않습니다. 남들이 나~ 지적인 사람이야, 갤러리도 가는 사람이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올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진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과시적인 사진이구나로 생각하죠. 

 

독서가 힙하다면서 패션으로 여기는 분들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책 내용은 전혀 심지어 책 제목도 소개 안 하고 책 읽는 내 모습을 , 도서관에서 책 읽는 나를 촬영해서 SNS에 올립니다. 이런 보여주기식 독서를 '패션 독서'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습니다. 패션 독서도 독서라고 하는 분도 있고 그건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베개로 사용하건 병풍으로 사용하건 책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책을 사면 이유가 어쨌든 땡큐라고 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저는 분명 이 패션 독서 열풍이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열풍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이를 넘어서 굿즈 판매 부스가 많아서 서울국제굿즈 전시회라는 비아냥도 들리는 것도 무시할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으니까요. 다만 그걸 진정한 독서다 아니다고 하는 것도 오지랖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런 패션 독서를 지양합니다. 결코 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러지 말라고 지적하고 삿대질하고 옳지 않다고 할 자격도 이유도 없습니다.

 

어떻게 소비하든 말든 사용자가 알아서 할 일이죠. 패션 독서를 하는 분들도 패션의 효과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겁니다. 

뭐든 관객이 있어야 쇼를 하는 맛이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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