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80년초 국내에서 방영을 했었던 은하철도999 그때는 정말 어설프게 봤습니다. 초등학생이던 내 나이도 있었구
교회에 가야하는 얼뜨기 기독교인이여서 앞부분 10분만 보고 교회에 갔던적이 많아죠. 그 당시 닐스의 모험이라는 라이벌 만화영화도 같은 시간에 했었구요
30대가 된후 나이들어서 일요일 아침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다시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은하철도999 정말 명작만화영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긴 호흡의 로드 무비
은하철도999를 영화장르로 표현하자면 로드무비입니다. 개인적으로 로드무비를 좋아하는데 여행이나 주인공의 여정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은하철도999는 그런 로드무비의 형식으로 포장했습니다.
기계인간이 되고자 하는 철이와 그런 철이를 보호하고 안내하면서 어머니이자, 애인이며, 누나이자 선생님이자 어른인 메텔이라는 장례식장에 갈때나 입는 러시아의상을 입은 비밀덩어리인 여인과 그런 그들사이에 추임새를 넣어주는 직업정신의 달인
차장. 이 만화를 보면서 어린왕자의 모습까지도 보이더군요.
어린왕자가 이별,저별 떠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변화하듯이 철이가 은하철도999를 타고서 여러행성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의해 철이도 변하고 철이때문에 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수 있습니다. 각 행성들이 특이한 핸디캡들을 하나씩 가지고서 그 에피소드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모습은 한편의 이솝우화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현대판 이솝우화죠.
사랑,우정, 부정부패, 행복, 가족애등 정말 많은 주제를 정갈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각 에피소드들중 아무거나 뚝 뜯어내서 한편만 봐도 아주 영혼에 좋은 음식과도 같은 만화입니다. 기본적으로 큰 줄거리인 안드로메다로 가서 기계인간이 되겠다는 긴호흡의 줄거리와 각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지 않는 모습은 드라마 X파일과도 흡사한 네러티브입니다.
어쨌거나 은하철도999에 대한 전체적인 줄거리와 내용을 어느정도 습득하고 요즘 보고 있는데 알고 보니 더 재미가 있더군요.
뭐 80년대 만화영화라서 세련된 맛은 없습니다. 하지만 투박한 맛이 오히려 더 감칠맛이 나더군요
광대한 마츠모토 레이지가 풀어내는 세련된 우주 대서사시
은하철도999 하나만봐도 일본애니의 강점인 탄탄한 구성미와 스토리텔링의 유려하고 화려함을 다 느낄수 있습니다.
일본애니가 전세계에 퍼지던 시기인 70년대는 아주 간단한 스토리였습니다. 대부분 로봇만화였는데 마징가나 그레이트 마징가가
악당로봇(이 악당로봇들은 생산량이 엄청나죠. 매주 수십대씩 만들어내니 제 블로그와 비슷합니다) 1주일에 하나씩 무찌르면서
포인트 적립하고(응?) 적립된 포인트로 업그레이드해서 날개나 로켓펀치 아모를 강화하는데 투자하는 스토리였죠.
그러나 일본애니가 80년대 들어오면서 마츠모토 레이지를 필두로 마크로스, 기동전사 건담등이 대 히트를 치게 됩니다.
디즈니만화가 수십년이 지난 현재까지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는 유치원생 초등학생용 만화를 만들고 있다면 일본애니는 70년대 선과악의 대결을 벗어나 인간생활과 비슷한 국가관이나 인물, 사상과 역사등 주인공이 절대선으로 그려지지 않고 상대적인 선임을 묘사합니다. 나에겐 저놈이 악당이지만 악당입장에서는 내가 악당일수 있다는 모습이죠. 이런 상대적인 선과 악을 그림으로써 착한놈,나쁜놈 타령하는 초등학생들을 뛰어넘어 성인들까지 일본애니에 빠져들게 되죠
이 은하철도 999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은하철도999를 가만히 보면 마츠모토 레이지가 존경하는 인물이 체 게바라가 아닐까 할 정도로 사회주의자적인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철이의 연설과 행동에 감명받고 독재자를 무찌르는 모습은 곳곳에서 볼수 있습니다. 반대로 왕이나 권력자들은 항상 악에 가까운 더러운 인간으로 그려지죠. 철이자체가 가난한 집 아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은하철도 999전체적으로 흐르는 모습은 부자는 악이고 돈없는 자들은 선하게 묘사됩니다. 또한 제국주의는 혁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뭐 그 혁명이 성공으로 끝난 에피소드도 있구 아닌것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두환이 이 은하철도999를 방영하게 했다는 자체가 좀 의아스럽네요. 당시 독재정권인 전두환이 투쟁하고 쟁취하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영화를 그냥 통과시키다니 ㅎㅎㅎ
뭐 얘들보는 만화가 별거 있겠어 얘들이 좋아하면 됐지하고 짧은 생각이었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렇지만 80년대 당시 엄청난 검열로 바보들의 행진같은 청춘영화는 가위질을 많이 당했죠. 뭐 한국유일의 포스트모던하고 추상적인 영화인 바보사냥도 사회를 비판한 내용이지만 온통 은유법으로 된 영화라서 정권에서 검열을 하지 못한 모습도 생각나네요
글이 좀 샜군요. 마츠모토 레이지 이름도 최근에 알았는데 정말 그 세계관과 그가 풀어내는 우주 대서사시는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옵니다. 우주전함V호나 캡틱하록 천년여왕등 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 존경스럽습니다.
남들이 그렇더군요. 은하철도999 요즘 다시 한다니까 그 만화는 왠지 어둡워서 별로 보고 싶지 않다구요. 사실 애들 보는 만화치고는 상당히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많이 나오고요. 내가 초등학생때 봤으니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본것도 많을것 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은하철도999는 초등학생들이 볼것은 아니고 중고등학생들이 봐야 딱 어울릴듯 합니다.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는 애니입니다.
은하철도999 음악도 참 좋더군요. 현악기로 애잔한 선율과 아리아도 들리구요.
100편이 넘은 만화영화 은하철도999가 EBS채널을 통해 항해한지 3개월이 지났네요. 곧 종착역에 도착할듯 합니다.
추억의 항해를 함께 떠나면서 매주 일요일 아침 어른들이 읽어야 할 이솝우화 몇편씩 보는 느낌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