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볼 영화가 없어서 요즘 영화관에 안 간지 꽤 오래되었네요. 이 블로그에 매주 1편 이상 개봉작을 보고 개봉 당일 리뷰를 썼는데 이 흐름이 최근 몇 달 깨졌습니다. 해외 영화라도 좋은 영화가 수입되어서 개봉되면 좋을 텐데 해외 영화도 안 보이네요.
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지루한 영화 <보통의 가족>
영화 포스터에 적혀 있네요. 헤르만 코흐 소설 '더 디너'가 원작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만 주로 보이는 걸로 봐서는 드라마가 주로 식탁에서 이루어지나 봅니다. 이런 비슷한 영화가 있었죠. 이서진이 출연한 <완벽한 타인>입니다. 관객 동원 529만 명이라는 흥행 성적이 꽤 좋았고 영화도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추악한 이면을 본다는 설정이 아주 좋았죠.
그래서 <완벽한 타인>과 비슷할까 했는데 전혀요. 전혀 다릅니다. 그렇게 복잡하고 긴장감을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하나의 딜레마인 '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당신의 선택은?' 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네요. 이게 다입니다. 뭐 없습니다. 이 한 장으로 영화가 설명됩니다. 사건이라고는 이거와 다른 사건이 있는데 두 사건이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109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임에도 수시로 시계를 보면서 언제 끝나나 기다렸다가 예상한 결말이 나오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에 바로 일어나서 나왔네요. 상당히 지루한 영화라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실 배우들 특히 장동건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안 보려고 했지만 다 지난 일이고 허진호 감독이라서 뭔가 있겠지 하고 봤습니다만 허진호 감독은 이제 영화 그만 만드셨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네요.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장황하게하고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양재완(설경구 분)은 악질 사건을 맡는 타락한 변호사입니다. 천인공노할 사건도 맡아서 큰 돈을 받고 살인마를 변호해 주는 돈이면 다 되는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이 재완과 젊은 새 아내 지수(수현 분)와 함께 삽니다. 둘 사이에 어린아이도 있습니다. 이 부부 사이에는 앞에서는 모범생인 척 뒤로는 술 마시고 추악한 행동을 하는 혜윤(홍예지 분)이라는 고3 딸이 있습니다.
재완의 동생 양재규(장동건 분)는 소아 외과의사입니다. 형과 다르게 아이들을 치료하고 심성도 곱고 바릅니다. 배우의 이미지와는 다르죠. 전국민이 다 알게 된 장동건의 보통 생활 모습을 잘 알게 된 사건이 있었고 이 이미지가 처음에는 거북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이기에 무시하고 봤습니다.
재완은 아들 수시입학을 위해서 상류층들이 자주 사용하는 편법으로 자신의 병원에 아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그것으로 수시입학을 하려는 걸 싫어합니다. 가끔 수시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서 제가 SNS에 상류층의 편법 도구로 활용된다고 말하면 그럼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상류층의 사다리로 활용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재규는 아들의 수시 입학을 아버지 찬스로 활용하지 않길 바라죠. 아내 연경(김희애 분)은 기아 아동 NGO와 친분이 있을 정도로 겉으로는 마음씨가 고운척 하지만 자기 자식에게 큰일이 터지자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그냥 흔한 부모가 나옵니다. 편법의 달인인지 조카인 혜윤 입학해 필요한 봉사상 표창장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 정신머리면 아들에게나 주죠. 좀 영화가 곳곳에서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아무튼 이 둘 사이에는 사촌 누나보다 공부를 못하고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전학을 간 시호(김정철 분)라는 고등학교 아들이 있습니다. 이 혜윤과 시호는 강남 어딘가의 학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고등학생을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걸 보면 공부 잘하는 일진들의 모습이나 일탈을 너무 흔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다 보니 세상 고등학생들은 다 저런가 할 정도입니다. 좀 지긋지긋하죠. 뭐 어쩌겠습니까? 원작이 그렇고 이 둘이 일을 저지릅니다.
두 자녀가 노숙자를 폭행하고 두 부모의 태도가 영화의 주요 갈등이자 전부
영화 <보통의 가족>은 2개의 사건이 나옵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건 전직 야구 선수 출신의 건장한 가장과 20대 재벌집 아들이 차 때문에 티격태격합니다. 그런데 이 20대가 외제차로 이 가장을 차로 치어서 죽이고 8살 딸도 크게 다칩니다. 이 변호를 재완이 맡습니다. 그리고 그 다친 딸을 재규가 치료합니다. 아이고~~ 이런 우연은 너무 유치하죠. 그럼에도 이게 메인 사건에 큰 영향을 줄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안 줍니다. 주긴 하네요. 후반 반전에서 거론을 하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굳이 재규의 병원에 입원 안 해도 될 정도입니다.
메인 사건은 이겁니다. 혜윤이 꼬셔서 시호는 수학 학원을 땡땡이치고 파티에 갑니다. 여기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한 굴다리에서 자고 있던 노숙인을 발로 찹니다. 이 폭행 사건을 촬영한 CCTV가 인터넷에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래요. 보통 CCTV에 찍혔으면 한국은 바로바로 잡습니다. 왜냐하면 영국 중국과 함께 CCTV 3대 강국으로 전국 어디에서난 CCTV가 있습니다. 그것만 몇 개 살펴봐도 쉽게 잡습니다. 게다가 서울인데요. 아무튼 영화에서는 원작을 따라 하려고 하는지 경찰이 못 잡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부모는 대번에 알죠. 시호가 같은 옷을 입고 나갔고 옷을 보니 피가 묻어 있습니다. 이걸 엄마 연경이 발견합니다. 그러나 연경은 이걸 숨깁니다. 아들 앞길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조용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재완의 딸 혜윤이 다른 사람 이야기라면서 아버지에게 말하죠. 변호라도 받고 싶었던 것일까요?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포장해도 아버지 촉이 있죠. 그렇게 재완은 혜윤과 시호가 노숙자를 폭행한 걸 알게 됩니다.
그걸 동생 재규에게 말합니다. 이에 재규는 아들에게 다그치고 경찰서 앞에 까지 갔다가 옵니다. 이후 이야기는 반전이 나오기에 여기서 멈추겠습니다만 이건 말해야겠습니다. 후반 반전을 일으키려면 개연성이 있어야죠. 이건 뭐 감정의 급발진, 태도의 급발진에 깜짝 놀랐네요. 시나리오가 고장났나? 이게 납득이 가나? 할 정도로 개연성이 꽤 떨어집니다. 그나마 형 재완의 변심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서도 안 가지만 갑니다. 에효. 시나리오를 에효. 문제는 재규입니다. 더 거론해봐야 마음만 상하고 스포일 수 있기에 멈추겠습니다.
제 3자 같은 지수의 눈으로 보게 되는 가족 진상극 <보통의 가족>
지수는 연경에게 갖은 구박을 당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족보상에는 형님입니다. 그래서 저기라고 부릅니다. 그냥 이름을 부르던가 편하게 지내면 되지 뭘 그렇게 고깝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빌런은 이연경이라는 재규의 아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못돼 먹은 시어머니 같은 인물입니다. 아들을 감싸기만 하는 모습은 이상할 건 없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동서에 대한 태도나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행동은 여간 보기 불편한 게 아닙니다.
관객은 가족이 아니기에 보면서 그럼에도 신고를 하고 죄값을 치르는 것이 정의롭고 바른 행동 아닐까 하지만 이 4명의 가족은 어떻게 무마할지 고민을 합니다. 다만 지수만이 친엄마가 아니고 새로운 가족이라서 그런지 다른 시선을 보내지만 이 마저도 연경에게 차단당합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발견은 지수를 연기하는 수현의 연기입니다. 이 배우가 필모그래피를 아주 잘 쌓고 있네요. 어벤저스로 빅 스타로 뜨나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활동이 저조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더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나왔으면 하네요. 연기 아주 잘하네요.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못난 것이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잘 하는데 문제는 연출입니다. 이제 말해야겠네요. 허진호 감독님에 대해서요.
멜로드라마 장인 허진호 감독의 외도.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제 인생 영화 1998년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서 바로 팬이 되었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멜로 영화 장인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멜로 영화 중에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인기는 떨어지고 있었죠. 그럼에도 정우성 주연의 <호우 시절>도 좋았지만 2016년 개봉한 <덕해옹주>부터 좀 변했습니다. 역사극을 연출하는데 이 영화가 대박이 납니다. 마이너 감성이던 감독이 메이저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장점이 다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2017년 삼성전자가 지원한 단편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는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허진호 감독이 돌아왔구나 했습니다. 멜로 장인 다운 면모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통의 가족>을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다기에 설마 했습니다. 어울리지 않죠. 이 밀도 높은 시나리오와 사건 전개를 해야 하는데 이걸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대로 영화가 너무 지루하네요. 서사 자체가 너무 얇고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그러는 관객 당신은 자녀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거냐고 묻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냥 급발진 감성라인에 당혹스럽기만 하네요. 허진호 감독인 멜로 드라마만 더 만들어주세요. 외도하니까 이런 재미없는 영화가 나오죠. 물론 재미있게 본 관객도 있지만 전 예상되는 사건 전개가 눈에 뻔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어디서 뒤집겠구나도 알고 후반 라스트 씬도 그렇게 하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유일한 장점은 배우 수현의 연기와 102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이 장점이었네요. 비추천입니다. 오랜만에 영화관 찾았는데 또 안 좋은 기억만 챙기고 왔네요.
별점 : ★ ★
40자 평 : 보통이상으로 재미가 없는 지루한 어설픈 이야기를 담은 보통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