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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빅토리는 1999년 버전의 써니가 되고 싶었던 영화

by 썬도그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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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는 1984년 만들어진 거제도의 '새빛들'이라는 치어팀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실화라고 하기엔 시대나 많은 부분이 새로 추가된 내용들이라서 실화 바탕이 아닌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새빛들'의 리더인 한필선님의 이름을 딴 추필선(이혜리 분)이 주인공인 걸 보면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에 대한 존경심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라리 실제 이야기를 각색하지 가공된 이야기가 큰 재미가 없다

영화 빅토리

<빅토리>는 기획 영화입니다. 제작사가 <써니>, <과속스캔들>의 프로듀서였던 이안나 대표가 있는 안나푸르나 필름입니다. 이 안나푸르나에서 만든 영화들을 보면 <타짜2>, <레슬링>, <스윙키즈> 등이 있는데 <타짜 2>를 빼고는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스윙키즈>는 너무 잘 만들어진 댄스 영화였는데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안나 대표의 히트작인 <써니>의 성공을 답습하고 싶었는지 비슷한 컨셉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빅토리>입니다. 

 

영화 빅토리

이런 스포츠 관련 영화들은 특유의 빌드업이 있죠. 처음에는 초라했지만 끝은 창대했다는 식으로 끝납니다. 너무 뻔한 빌드업이죠. 그러나 이게 또 매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너무 뻔한 걸 피하려다가 그럼에도 끝까지 했다는 노력만 강조하고 결과는 덜 중요시하는 흐름이 있어서 오히려 예전처럼 코찔찔들이 모여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는 내용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빅토리>는 이게 약합니다. 전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스토리의 배경은 1999년 거제도입니다. 거대한 조선소가 있는 도시입니다. 거제상고는 고만고만한 축구팀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영화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축구부는 배경으로 처리하는 느낌이네요. 이게 좀 아쉽더라고요. 축구팀이 응원의 힘을 받아서 승승장구를 한다는 내용으로 갈줄 알았는데 그냥 축구팀과 치어팀이 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영화 빅토리

주인공 추필선(이혜리 분)과 단짝친구 장미나(박세완 분)은 춤꾼입니다. 춤을 사랑해서 클럽에 갔다가 선생님에게 걸려서 정학을 당합니다. 그래서 1년 꿀었습니다. 다른 학생보다 1살 더 많다 보니 약간의 껄렁거림이 있습니다만 양아치처럼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둘은 춤을 출 공간이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둘에게 춤출 공간을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이때 치어리더팀을 만들면 연습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내려온 세현(조아람 분)과 함께 치어리더팀을 모집합니다. 

 

실화는 거제고등학교가 전국대회 결승에서 지자 응원이 체계적이지 못해서 졌다고 판단해서 자발적으로 '새빛들'이라는 치어팀이 만들어집니다. 차라리 이게 낫죠. 주인공 필선은 학교 축구부에 관심도 없고 춤출 생각만 합니다. 그것도 힙합을 좋아하고 추구하죠. 이렇게 방향이 묘하다 보니 영화가 1시간 동안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집중도도 떨어집니다. 

영화 빅토리

오히려 필선이를 짝사랑하는 골기퍼 치형(이정하 분)이 있습니다. 영화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않다 보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힘이 약합니다. 특히 갈등구조가 확실해야 쪼는 맛도 있고 지켜보는 맛이 있는데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1년 꿇은 필선이와 서울에서 내려온 깍쟁이 같은 세현이 기싸움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응원을 통해서 축구 선수들이 힘을 받아서 승리한다는 내용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축구팀 따로, 응원팀 따로국밥같이 걷돕니다. 특히 필선 캐릭터가 원하는 것이 춤꾼인지 응원인지 우정인지 갈팡질팡하고 뭔가 풀린 눈을 하는 느낌입니다. 간간이 웃음을 전달하고 있지만 그게 잘 먹히지는 않네요. 

박범수 감독의 시나리와 연출 모두 아쉬웠던 <빅토리>

영화 빅토리
레드카펫 (2014)

박범수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감독입니다. 개그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로 시작했다가 까마득한 산을 보고 학교로 돌아갔다가 영세 영화제작팀에 들어갑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비디오용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다 성인용 비디오 영화가 반응이 좋자 3류 에로 영화 연출을 수백 편 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해준대>입니다. 

 

이런 독특한 경험을 영화로 만든 것이 <레드카펫>입니다. 이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3류 에로 영화 감독의 코믹 소동극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유쾌하게 봤네요. 그래서 좀 기대를 했는데 <레드카펫>의 흥미로운 스토리와 간간이 터지는 웃음 구간이 영화 <빅토리>에는 없네요. 배우들이 달라서였겠지만 그보다는 시나리오도 아쉽고 연출도 꽤 아쉽습니다. 

영화 빅토리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괜찮았지만 배우가 가지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는데 주연인 이혜리가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자꾸 덕선이가 보이네요. 

 

거제라는 공간과 조선소에 근무하는 아버지 이야기는 너무 좋았던 <빅토리>

영화 빅토리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필선의 성장기도 매력 없고 축구팀과의 로맨스도 있는 건지 모르겠고 우정도 아주 깊게 느껴지지 않네요. 그럼에도 눈길을 끈 유일한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 필선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없이 필선과 아버지 둘이 사는 이 끈끈한 부녀 이야기는 너무 좋네요. 아버지(현봉석 분)는 거제도 조선소에서 외주인력 현장 관리 소장으로 근무합니다. 

 

외주 인력을 관리하는 일이 녹록치 않죠. 사람을 고용도 하고 짜르기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필선이 사고를 쳐서 학교로 불려 갑니다. 그곳에서 조선소 간부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현봉석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합니다. 영화는 차라리 이 모녀 사이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키우거나 큰 줄거리로 삼았으면 하는데 곁가지로만 다루네요. 이외에도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그 자녀들의 아픈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또한 축구 장면의 대규모 관중 동원이나 카메라 워크도 좋았습니다. 다만 그냥 실사로 찍어도 될 것을 축구공까지 CG로 대체한 건은 아쉽네요. 

 

영화가 거제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거제도의 멋진 풍광도 꽤 많이 담깁니다. 그래서 영화 제작사는 거제도민에게 이 영화를 무료 상영해서 보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작사가 참 마음씨가 좋네요. 

1999년 판 써니가 되고 있었던 영화 <빅토리>

영화 빅토리

영화 <써니>의 1999년 버전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러면에서 비슷한 면이 많죠. 다른 점이 7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는 점과 서울이 아닌 거제도라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써니>에 비해서 많은 부분이 아쉽습니다. 과도한 폭력이나 갈등이 없어서 좋긴 한데 뭔가 강력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쉽네요. <써니>는 7명의 이야기가 조금씩 있고 핵심 멤버 사이의 갈등이 있는데 반해 이 <빅토리>는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가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맑기만 하고 그림자가 안 보입니다. 그림자가 있어야 밝은 곳의 청량감이 더 커지는데요. 

영화 빅토리

여기에 축구부 골키퍼 윤치형(이정하 분)과 필선의 러브스토리는 있는 건지 웃음 포인트로 넣은건지 여러모로 선명하지가 않네요. 또한 전체적으로 대사나 패러디 등등 좀 더 다듬었어야 하지 않나 할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가 아쉽기만 합니다. 

영화 빅토리

그러나 아주 못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저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만합니다. 스트레스 주는 장면도 고구마 장면도 없고요. 전체적으로 맑고 밝아서 좋았습니다. 시끌 복잡 자극적인 영화 싫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써니의 1999버전이 되고 싶은 욕망만 보이고 주인공의 욕망이 담기지 못하다

 
빅토리
1999년 세기말 거제, 춤만이 전부였던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그렇게 9명의 멤버들이 모여 탄생한 '밀레니엄 걸즈’는 ‘치형'(이정하)의 거제상고 축구부를 위한 치어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응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게 된다. 그곳이 시장, 병원 그리고 아버지들의 파업 현장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응원하며, 나 자신도 응원받는 모두의 빅토리가 시작된다!
평점
10.0 (2024.08.14 개봉)
감독
박범수
출연
혜리, 박세완, 이정하,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이찬형, 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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