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서울의 다양한 영화 공간을 찾아가서 영화 근육을 키웁니다. 그런데 항상 영화에 대한 정보를 쉽게 채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 관련 책도 많지 않지만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도 않죠. 그럼에도 큰 도움이 주는 곳은 상암동 영상자료원입니다. 무료로 고전 영화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고 2층 영상 도서관에서는 영화 관련 책과 잡지를 가득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나리오집도 많이 볼 수 있죠.
그런데 서울 충무로에 서울영화센터가 2025년 6월 준공한다고 하네요.
천신만고 끝에 심사를 통과한 서울시네마테크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까지 타고 몇몇 한국 영화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 현재 한국 영화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영화 좋아해서 매주 1편 이상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던 제가 올해는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10편도 안 되어서 연말에 이 블로그에서 하는 올해의 영화를 선정하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내일도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지만 영화관에 갈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관람료의 급격한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줬지만 볼만한 영화가 사라진 것도 큰 원인입니다. 영화는 무릇 다양한 소재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하는데 요즘 한국이나 미국 대중 영화들은 소재와 스토리의 빈곤이 심합니다. 안 봐도 뻔한 진행과 스토리와 연출과 연기에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이 대중 영화들의 매너리즘을 깨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단편영화, 다양성 영화, 독립 예술 영화, 고전 영화는 주류가 아니지만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영화들이 영화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은 영화들이 뛰어난 영화인들을 만들어내고 이 영화인들이 좋은 영화를 만듭니다.
2014년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서울아트시네마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찬욱 감독과 정윤철, 김대승 감독 및 유지태 배우에게 시네마테크 지원 및 전용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인들은 독립 예술 및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죠. 이에 2011년 서울시의회 주도로 서울시의 시네마데크 지원을 공론화하고 지원을 근거할 조례를 만듭니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 정부의 행자부는 투자 심사 재검토를 요청합니다. 이게 서울시 세금으로만 짓기 어려워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는데 행자부는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소설가 한강도 그렇지만 문화예술인들을 보수 정권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화인들이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담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2016년 11월에 심의를 통과하게 되고 2017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서 당선작이 선정됩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을 박물관 미술관 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특히 서울 변두리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이 덕분에 제가 사는 집 근처에 서서울미술관이 생기고 도봉구 창동에 서울사진미술관이 2025년에 오픈합니다. 그리고 서울시네마테크도 2025년 오픈할 예정입니다.
지상 10층, 지하 3층 규모로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총 3개의 상영관이 있고 다양한 영화 관련 공간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하루 빨리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여기가 아주아주 공간이 협소해서 이걸 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 이름을 바꾸다
서울 시네마테크는 충무로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공영 주차장이 있던 공간인데 중구청이 공영주차장의 땅을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충무로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충무로 영화 시대가 아닙니다. 충무로가 카메라 상가 및 인쇄소가 많아서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가 되었지만 요즘은 상암동이나 강남 강북 등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저 파주의 다양한 대형 영화 스튜디오가 오히려 영화의 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요즘 영화계의 구심점이 없습니다. 미국은 할리우드라고 하지만 영화계는 충무로 시대가 대한극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싹 다 사라진 느낌입니다.
충무로 근처에 있는 이 대종상 트로피 모습의 대형 조형물도 오히려 한국 영화의 안타까운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종상이 수 많은 잡음과 몰아주기 이후 계속 망해가더니 결국 이 대종상을 주최하는 영화인 총연합회가 파산을 했습니다. 영화인들이 외면한 대종상. 최근에 수많은 문제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권위가 박살이 났네요. 올해로 60회인 대종상. 올해도 개최한다고 말은 하지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한국 영화가 폭망 한 2024년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네요.
이 대형 조형물은 명보극장 맞은편에 있습니다. 영화 전성기 시절이자 한국 영화의 제 2의 르네상스였던 1998 ~ 2004년까지는 충무로 대한극장, 을지로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중앙극장, 국도극장을 지나 종로 3가 서울극장, 피카디리극장, 단성사까지 이어지는 영화 상영관 로드가 있었는데 이제는 다 사라지고 피카디리만 겨우 이름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명보극장은 여전히 있지만 영화가 아닌 공연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이 대종상 조형물 근처에 서울시네마테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깁니다. 그런데 이름이 바뀌었더라고요. 서울영화센터로 바뀌었네요. 오세훈 현 시장은 이런 문화시설 건립에 신경을 안 씁니다. 오세훈도 보수정당 시장이고 대체적으로 문화를 싫어합니다. 디자인이나 한강에 매몰된 시장 같습니다. 오세훈 현시장이 진행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여의도 선착장 공사, 반포대교 리모델링 계획, 상암동 하늘공원에 대형 관람차 만드는 등등 한강 주변에서 일 벌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반면 문화 예술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습니다. 건물이 아주 높네요. 어서 완공이 되었으면 하네요.
여기가 충무로 인근이고 주변에 세기상사나 후지필름 명동점 등 카메라 상가들이 많습니다. 위 사진에서 앞으로 쭉 가면 진양꽃상가가 나옵니다.
반대쪽인 이쪽으로 쭉 가면 명동이 나옵니다. 명동에 왔다가 겸사겸사 서울영화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또는 무료로 영화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서울영화센터로 가봤습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에 서울기록원은 은평구에 이 모든 것이 박원순 시장이니까 가능했던 정책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서울 변두리 지역에 수시로 방문하고 뭔가를 줬는데 오세훈 현 시장은 서울 변두리에 안 옵니다. 당선된 지 2년이 넘어갔는데 제가 사는 구에 단 1번도 안 왔습니다. 선거 때만 오는 서울시장이죠.
서울영화센터 이름을 왜 바꿨는지 모르겠네요. 시네마테크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시네마테크는 시네마테크인데요. 뭐 이름을 바꿔도 내용만 변하지 않으면 됐습니다. 보시면 2020년 착공해서 2022년 완공 예정이었습니다.
보통 건물 하나 올리는데 2년 정도 걸립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관에서 짓는 공공건물은 유난히 건물을 느리게 올립니다. 서서울미술관도 원래는 2023년 완공이었는데 2024년으로 연기하더구먼 결국은 2025년 6월로 무려 1년 6개월 공사 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무려 3년을 연기하네요. 무슨 건물을 5년이나 지어요. 이유는 중간에 코로나가 터지고 인건비에 특히 시멘트와 철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근로 시간 단축 등등이 겹치면서 공사 가격이 올랐고 그것 때문에 늦어진 것 같네요. 그럼에도 너무 느리게 지어요. 2025년에는 서울사진미술관, 서서울미술관 그리고 서울영화센터까지 기대되는 공간이 많이 생겨서 좋네요.
영화 산업은 점점 망해가는 느낌이 들지만 좋은 영화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려면 이런 영화 산업 자양분 또는 파수꾼 또는 화수분이 되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