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정신을 차려가나요? 2023년 2024년 돈만 들입다 퍼붓고 쫄딱 망한 영화가 숱하게 나왔습니다. 이 망한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CG를 적극 활용한 크리처물이라는 점과 함께 웹툰 원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면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한국 드라마 중 <오징어 게임>을 빼고 대부분은 웹툰 원작이죠.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재미와 인기를 웹툰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가 또 안 보려고 노력하는 장르가 공포 영화와 의사나 검사 같은 사짜 직업 드라마를 최대한 안 보려고 합니다. 이유는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실제로 검사와 의사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안 받는 모습에 귀족 계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문과 1위 검사와 이과 1위 의사의 전쟁을 윤석열 검사 정권에서 똑똑히 봤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일단 좀 보고 판단해 보자 생각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넷플릭스라면 어느 정도 볼륨감도 있고 규모도 있을 것 같아서 봤습니다.
어! 이거 왜 이리 재미있지? 중증외상센터 꿀잼 드라마
볼만한 이유는 높지 않았습니다. 주지훈이라는 배우는 연기의 폭이 아주 넓은 배우는 아닙니다. 드라마 궁부터 봤지만 초기 발연기를 벗어나서 영화 <암수살인>에서 엄청난 연기력에 이 배우 각성을 했구나 느꼈죠. 그러나 연기 톤이 한결같습니다. 약간 껄렁껄렁하면서 액션도 잘하고 강한 역할을 잘합니다. 딱 하나의 이미지로만 잘합니다.
그런데 이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캐릭터 연기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그런데 <중증외상센터>에서 백강혁 교수가 딱 주지훈이 잘하는 캐릭터와 동일합니다. 보면서 주지훈 기사회생했구나 생각할 정도로 연기 정말 잘 어울리네요. 여기에 양재원이라는 별명이 항문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추영우 배우는 처음 봤지만 정말 연기 잘하더라고요. 그리고 천장미 간호사를 연기하는 하영이라는 배우는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매력을 가진 배우입니다.
넷플릭스가 출연료 비싼 배우들 다 내치고 이런 연기 잘하는 배우를 배치한 것 가체가 보기 좋네요. 요즘 배우들 몸값 엄청 올랐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유명 배우들 기용하지 말고 이런 배우들 적극 채용했으면 하네요. 국내에서나 인기 배우지 해외 관객들은 다 무명의 배우들인데 연기력만 믿고 캐스팅했으면 하네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의학 드라마라서 의학에 관한 내용도 특히 더미 기술력이 엄청나서 실제 수술을 하는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의학드라마 많이 만들더니 이제는 할리우드와 미국 뺨치는 수준까지 올라왔네요. 여기에 코믹과 시원통쾌한 장면도 많습니다. 캐릭터들도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긴 합니다만 과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중증외상센터>의 이야기들이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과장도 이해할만합니다.
의학드라마의 재미와 코믹 심지어 액션까지 간간히 나옵니다. 액션도 그냥 액션이 아닌 총격 액션이 나오는데 이 백강혁 교수가 중동지역에서 민간군사단체 의사로 활약했다는 설정으로 의학과 총격 장면이 나오는 독특한 설정의 드라마입니다. <태양의 후예>가 비슷한 것 같은데 그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네요.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 사태를 웹툰으로 만든 듯한 <중증외상센터>
우리에게 중증외상센터을 각인시킨 인물은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장이었던 이국종 교수죠. 제가 아는 의사 이름도 이국종 교수 딱 한 명입니다. 이분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의사가 된 이유는 수많은 생사를 넘나드는 중증 환자를 살려 냈기 때문입니다. 일약 국민 의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국종 의사를 존경했습니다.
그 판문점 귀순 북한군도 총을 여러 발 맞았지만 살려낸 분도 이국종 교수입니다. 그런데 2020년 경 아주대학교 병원장과 이국종 교수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고 이국종 교수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뉴스가 터지면서 병원 내 부조리한 구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중증외상센터는 시초를 다투는 정말 위태로운 환자를 빠르게 치료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헬기 이송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헬기를 호출하고 부르고 중증 환자 살릴수록 치료에 들어간 비용보다 받는 금액이 적다 보니 병원 전체 수익을 갉아먹는 적자의원흉으로 지목됩니다.
병원이 수익을 내는 기업인가?라고 하지만 또 수익이 나지 않은 병원을 국민 세금으로 무한정 보존할 수도 없죠. 다만 중증외상센터 같은 아주 중요한 업무를 하는 곳은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적자를 보존해줘야 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지만 수년 전만 해도 헬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와 아주대학교 병원과 이국종 교수 사이에서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주장은 닥터헬기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119에 매번 헬기 요청 할 수도 없고 닥터헬기를 띄우면 이송 중에도 수술이나 긴급 조치를 할 수 있기에 닥터 헬기를 요구했고 그걸 해결한 것도 이국종 교수입니다. 지금은 대전 국군병원에 계시는 걸로 압니다. 이 이국종 교수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웹툰이 <중증외상센터>입니다.
메디컬 히어로물 같은 <중증외상센터>
의학드라마의 역사는 오래되었죠. 90년대 초부터 의학드라마가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학드라마가 내부 알력 다툼이나 멜로가 섞이면서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다가 멜로로 흐르면 바로 끌려고 했는데 멜로 1도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원작 웹툰을 안 봐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봤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중상외상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가득 나옵니다. 먼저 중증외상이란 교통사고, 대형 재난, 화재 등으로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들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드라마 자체가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달리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 가는 수십 수백 가지 이유 중에 가장 위급한 일이 바로 중증외상센터가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시즌제로 갈 수 있는 매력이 높은 소재이고 실제로 시즌 1의 성공으로 시즌 2까지 갈 듯합니다.
여기에 실제와 다른 점도 꽤 많습니다. 건조하게 담으면 일부만 좋아하겠죠.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들의 선이 굵습니다. 백강혁 교수는 신의 손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고 항문과 조폭이라고 불리는 서포트하는 두 인물의 매력도 엄청납니다. 특히 조폭이라고 불리는 간호사의 의료인이 가져야 하는 사명감 소명의식이 드라마의 감동축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믹축은 윤경호가 연기하는 한유림 외과의사와 빌런역을 너무 잘하는 병원장의 김의성 그리고 의뭉스러지만 너무나도 바르고 건강한 이미지의 마취 박경원을 연기하는 정재광 배우까지 곳곳에 매력 터지는 배우들과 앙상블이 너무 좋네요. 갈등 구조는 중상외상센터의 많은 적자를 싫어하는 병원 내 기류와 맞서는 3명 또는 4명의 중증외상센터 팀원들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대형 재난 사고를 과감없이 보여주는 화려한 비주얼도 한몫합니다. 특히 놀라운 건 수술 장면을 가리고 대충 때우는 방식이 아닌 실제로 더미를 활용해서 보여주는데 이게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수술 장면을 못 보는 시청자도 있으니까요. 저도 수술 장면은 무조건 스킵했는데 다 더미를 이용한 장면이라고 보면 그냥 잘 넘어가네요. 오히려 실제 저렇게 수술하는 것이구나 알게 될 정도네요. 난 동맥 끊어지면 내장이 파열되면 어떻게 봉합하나 했는데 덕분에 과정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팀원들의 하모니가 너무 좋네요. 특히 사수와 부사수의 개념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인 의사 양재원의 성장이 너무 보기 좋네요. 비주얼과 스토리 그리고 연기 모두 좋네요. 그럼에도 이런 좋은 재료를 잘 요리하는 연출가가 중요한데 누구인가 봤는데
2014년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화라고 칭송한 <좋은 친구들>을 연출한 이도윤 감독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는데 정말 좋은 드라마 잘 만들어냈습니다. 주지훈 배우가 왜 주연인가 했더니 이때 인연도 영향을 줬나 봅니다. 배우도 성장했고 감독도 성장했습니다.
설 연휴 추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설 연휴에는 영화관 가야죠. 그런데 전 안 갔습니다.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요. 그냥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보세요. 엄청나게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꽤 잘 만든 드라마이고 꽤 탄탄한 재미도 제공해 줍니다. 주변에 추천하고 다들 추천 고맙다고 할 정도로 다들 재미있게 보시네요. 긴 연휴에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8부작인데 하루에 후루룩 볼 만한 드라마입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재미와 의미와 연기와 연출과 비주얼과 스토리까지 모든 것이 잘 봉합된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