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축내는 공공기관들이 엄청 많습니다. 왜 있는지도 모르는 곳도 많고 하는 일도 없는 공공기관을 보면 한숨이 나오죠. 특히 최근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를 보면 세금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다릅니다. 내가 만난 최고의 공공서비스, 가장 열정적인 공공기관이 바로 영상자료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등등 영화 관련 공공기관이 많지만 영화진흥위원회는 구설수도 많고 신뢰가 안 가지만 영화를 기록하고 보관하고 소개하는 서울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은 정말 일 잘합니다.
영화마니아들의 아지트 영상자료원
영상자료원은 한국에서 만든 모든 영화의 백업본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법에 따라서 영화를 제작하면 무조건 1벌을 영상자료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물론 제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지급합니다. 그렇게 지급 받은 영화 필름이나 디지털 파일은 영상자료원에서 보관 관리합니다. 이중 백업으로 하나는 영상자료원 수장고에 또 하나는 파주시에 있는 영상자료원 수장고에 저장합니다. 한 곳에 불이 나서 전소되어도 다른 곳에 백업 본이 있기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시네마테크 1~3관에서 수시로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합니다. 특히 독립영화를 많이 소개하고 좋은 영화를 현재와 과거 가리지 않고 수시로 상영합니다. 여기서 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은 잊히지 않습니다. 영화관에서 보길 천만다행으로 그 엄청난 비주얼 쇼크는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리고 영화박물관이 1층에 있는데 상설 전시관과 특별 전시관에서 다양한 영화 관련 전시를 합니다. 한국 영화 역사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나가보면 영화관련 서적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영화 이론 서적도 적고요. 가끔 나오기는 하는데 다른 분야보다 유난히 적어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영화 보는 훈련이나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아요.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제공했던 영화잡지들
그래서 많이 발달한 것이 잡지입니다. 영화 잡지는 최신 개봉 영화 정보와 해외 영화 흐름이나 다양한 영화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나 비평과 인기 스타들의 대형 사진을 통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보욕을 충족해 줬습니다. 60년대는 출판 기술이 좋지 못해서 위 사진처럼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분이 안 가는 표지가 있었네요.
그러다 총천연색 컬러 사진으로 무장한 사진잡지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스크린으로 1984년 첫 창간을 합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홍콩 영화 스타들을 주로 소개하던 로드쇼가 1989년 창간을 합니다. 로드쇼는 영화계의 예수인 정성일 평론가가 데스크로 있었던 곳입니다. 당시 친구는 스크린을 사고 저는 로드쇼를 사서 학교에서 바꿔보곤 했었고 이때 시네키드가 됩니다. 좌 스크린, 우 로드쇼. 영화 잡지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지금은 씨네21만 남아 있는 느낌이고 그 마저도 개봉하는 영화가 적어지다 보니 책 리뷰를 하고 엉뚱한 내용들이 많이 올라와서 영화계 전체가 망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한국일보 출신 국회의원 조세형이 만든 스크린
1984년 3월 스크린이 창간을 합니다. 창간호 표지 모델은 브룩쉴즈입니다. 80년대 서양 3대 미인은 브룩 쉴즈, 왕조현, 소피 마르소였는데 이중 브룩 쉴즈가 항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닌 당시 설문조사하면 항상 1위였습니다.
이 로드쇼는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거쳐서 국회의원이 되었던 조세형이 만든 영화 잡지입니다. 80년대만 해도 이렇다 할 영화잡지가 없었어요. 해외 영화는 지금과 달리 프랑스, 영국, 미국, 홍콩, 이탈리아 등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한 영화를 만나고 있었고 몇몇 배우들은 엄청난 팬덤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욕망을 충족해 줄 영화 잡지가 없었죠.
이런 영화에 대한 갈망 특히 지금보다 더 심했던 배우들에 대한 갈망을 한 방에 풀어준 것이 스크린이었습니다. 스크린은 잡지에 수 많은 컬러 사진을 잔뜩 실었습니다. 게다가 80년대부터 컬러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총천연색 해외 유명 배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잔뜩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유명 배우를 코팅한 책받침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생긴 배우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성형술이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요.
다 추억이죠. 다 추억인데 추억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984년~ 90년까지 월간 스크린을 PDF 파일로 공개하다
영상자료원 2층에는 영상도서관이 있는데 여기서 스크린 잡지를 꺼내보곤 합니다. 그 당시 느낌도 가득나고 영화 정보도 많아서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가져가서 볼 수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영상자료원이 저작권자와 협의 후에 1984년 창간호부터 90년대까지 발행한 스크린을 PDF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영상자료원 가입을 한 후에 위 링크를 누르세요.
각 호에 대한 정보와 함께 상단 PDF를 누르면 스크린 잡지를 스캔을 한 PDF 파일이 나옵니다. 추억 돋네요. 당시 광고도 보이고 당시 인기 스타들의 대형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데 낮인데도 술이 생각나네요. 돌아올 수 없던 시절이라서 그런가 보네요. 80년대는 야만의 시대이자 낭만의 시대였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완성되지 못하던 시절이라서 편법이 몰상식이 난무했지만 누구나 쉽게 돈을 벌던 시절이라서 여유도 있었죠.
지나고 보니 다 그립기만 하네요. 결과를 아니 그리운 것이지 80년대가 현재였다면 불안이를 업고 다녔서 행복함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