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으로 기억해요. MBC 주말의 명화로 <비틀쥬스>를 방영했고(정확한 건 아님) 그 다음날과 그 주에 친구들 입에서 '비틀쥬스'라는 말이 쉴 새 없이 나왔습니다. 특히 가루를 뿌리니까 머리가 작아지는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했다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동네 친구, 대학 친구 모두들 이 '비틀쥬스'를 말했을 정도로 당시 꿀잼의 소리가 많았죠.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보기 위해서 처음으로 본 비틀쥬스
2024년 9월 4일 오늘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예매를 하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조조는 300석에서 2명이 예약을 했고 퇴근 후인 오후 8시에는 5명 정도가 예매를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망했습니다. 인기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보통 이런 영화는 흥행실패가 예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영화전산망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실시간 예매율이 7%로 4위밖에 안 됩니다. 푸바오 다큐인 <안녕,할부지>가 13.2%이고 가수 콘서트 영상물도 7.3%인데 이보다 못합니다. 이 정도면 60만 명도 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도 볼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비틀쥬스>를 제대로 본 적이 없네요. 유명한 장면인 '바나나 보트송' 장면과 몇몇 장면 또는 다이제스트 영상물로만 봤지 뭔 내용인지는 모를 정도로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봤더니 이래서 인기가 없구나!를 알겠더라고요.
취향을 너무 타는 영화 비틀쥬스
'팀 버튼' 감독의 생태계과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한 건 1988년에 만든 <비틀쥬스>입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한 교외의 한적한 마을에 바바라(지나 데이비스 분)과 아담(알렉 볼드윈 분) 부부가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를 피하려고 하다가 차가 강물에 추락합니다. 두 사람은 이 사고로 사망합니다.
바바라와 아담은 죽은 사람을 위한 안내서를 읽어보니 125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네요. 이걸 못 지키면 진짜 저세상으로 떠납니다. 이에 필사적으로 죽은 이 부부는 집에서 기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업자가 집을 팔고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옵니다.
이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을 귀신 들린 집이라고 만들어서 내쫓아야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유령이지만 무섭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에 '비틀쥬스(마이클 키튼 분)'가 자신을 호출하면 자신이 산 사람들을 내쫓아 주겠다고 제안을 하죠. 호출은 간담합니다. '비틀쥬스'를 3번 외치면 자신이 마을 미니어쳐에서 나와서 온갖 현란한 기술로 산 사람들을 내쫓아 줍니다.
여러 방법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귀엽다면서 이 유령 부부를 우습게 여기죠. 오히려 유령 부부를 호출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 유령부부가 퇴마술 때문인지 사라지려고 하자 새로 이사온 집안의 딸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분)'가 비틀쥬스를 호출하게 됩니다. 조건은 비틀쥬스와 리디아가 결혼을 하는 겁니다. 비틀쥬스는 무뢰한입니다. 다만 호출도 봉인도 비틀쥬스를 3번 부르면 됩니다.
비틀쥬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1. 마이클 키튼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2. 팀 버튼 세계가 이 영화에서 출발했구나
3.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유명한 감독이 되려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이게 누구 사진이고 그림인지 단번에 안다면 그 작가는 이미 유명한 작가입니다. 영화도 딱 보고 이거 그 감독 영화 아니야 한다면 명감독은 모르겠지만 유명한 감독을 증명합니다.
'팀 버튼'은 '칼 아츠' 대학을 졸업하고 디즈니에 입사하지만 행복 주식회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괴한 상상력과 유령, 괴물, 비주류, 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팀 버튼' 감독은 디즈니를 퇴사한 후 1988년 <비틀쥬스>를 연출합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 성공을 했지만 한국에 개봉한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 무명 감독이라서 개봉한 기억이 없고 비디오로 직행한 것 같네요.
그러다 터졌죠. 1990년 <배트맨>이 터지고 나서 '팀 버튼'은 이 영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듭니다. 흥미롭게도 <비틀쥬스>의 비틀쥬스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의 조커로 출연하려고 했다가 <배트맨>으로 등장해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원래 '스탠드 코미디언' 출신이라서 연기력 하나로 다소 어두운 히어로 연기도 잘합니다.
위노라 라이더는 윈즈데이의 원형재 같은 캐릭터로 등장했고 이 영화와 인연으로 1991년 <가위손>에 출연합니다. 팀 버튼 감독 영화는 호불호가 강합니다. 블링블링한 세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음습하고 기이하고 기괴한 세상에 대한 거부감이 있은 분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스타일이 좋아서 그렇게 무섭거나 기이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팀 버튼이 연출한 영화들을 보면 2004년 <빅 피쉬>, 2005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후에는 연출작도 많지 않지만 2015년에 개봉한 <빅 아이즈>는 8만 정도만 드는 등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2022년 넷플릭스의 최대 히트 드라마인 <웬즈데이>를 통해서 팀 버튼 세계의 완성체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이 <웬즈데이>를 보면서 <비틀쥬스> 후속편인 <비틀쥬스 비틀쥬스>에 <웬즈데이>의 주인배우인 '제나 오르테가'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키웠는데 어제 <비틀쥬스>를 보고 예매를 포기했습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인가 없는 이유 3가지
1. 1편을 봐야 이해 가능한 스토리
1편이 성공한 후 2년 후인 1990년에 2편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배트맨>이 초대박이 나면서 2편 제작은 연기되었다가 약 35년이 지난 지금 2편이 만들어졌네요. 이야기는 1편의 35년이 지난 후 이야기로 제대로 보려면 1편을 봐야 합니다. 물론 대충 컨셉만 알고 보면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2편 포스터를 보면 1편에 등장한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걸 보면 1편을 보고 봐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벽이 있다 보니 아예 안 볼듯합니다.
2. 취향을 탄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괴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묘한 지점을 잘 만드는 감독이죠. 그러나 호불호가 꽤 강합니다. 따라서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아하고 한국에서 '팀 버튼' 미술전도 하는 등 팬들도 많지만 안 보는 사람은 안 봅니다.
3. 인기 높은 배우가 없다.
'위노나 라이더'는 처음 봤을 때 천사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예쁨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50대 배우이자 최근에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20,30대들이 잘 알지 못하죠. '마이클 키튼'은 최근 플래시맨에 '배트맨'으로 등장했지만 인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분도 40,50대 이상 분들이나 잘 알죠.
여기에 <윈즈데이>의 주연배우인 '제나 오르테가'가 좀 알려졌지만 높은 인지도의 배우는 아니죠. 그냥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지만 그 팬이 넓지 않은 점과 진입장벽과 취향을 타는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네요. 다들 다음 주에 개봉하는 <베테랑 2>만 기다리고 저도 <베테랑 2>를 예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