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의 요정을 아세요? 제 기억으로는 제가 80년대 후반 MBC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방영한 단막극인데
이 단막극이 전국을 흔들어 놓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나는것은 빛과 소금이 부른 샴푸의 요정이라는 주제가와 주인공 홍학표의 어눌한 주인공역이 기억에 남네요.
기억 남는 장면이라면 단 한가지인데
마지막장면에서 홍학표가 여자주인공인 채시라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옵니다. 멋진 세단앞에서 전화를 건 홍학표 여자주인공인 채시라는 멋진 자동차앞에잘 차려입은 홍학표를 보고 미소를 보냅니다. 마치 자기 차인양 성공한 듯한 홍학표가 손을 흔듭니다.
그런데 그 세간이 붕~~~ 하고 출발합니다. 뎅~~~~
크하하하하 그 장면은 그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하루종일 너 어제 베스트셀러극장 봤어~~라는 인삿말로 바뀝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줄거리가 있습니다. 월요일에 했었나 봅니다.
베스트셀러극장, 226회(샴푸의 요정) 1988-10-09 (월요일)
기획: 이연헌 연출: 황인뢰 원작: 장정일 극본: 주찬옥
출연: 홍학표,채시라,윤석화,오영수,윤철형,이효정,이홍렬, 국정환,김성일,신충식,문희원,정희선
미대를 졸업한지 2년이 지나도록 취직도 않고 지내던
이현재는 TV 샴푸광고에 나오는 CF 모델을 짝사랑하게
되어 광고회사에 입사한다. 한편 그녀를 집적거리는
또 한사람의 정신이상자가 있어 협박전화를 걸어대는
바람에 그녀는 괴로워한다. 어느날 그녀의 애인이
라이브 콘서트를 열다 전자기타에 감전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현재가 의심을 받게 된다. 그는 혐의를
벗기 위해 직접 범인 추적에 나서 그녀를 괴롭히던
범인을 검거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
[출처] 베스트셀러극장, 226회(샴푸의 요정)|작성자 수줍
네모난 화면 헤치며 살며시 다가와~~~ 이 노래 대박났죠. 이 노래가 베스트셀러 단막극을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인지 아니면 원래
있던 곡인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주제가라는 것도 생소한 80년대 후반에 단막극을 위해 맞춤노래를 듣다니 센세이션했죠.
이 베스트셀러극장으로 홍학표는 청춘스타가 됩니다. 채시라는 그때 악성루머가 있었는데 (아실분은 아실거예요)그걸 말끔히 날려버릴정도의 강력한 파괴력이 이 샴푸의 요정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혜수. 제 기억에는 김혜수가 나온 베스트셀러극장을 본후 그 다음날 교정은 날리가 났습니다. 김혜수봤니 김혜수 김헤수
오 나의 여신 김혜수~~ 학생들의 책받침은 맥가이버와 홍콩스타에서 김혜수로 바뀝니다. 김혜수 정말 단 한편 나오고 하이틴 스타가 됩니다. 한국배우에서는 보기힘든 글래머에다가 목소리도 꾀꼬리를 과서 삶아먹었는지 어찌나 청초하던지 미모또한 대단했죠. 80년대 후반 김혜수는 지금의 전지현이나 김태희에 비교가 안될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청초함의 대명사 김혜수.. 옷 한번 벗지 않았던 김혜수가 영화 타짜에서 훌러덩 벗었을때는 뜨악하면서 흠~~ 한숨이 쉬어지더군요. 나의 김혜수가 80녀대 그 김혜수가 사라졌으니까요.
본격적으로 말해보죠. 베스트셀러극장은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가 가지지 못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드라마였습니다.
지금은 16부작이다 32부작이다 하는 미니씨리즈와 일일드라마가 양분하고 있지만 그시절에는 단막극이 더 인기가 많았습니다.
MBC의 베스트셀러극장은 새로운 시도와 신입드라마PD들의 역량과 능력을 체크하는 리트머스종이 같은 역활을 했습니다. 빤한 내용을 읇어되던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보다는 어떻게 결말이 날지 무슨이야기를 할지 모르는 단막극만의 묘미가 얼마나 좋았던지요.
실험정신을 테스트하고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공헌을 합니다.
그거 아세요. 철두철미의 달인인 봉준호 감독이 단편영화로 성공해서 지금의 대감독이 된것을요.
아직도 기억나요. 임상효가 주연한 단편영화 지리멸렬을 친구랑 같이 우리집에서 비디오로 보고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지리멸렬을 보면서 이 감독 뜰꺼야 하고 둘이 동시에 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나네요.
스타감독과 연출가들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영화가 다시 기지개를 편 90년대 중후반이전에 단편영화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영화감독들이 많았던것이 9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감독놀음이거든요.
서해의 백령도에 비가 오면 얼마후에 서울에 비가 오듯이 단편영화에서 눈에 뜨이는 감독들이 많을수록 3년 4년후에 한국영화가 크게 발전 합니다. 지금 한국영화가 침체기라고 하는것의 근본원인은 단편영화 독립영화들이 이전보다 기를 못피고 재능있는 감독들이 자기맘대로 영화를 만들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MBC가 베스트셀러 극장이 있었다면 KBS는 드라마시티나 TV문학관이 있었습니다. 이런 단막극이 있었기에 스타드라마PD가 있는것입니다.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가 실험정신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와 시청률에 따라서 시류에 급하게 휩쓸리는 모습이 많은데
이러다가는 몇년후 한국드라마들은 뻔한 스토리만 생산해내는 저급한 드라마들만 남을것입니다.
한국의 주말이나 아침드라마를 보세요. 얼마나 짜증나는지요.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고 불륜은 기본소스로 나옵니다. 특정드라마를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조강지처클럽을 가끔 보면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그러면서도 시청률이 높은걸 보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지가 벌려놓은 이야기를 주서담지도 못하면서 재미만 추구하는 작가들이 인기작가로 득세하는거죠.
제가 알기로는 방송3사에서 단막극드라마가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라진 이유는 시청률저조가 원인이겠지만 좋은약은 입에 쓴것처럼 시청률지상주의로 쫒아가는 방송사들이 부나방처럼 그 시청률의 달콤함에 날개를 태워먹는지도 모르고 낄낄꺼리다가 언젠가 된통 당할것입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출발해서 심각한 이야기로 끝났네요.
베스트셀러 극장의 그 상큼함과 센세이션 그게 그립습니다.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픔마져도 멀리사려져~~ 샴푸의 요정같은 단막극 만날수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