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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민주주의 온기가 가득했던 노무현 시민센터

by 썬도그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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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에 있을 때는 내가 온실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온실에서 나와서 혹독한 추위를 경험하면 아! 그때 내가 있었던 곳이 온실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죠. 전 후회를 잘 안 합니다. 어차피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딱 한 분에 대해서는 좀 후회를 합니다. 물론 저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전 세상이 앞으로 전진하는 줄 알았습니다. 

 

경제발전을 넘어서 민주주의까지 완성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처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줄 알았죠. 또한 당시는 남북통일 모드도 가동 중이라서 한민족은 앞으로 날아오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좀 심하게 비판한 적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대한민국 최고의 태평성대였구나를 깨닫게 되네요. 

 

한 20대 청년이 물어봅니다. 언제가 가장 좋았었냐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이라고요. 경제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더 낫긴 했습니다. 사회 인프라의 대대적인 변화는 2010년 초반에 많이 실현되었고 저도 그때 나라가 부강 해졌구나를 느꼈으니까요.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이전 정권에서 심어 놓은 씨앗이 다음 정권에서 발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선진국 씨앗을 심은 분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창덕궁 돌담길 옆 노무현 시민센터

노무현 시민센터

창덕궁 돌담길의 원서동에는 노무현 시민센터가 있습니다. 여기 원래 불교 박물관인가 미술관인가 있던 곳인데 여기를 매입하더니 이렇게 거대한 건물을 지은 것이 한 3년 전입니다. 언제 한번 간다 간다 하고 시간이 없어서 지나치기만 했네요. 그러다 시간이 나서 들어가 봤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의 바람개비가 가득 보이네요. 건물은 독특한 외형입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입구에는 노무현 재단 정기 후원 가입 부스가 있네요. 많은 분들이 정기 후원을 하고 있어요. 전 노무현 정신을 경험해 봤잖아요. 시민들의 깨어 있는 파워가 세상을 바꾼다는 걸 직접 목격했고요. 물론 깨시민이라고 조롱하는 인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런 나와 다른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요즘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나이 젊은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 양보하고 생각을 수정할 이유도 여유도 있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젊은 꼰대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린 생각의 결론은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입니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데 세상이 그렇게 됐습니다. 이미 결론은 다 내리고 거기에 맞춰서 생각을 하는 인간들 투성이거든요. 따라서 그런 것에 에너지 쏟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고정되면 항상 썩기 마련입니다. 고인물이 달리 냄새가 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전 진보 깊숙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그냥 주변인으로 머물면서 진보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다릅니다. 노무현은 진보의 상징 인물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냥 노무현은 노무현입니다. 한 할아버지가 복도 끝에 앉아 계셨습니다. 누구나 들어와서 몸을 녹이고 생각을 확장하고 나갈 수 있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노무현은 행동하는 시민 정신을 참 많이 강조했고 실제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자기 목소리를 냈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을 때 빠르게 1인당 GDP를 증가시킨 정권이 노무현 정권으로 2003~2008년 사이에 1인당 GDP 증가율이 무려 10,297달러였습니다. 이전 정부보다 81%나 증가했죠. 

 

경제대통령이라고 했던 이명박 정부가 7.2%인 1,673달러, 수요일마다 드라마 보려고 관저에서 안 나왔던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2,837달러로 11,5% 성장을 했습니다. 제가 서두에 말했지만 한국이 성장하는 느낌을 확실하게 줬던 시기가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1인당 GDP 증가액이 4,746달러로 59%, 이은 노무현 정부가 81%로 두 정부가 1인당 GDP를 무려 15,000달러 올려놓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이런 노무현 정권에게 경제를 포기한 경포 대통령이라고 손가락질했던 정당이 당시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지금은 내란 수괴 방탄을 자처하는 국민의 힘의 전신이죠. 제가 화가 나는 건 한나라당은 부끄러움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박근혜 당 대표가 천막당사 쇼를 하고 무릎 사죄쇼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힘은 쇼도 안 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한남동 내란 수괴 관저 앞에서 성명문이나 44명이 모여서 낭독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런 신념이면 윤 수괴가 밥 먹고 가라고 했으면 밥을 먹죠. 그건 또 아니다 싶은지 안 먹고 나오더라고요. 

내 인생 최고의 짜릿했던 대선인 2002년 대선

노무현 시민센터

1층에는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틀어져 있는데 한참 봤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그리고 2002년 연말에 있었던 대선 내용이 나오네요. 지금은 박근혜 탄핵 때문에 대선이 봄에 개최되지만 원래는 겨울이었습니다. 12월 중순에 대선 투표를 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있던 그해는 정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2002년 연말에 김대중 정권 다음을 잡을 대선 후보로 이회창과 노무현이 나왔습니다. 여름만 해도 이회창의 압승이 예상되었습니다. 지금은 더 하지만 당시도 우익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30%는 깔고 가기에 조금만 잘하면 쉽게 대선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삼이라는 경제를 박살 낸 신한국당 출신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과 합당하고 별 쇼를 다 해서 겨우 겨우 당선이 됩니다. 아니 나라 경제 박살 낸 정권이 이름 바꾼다고 그걸 또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입니다. 전 대한민국 국민 중에 아직도 조선시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봉건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기본 30%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근본적으로 우익이 장악하는 시기가 길다고 느껴져요. 

 

이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겁니다. 젊은 우익 세력이 커가고 있으니까요. 2002년 대선도 그랬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그렇게 심한 실정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회창 후보가 대쪽 이미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풀뿌리 대선 경선을 시작합니다.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노무현이라는 당시에는 가능성이 낮은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옵니다. 그러나 힘에 부쳤고 이에 정몽준과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정몽준이 대선 전날 손을 뿌리칩니다. 

 

이때 망했다고 생각했죠. 그렇데 대선 투표 당일날은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침나절은 노무현 후보가 밀렸습니다. 저 날 생각나요. 친구도 저도 주변 사람에게 투표하라고 네이트와 ms 메신저로 문자로 투표 독려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리고 점심 먹고 대역전이 일어납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방송차량들이 이회창 후보 자택 앞에 모여 있다가 오후가 들어서 분위기가 바뀌자 서서히 노무현 후보 자택 앞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당선된 후에 대규모 호위 차량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1층에는 이렇게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어서 내려가 봤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지하층은 강연장과 세미나실이 있습니다. 다목적홀로 다양한 강의를 합니다. 노무현 시민센터가 뭐라고 정의하자고 하면 노무현 정신을 느낀다는 거창한 걸 지우면 그냥 인문학 공간이라고 느껴집니다. 우리가 정신적인 빈곤을 느끼는 이유가 우리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없거나 그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노무현 시민센터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하게 나갈 때는 강하게 나가다가도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성을 합니다. 서민들과 시민들의 대통령이었죠. 우익들도 인정하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허문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감화되었다고 하잖아요. 

노무현 시민센터노무현 시민센터

지하 2층인데 소원 트리가 있네요. 시설이 아주 아주 좋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이번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카페 공간에 올라가 봤습니다. 여기는 '커피 사는 세상'입니다. 잠시 들린 것이라서 커피는 주문을 안 했습니다. 커피도 팔지만 저같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따뜻한 물도 준비되어 있고 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카페가 2층과 3층에 있는데 공부하는 분들도 많네요. 

노무현 시민센터노무현 시민센터

카메라로 촬영하다가 눈치가 보여서 좀 찍다가 스마트폰으로 전환했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3층 밖에는 발코니가 있는데 바람개비 마당이 보이네요. 노무현을 너무 신성시한다는 비판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 큰 어른 같은 분이라서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뭐든 가치는 상대적이죠. 이명박, 박근혜, 특히 윤석열을 겪어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당시는 왜 내가 화를 냈는지 왜 못마땅해했는지 지금은 좀 후회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될 뿐입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발코니에서 보니 창덕궁 담장과 그 너머도 보이고 허름한 집도 보이네요. 

저 멀리 남산 타워도 보이네요. 이 원서동은 보고 갈 곳이 참 많습니다. 역사적인 공간도 많고요. 불편한 점도 있죠. 주차와 그 흔한 편의점도 약국도 저 인사동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풍광과 역사와 골목과 이런 공간이 있어서 바람 쐬고 싶을 때는 그냥 종로로 나옵니다. 서울에서 가장 서울 같지 않은 공간들이 가득합니다.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많이 활용되는 동네이기도 하죠. 

 

관광객들은 이런 곳을 보고 서울이 참 전통적인 공간이 많다고 느끼지만 여기만 이렇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그나저나 이 돌담 길의 주차장은 좀 없애면 안 될까요? 돌담길 걷는 재미가 없어요. 대형 지하 주차장 좀 만들어서 넣거나 주차 빌딩을 만들던가요. 그리고 여기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정해인이 김고은이 탄 차를 따라가던 길의 마지막이 여기입니다. 

 

 

영화 자체는 크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게 제 모습이 투영되었는지 한동한 영화앓이를 했어요.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 같은 것도 달리 보이게 되고 내 것으로 보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정해인 같은 청춘이 지금도 참 많을 겁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이 원서동은 한옥과 연립주택이 가득합니다. 고도제한이 있어서 아파트 못 지어요. 앞으로도 안 지었으면 해요. 

 

거대한 북카페 같은 노무현 시민센터

노무현 시민센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다독가이거나 애독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책을 즐겨 읽는 사람치고 근원적으로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99%가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폭탄제조법, 사람 속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독가였죠. 반면 이명박, 박근혜, 특히 윤석열 수괴는 뭔 책을 읽었다는 소리를 못 들어 봤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노무현 재단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네요. 책이 빈 걸 보면 누가 들고 가서 읽고 있나 봅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계단을 내려가면 

노무현 시민센터

더 거대한 책장이 나옵니다. 책 꺼내서 읽을 수 있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이 공간이 참 좋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도서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하고 다 읽으면 여기에 놓을 수 있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사람들의 흔적들이 참 많네요. 노무현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참 많습니다. 이분들이 참이다 옳다 선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까요. 다만 노무현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포용적입니다. 부끄러워할 줄 압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모든 것들을 경멸합니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세상이 전 참 견디기 힘드네요. 

 

지금 보세요. 내란 일으키고 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보세요. 정말 경멸하고 혐오합니다. 

노무현 시민센터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이 책은 진보 진영에서 필독서가 되었죠. 이 현상은 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가난한 켄터키 사람들이 지지하는 걸 보면서 의아해했던 부분이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 정당인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들 다수가 가난한 노인 분들이 참 많아요. 부자들이야 이해가 가죠. 자기 이익에 부합하니까요. 

 

이 책과 함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이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다 프레임 전쟁이죠. 

노무현 시민센터

1층에는 굿즈 판매대가 있습니다. 시간 없어서 못 들렸는데 다음에는 저 노란 우산 하나 사야겠어요. 너무 예쁘네요. 

노무현 시민센터

요즘 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2030 정책인가에 사람들이 놀라죠. 근미래의 한국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인데 앞날을 보는 뛰어난 보고서인가 해서 놀라워하고 있어요. 노무현 정권 때 저출산 계획을 만들었으니까요. 

노무현 시민센터

다양한 책 추천도 참 잘 받았습니다. 눈 오는 날이었는데 참 온기를 많이 느끼고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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