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콜라보가 있었습니다. 수다쟁이 데드풀과 말보단 주먹이 먼저 나가는 다혈질의 울버린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이 콜라보는 쉽습니다. 둘 다 MCU 소속 캐릭터라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DC 캐릭터가 마블에 등장하는 것이 어렵지 같은 MCU 라면 가능하죠.
그러나 두 캐릭터의 소속 배급사가 달랐습니다. 데드풀은 마블 스튜디오이고 울버린이 소속된 X맨은 20세기 폭스사였습니다. 실제로 X맨 시리즈는 20세기 폭스사의 효자 상품이었죠. 그런데 이 둘을 결합시킨 회사가 나왔으니 바로 디즈니입니다.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와 2017년 폭스사까지 다 인수합니다.
이후 상상으로만 있었던 반댓말 같았던 데드풀과 울버린의 콜라보 소식에 코로나 시국을 앓고 있었던 많은 영화 팬들은 광분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24년 7월 24일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을 만나게 하는 키워드는 또 평행 우주 그리고 TVA
<데드풀과 울버린>의 최대 걸림돌은 MCU 영화 답지 않게 15세 관람가가 아닌 청소년 관람 불가입니다. 19세 미만 관람객은 입장을 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손잡고 와도 안 됩니다. 학생들은 못 봅니다. 입구에서 주민등록증 검사하니 모바일 주민등록증이라도 챙겨서 가야 합니다. 물론 저같이 얼굴 자체가 성인인 분들은 검사 안 합니다. 어려 보이는 분들만 합니다.
그럼 실제로 어떤 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이냐? 대사와 신체파괴 장면이 꽤 있습니다. 저야 다 CG이고 넷플릭스가 더 잔혹한 장면이 많아서 별 느낌이 없지만 이 2가지 때문에 성인 취향입니다. 그렇다고 장면들이 못 볼 정도로 잔혹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성인 입장이지 청소년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일 수 있어서 청소년 관람 불가네요. 참고로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아서 17세 미만의 경우 부모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맞은 것은 한국 흥행에서 치명적이네요.
<데드풀과 울버린> 데드풀 3가 시작되면 데드풀이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인 <로건>에서 울버린이 묻혀 있는 묘를 파묘합니다. 데드풀은 울버린이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뼈만 남은 울버린의 뼈를 가지고 다가오는 TVA 요원들을 박살 냅니다. TVA??? TVA는 디즈니플러스 로키 시리즈를 봐야 합니다. 이게 문제예요. 요즘 마블은 뭘 보고 봐야 하는 문턱이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TVA는 평행 우주의 타임라인을 관제하는 곳으로 수많은 평행 우주가 잘 돌아가게 하는 관제 센터입니다.
이 TVA의 힘은 아주 강력해서 우리가 사는 평행우주의 흥망성쇠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데드풀이 사는 우주인 지구-616를 관장하는 패러독스라는 TVA 관리자가 지구의 핵심 영웅이 죽었다면서 어차피 지구는 멸망각인걸 빠르게 멸망 시키려고 시간을 빠르게 돌리게 하는 기계를 만드려고 합니다. 물론 불법입니다.
이 패러독스는 데드풀이 어벤져스에도 X맨에도 소속되지 않아서 중요한 인물인 적이 없는 걸 간파하고 마지막 지구 멸망 버튼을 같이 누르자고 제안합니다. 이에 데드풀은 지구 616 타임라인에서 사라진 울버린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 다른 평행 우주에 사는 울버린을 찾아서 멸망해 가는 지구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핵심 재미는 액션보다는 구강 액션과 놀라운 섭외력
<데드풀과 울버린>의 초반 장면은 역시 데드풀임을 잘 보여줍니다. 슬로 모션과 아주 듣기 좋은 익숙한 노래 그리고 화려한 액션이 시그니처죠. 이번엔 로건의 뼈를 이용해서 TVA를 작살냅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노래가 엔싱크의 Bye Bye Bye입니다. 그냥 노래만 나오는 게 아니고 데드풀이 이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춥니다. 이것이 데드풀이다!라고 소리 지르고 시작합니다. 아주 좋아요.
<데드풀과 울버린>의 액션 장면은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액션 장면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요.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구강 액션 영화라고 할 정도로 영화에서 큰 재미는 2개입니다. 하나는 쉴 새 없이 입을 터는 데드풀의 대사입니다. 그러나 이 대사들이 성인용 대사들이 많다는 점과 데드풀 1,2편과 울버린 시리즈 중 로건을 보거나 TVA처럼 최근 마블의 현황 그리고 폭스를 디즈니가 인수한 모습 등등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 관련된 제반 지식을 많이 알수록 터지는 유머가 많아서 이게 호불호가 갈립니다.
이 데드풀 3로 데드풀을 처음 본 분들은 많은 설명이 필요로 하고 뭔 소리인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빵빵 터지네요. 특히 X맨 시리즈 말아먹은 폭스사 욕하는 모습에 웃음이 실실 나왔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마블도 엄청 까죠. 마블이 페이즈 3로 다 말아먹자 자신이 마블의 예수라고 자칭하는 자체가 웃기죠.
데드풀은 제4의 벽이라는 자신이 가상 캐릭터라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있고 이것도 초능력입니다. 다만 관객에게는 이게 웃음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마블을 비난하고 폭스를 비난합니다. 만화에서도 제4의 벽을 인지하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현실과 영화를 오가는 대사가 주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여기에 가장 까칠하고 성질만 가득한 듯한 울버린과의 티격태격이 주는 재미도 강하죠. 두 캐릭터는 모두 힐링 팩터라는 자가 치유 능력이 있는데 이 능력을 가지고 싸우는 차량 액션 장면은 짜릿하고 창의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웃음 코드가 있는데 어! 형이 왜 거기서 나와처럼 뜻밖의 유명 배우들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특히 말하는 자체가 스포라서 하지 못하는 한 배우의 등장은 빵 터지게 하네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크게 웃었네요. 다만 이것도 이 배우가 2개의 슈퍼히어로 물에 출연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알고 보시면 좋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에 출연한 흑역사를 영화에 담는 것처럼요.
X맨 시리즈와 MCU의 아주 훌륭한 조합 그리고 아쉬운 점
데드풀과 울버린 두 상극의 캐릭터가 주는 티키타카가 아주 짜릿합니다. 특히 울버린은 오리지널 슈트를 입고 싸우는 모습은 폭스의 울버린이 하지 못한 모습이죠. 이 영화의 핵심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생각도 듭니다. 데드풀이야 현역이자 MCU의 예수라고 할 정도로 마블 현역 1 대장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이 데드풀이 사라진 울버린을 부활시키는 것을 넘어서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사라진 슈퍼히어로들인 블레이드와 엘렉트라를 넘어서 로건에 나온 캐릭터까지 총출동 시킵니다. 이게 핵심 재미 중 하나입니다. 정말 단독 주연을 해도 되는 배우들까지 조연으로 마구 활용합니다. 여기에 영화 후반 등장하는 다양한 데드풀도 빅 재미를 주네요. 특히 마스크를 벗은 데드풀인 웨이드 윌슨도 빵 터지게 하네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바로 빌런입니다. 자비에 교수의 친 누나인 '카산드라 노바'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매그니토처럼 뛰어난 염력술사인데 철만 조절하는 건 아니고 모든 물체를 쉽게 움직입니다. 게다가 치유 능력까지 있고 자비에 교수처럼 뇌를 스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극강의 캐릭터라면 약점을 발견하고 공격하기 쉽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워낙 데드풀 시리즈가 가벼운 캐릭터의 구강 액션이 강해서 그렇다고 쳐도 후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좀 허술해 보입니다.
마돈나의 Like a Player가 쳐지는 분위기를 살리다
최근 나온 마블 영화 치고는 가장 잘 만들었습니다. 휴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만남만으로도 흥행 성공은 보증받았고 그 기대치에 충분한 결과물을 들고 왔네요. 감독은 '숀 레비'로 <애덤 프로젝트>, <프리가이>,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초대박 흥행 영화 연출을 하지 않았지만 라이놀즈와 <리얼 스틸>로 휴 잭맨과의 인연도 있어서 두 주연 배우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재미도 잘 뽑았네요.
그럼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보다 액션의 규모가 다소 소박한 느낌이라서 아쉬웠고 마무리 과정에서 다소 핍진성이 떨어져서 아쉬웠는데 이 모든 아쉬움을 노래 한 방으로 날리네요.
바로 마돈나의 'Like a Player'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에게 이 노래는 팝송에 눈을 뜨게 한 노래로 지금 들어도 너무 좋네요. 다만 이 노래가 나오던 1989년에는 미국에서 다소 충격적인 뮤직 비디오로 말이 참 많았고 지금 봐도 쇼킹한 뮤직비디오입니다. 그건 차치하고라도 이 노래가 주는 경쾌함은 너무 좋고 이 노래를 배경으로 마무리 짓는 장면이 너무 좋네요.
추천 안 해도 다들 보실 겁니다. 다만 엄청난 그대는 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잘 뺀 정도입니다.
쿠키 영상은 1개입니다. 먼저 스크롤이 오르면서 X맨 촬영 필름 메이킹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영화가 X맨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스크롤이 다 오르고 나오는 쿠키 영상 1개는 꼭 보세요. 그냥 의미없는 쿠키 영상이 아닌 빵 터지는 영상입니다. 꼭 보세요.
별점 : ★ ★ ★☆
40자 평 : 반댓말 같은 두 캐릭터의 티격태격과 유명 배우들이 선물상자처럼 툭툭 튀어나오는 재미가 콸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