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끼고 있는 동네는 기본적으로 아파트가 거의 없어요. 다만 요즘은 건축 기술이 좋아져서 산비탈에도 레고 블럭 같은 아파트 잘 박아 놓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아파트 지을 수가 없어요. 아마 경관지구라서 건축 허락이 안 나기도 하지만 애초에 재개발, 재건축을 하려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다만 부분 개발, 개별적인 재건축은 하고 있습니다.
삼청동이 그렇고 여기 소개할 서촌도 그렇습니다. 삼청동이 지나다니는 길만 지나다니다가 호기심에 삼청동 한미미술관 뒤에도 꽤 많은 집들이 있어서 놀란 기억이 나네요. 서촌도 그렇까요?
서촌의 산 꼭대기 동네들
서촌은 행정명은 아니고 옥인동, 누하동, 누상동 등등 다양한 행정동이 뭉쳐 있는 공간입니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동네라서 서촌이라고 하죠. 요즘은 핫플레이스로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졌고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서촌도 가는 곳만 가게 되죠. 저도 서촌에 간 것이 2012년 경으로 지금도 자주 찾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처음입니다.
친일파 첩의 가옥인 '옥인동 윤씨가옥'을 촬영하고 있는데 한 분이 쑥 지나갑니다. 응? 여기 길이 있나? 하고 쫄래쫄래 따라 올라갔더니 아~~~ 이런 골목이 나오네요. 빈집도 있고 저주하는 집도 있습니다.
필운대로 9가 길이라는 도로명 주소가 있네요. 도로명 주소는 정확한 위치를 직감적으로 알기 어려워서 짜증난데 이제는 이 도로명 주소로만 표기하네요.
이렇게 빈 공간도 있스빈다. 집 2~3채가 있던 곳인데 허물고 뭘 짓지는 않네요. 여기는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워서 집을 지으려고 해도 건축 자재를 사람이 지고 올려야 하는 등 건축 난이도가 클 듯합니다. 저 뒤에 집들도 다 그렇게 지었겠죠.
이런 동네는 좋은 점도 있지만 차를 주차할 공간이 근처에 없다 보니 차가 있는 분들은 좀 불편하죠. 그럼에도 저 같이 자연 풍광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아할 동네예요.
산기슭 동네이다 보니 계단은 필수입니다. 계단이 나이 들면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니 계단 보면 이제는 좀 꺼려지게 되네요. 게다가 눈까지 와서 조심조심 올랐어요. 폐 속에 습기 가득한 공기가 훅 들어오니 기분이 상쾌해지네요.
이렇게 빈집도 있습니다. 재건축 하기도 그렇고 이렇게 방치된 집들이 꽤 있더라고요. 가장 좋은 건 싹 밀고 도로 다시 만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요즘 같은 불경기 특히 건축 불경기에는 더 어렵죠.
뭐든 올라가서 보면 더 보기 좋죠.
저 멀리 종로의 마천루가 보이네요.
갑자기 모던한 최근에 지어진 집이 나오네요. 2층 양옥인데 건물이 최근에 지어진 느낌이 가득하네요 마당도 있고요. 이런 산기슭의 집들은 옥상 뷰가 아주 죽이죠. 여름에는 맥주 파티 하겠네요.
작은 짜투리 공간에 들꽃이나 잡초가 아닌 사람이 심은 나무가 있네요.
양옥과 한옥 그것도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한옥들이 공존하는 동네네요. 여기 행정동명은 옥인동으로 보입니다.
좀 걷다보니 거대한 돌덩이가 보입니다. 이런 돌산들이 한국은 참 많아요. 화강암의 나라죠. 그래서 굴착하기도 힘들고 터널 뚫기도 힘들어요. 대신 이 화강암들이 천연 정수기라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든 아주 깨끗합니다. 그래서 물을 그냥 마셔도 되는 나라가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등 몇 나라가 안 된다고 하잖아요. 화강암이 천덕꾸러기라고 생각했는데 화강암이 천연 정류 필터더라고요. 그래서 계곡 물이 참 맑은 한국입니다.
거대한 바위 위에 한자가 적혀 있네요.
옥류동(玉流洞)??? 옥인동인데 옥류동이라고 적은 이유는 여기가 조선시대에는 옥류동이었습니다. 여기 하천이 흘렀다는 소리죠. 그런데 일제가 옥류동과 인왕동을 합쳐서 옥인동으로 만듭니다.
이 옥류동은 17~18세기 당시 조선 최고 권력가문인 '장동 김씨'의 집과 별장이 가득했고 문인들이 많이 모여서 시사를 했던 곳입니다. 경복궁 근처에 있는 계곡과 꽃이 피는 동네에서 술 마시면서 시조 짓기 배틀을 하고 그림을 그렸을 듯합니다. 그래서 진경 산수화로 유명한 '겸재 정선'의 그림 중 이 서촌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많아요. 수성동 계곡도 그의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하천은 복개 되어서 안 보이고 이렇게 계곡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좀 내려가니 타일 외장의 일제 강점기 시절의 한옥이 보입니다.
이런 건물은 적산 가옥 같기도 한데 50~60년 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 외형입니다. 타일이 경도가 강해서 좋죠.
이렇게 새로운 건물 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참 많았습니다. 주택은 아니고 사무실로 사용할 듯한데 여기에 지을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가 또 정기가 좋은 동네라서 아트 관련 사무실이 많이 있을 듯하네요. 바로 옆집은 빈집입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했는데 이렇게 빈집터에 주타 공간이 조금씩 있긴 하네요.
정말 뜬금없이 모던 그자체의 건물도 보입니다. 뭐 하는 건물인지 궁금할 정도네요.
고개를 돌리면 한옥 마을, 고개를 돌리면 부촌 느낌. 참 독특하네요.
내려오는 길에 본 북악산 설경입니다. 알맞게 높은 북악산 웅장하면서도 소담스러운 북악산으로 1년 내내 저 산 보는 재미로 가득한 동네입니다.
반대편에는 인왕산이 보입니다.
서촌을 지나서 청와대 가는 길입니다. 여기도 역사적인 공간이 참 많아요. 계단과 골목길의 동네 서촌. 난생처음 가는 공간을 구경하다가 내려왔네요. 서촌도 안 가본 곳이 참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