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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이것이 여행서다! 라고 느끼게 해준 쿠바여행기

by 썬도그 200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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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9-03-21T03:13:050.3810

자신이 쓴  책을 하나 내려고 할 때 가장 쉽게 쓰일 수 있는 책이 여행서가 아닐까 합니다. 다른 분야보다 식견이  짧아도 쓸 수 있는 게 여행 서니까요. 그래서  지식과  식견과  삶의 통찰력도 여행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은 연예인들이 뉴욕 여행기, 파리 여행기, 런던 여행기를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차라리  화보집을 내지 왜 여행서를 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엄정화의 뉴욕 여행기  몇몇  연예인들이 출판사에서 돈 받아서 떠난 파리 여행을 다룬  CMKM이란 책 속의 홍진표, 임상효, 장윤주의 글은 내가 태어나서 읽은 책속의 내용 중 최악 중의 최악이었습니다. 반면에  전혀 모르는 일본 작가의 80년대에 떠난 실크로드 여행기는 최고의 여행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여행서는  파리 에펠탑이 정확한 GPS 좌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여행서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것은  가이드북이라고 해야 하는 게 옳겠죠.


여행 서라는 것은 어떤 것이 여행 서일 까요? 먼저  현지 식당과 교통편, 맛집, 멋집을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것은 여행서라기보다는 가이드북 분류로 따로 봐야 할 것입니다. 여행서란  여행하는 자의 주관적인 느낌을  책 속에 잘 녹여내서  독자들에게  여행지의 간접경험을 느끼게 해 주고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따스하게 담겨 있는 게  좋은 여행서 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행서들이 혼자 혹은 둘 (대부분은 혼자가 많더라고요) 이서 여행하던 중간에  만난 사람들과 그 여행지의 느낌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원더랜드 여행기는 쿠바 여행서입니다. 수능 400 소년으로  유명하다는  이창수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달에 한  EBS의 세계 테마 기행 일본 편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번개머리를 한  이창수 씨는  바퀴인치가 작은 자전거를 타고   일본의 여러도시를 다니더군요. 자전거 이게 저를  이창수씨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동지를 만난것 같았거든요. 자전거와 여행이라 제 호기심을  자신에게 끌어모은  이창수씨는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따뜻한 심성을 마음껏 뽐내더군요.


이창수 씨는 서울대 출신인데 똑똑하긴 똑똑한가 봅니다.  쿠바의 공영어인 스페인어를 두달만에 익숙하게 쓸 정도로 배우고 쿠바인들과 대화를 할 정도니까요.  그러고보니 지난달에 본 일본여행기에서는  일본어도 능숙하게 하던데 ㅠ.ㅠ  언어천재인가 봅니다.
이 이창수씨는 여행을 좋아해서 그 나라 갈 준비를 하면 미리 그나라 언어를 공부한다고 하더군요

이 쿠바 여행기는  BBQ라는 치킨 프랜 치즈 회장님의  후원으로 시작된 여행입니다. 거기에 KBS 월드넷이 참여하게 되죠
자전거로 쿠바를 횡단하는 한국 젊은이의  이야기는 총 4부작으로  방영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여행의 큰 화두  부분적 자살

 

우리는 욕망을 죽임으로써 부분적 자살을 감행한다                     - 칼 구스타프 융

이창수 씨는  여행을 출발하면서  이 여행의 큰 화두를 던져놓고 출발합니다.  욕망을 죽임으로써 부분적 자살을 하겠다고 다짐하죠

이게 가능한 것은  쿠바라는  금욕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라서 가능합니다.  사회주의국가가 금욕주의를 국가의 하나의 정신적 지주로 삼는것은 우린 익히 알고 있죠.  지금은  금욕주의적인 국가관보다는  경제가 어려워서 금욕주의자 처럼 살아야 하는 쿠바지만요. 어쨌거나  이런 모습은 이창수씨에게 부분저거 자살을 감행하게 합니다.


불친절한  사회주의국가 쿠바

이창수 씨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쿠바의 불친절한 무기력증에 걸린 모습입니다.
길을 물어봐도  모텔에 들려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관공서에 가도  모든 것이 무기력증에 걸린 쿠바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더군요.
그러다가도  달러를 한 장 건네주면 화색이 만연해집니다.  가끔 좋은 인연을 만나서  즐거운 표정을 짓게도 하지만
쿠바 하바나의 해변이나  소니 DSLR선전에서의 소지섭이 느끼는 낭만 같은 것은 크게 있지 않음을 말합니다. 자연 풍광은 최고지만
실제 그 삶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는  현실감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에게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그리고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콤파이 세군도의 노래로 익숙한 정열과 낭만의 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쿠바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체 게바라의 열정은 녹이 슬어 버렸고   추억만 되새김질하고 상품화해서 파는 쿠바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자전거를 타면서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KBS PD형과의 갈등도 담고 있더군요. 이창수 씨가 KBS 월드넷을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방송에 담지 않은 이야기
진솔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PD형과의 마찰,  자전거 여행을 고집하는  이창수 씨와  촬영 스케줄 때문에  차에 타고 이동하자는 둘 사이의 갈등은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는데 그 KBS PD라는 분  이 책 읽으면 좀 기분이 나빴겠는데요.

뭐 책에서는 잘 마무리하고 있긴 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짜증도 나니까요.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이창수 씨가  PD형과의 갈등으로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터에 갔다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한 쿠바 소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고 둘이 춤을 추게 됩니다. 그리고  소녀는 키스를 하고 떠나죠.  그리고 다음날 알게 됩니다.
그 소녀가 정신지체장애인이었다는 것을요. 처음에는 깨림즉 해 했다가 그 자신의 깨림즉을 반성하는 모습은 아주 재미있고 좋더군요


저자인 이창수 씨의 시선의 각도가 저와 비슷해서 인지 참 재미있더군요.  책이 상당히 관조적이고 시니컬하거든요.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쿠바에 관한 불만을 가진채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이상한 것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건 선 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쿠바인들은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창수 씨는 처음에 던졌던 부분적 자살 즉 욕망의 죽이는 행동은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3년간 끊었던 담배를 피우게 됩니다. 쿠바 시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죠.  여행서는  뻔한 결말과 억지 감동을 쥐어짜는 모습이 없이 담담하게 끝납니다. 이창수 씨의 인생 중 60일 동안만 뚝 뜯어내서  옮겨놓은 책입닏.

책은  여행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인물들은 큼직하게 담았지만  대부분의 사진은  밀착 인화한 사진처럼 한 페이지에 작은 모자이크로 배치합니다. 이게 참 좋더군요. 괜히 내용도 없이 사진으로 땜질하는 여행서도 많거든요.  거기에 자신의 일기를 중간중간 공개하는데 일기가 참 필력도 좋고  식자의 느낌이 많이 나서  좋았습니다.

부분적 자살.  이 단어 하나만 알게 된 것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있습니다.
저도  매일매일 부분적 자살을 하고 살아가고 있네요.  때론 그 자살이  좋은 것일 수도 때로는 나를 파괴하는 자살일 수도 있고요.
부분적 자살과 죽음이  다른 한쪽의 영혼에 거름이 되는 모습 그러기에 부분적 자살은 필요한 듯합니다.  하나도 죽이지 않고  다 키워내면  화분 속 식물처럼   아둥다웅하다가 전부 몰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부분적 자살이라는 솎아줌의 희생이 있어야 건강한 식물이 자라날 듯합니다.   우리 속의 욕망도 가끔 솎아줘야 할 듯합니다.


이 책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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