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뭉쳤습니다. 드디어 진보가 뭉쳤습니다. 그런데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뭉친 게 아닙니다.
미국 쇠고기 때문에 뭉쳤죠. 이게 진보의 한계입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는 뭉치지만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진보끼리도 헐뜯습니다. 지난 대선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죠.
이명박이라는 보수파의 수장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진보세력들은 뭘 했을까요? 정동영이란 민주당(약칭)
후보도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도 진보신당, 민노당 후보들 모두 서로를 헐뜯었습니다.
특히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는 자신이 보수주의자인지 진보주의자인지 색을 밝히지도 않고 정치경험이
없다는 것이 깨끗함의 표상이라고 교묘히 포장해서 대중에게 내놓았고 새로운 진보를 꿈꾸던 청년들이
많이 사갔습니다. 품절상태가 될 정도였죠. 그리고 선거 후에 자유선진당이라는 한나라당 3중대와 손을 잡습니다. (2중대는 친박연대가 있으므로) 사람들은 문국현을 반품합니다.
또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북한에 대한 노선이 다르다고 당을 깨버립니다.
한나라당이었다면 어떘을까요? 이명박과 박근혜 이 두 사람이 아직도 으르렁 거리지만 당을 깨고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있으면 보수는 꼴통만 있어도 저런 충성심인지 아둔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은 안 깨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보의 한계이자 가장 큰 약점은 다들 잘났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이야기만 옳고 같은 색을 지닌 사람도
욕을 하고 비판을 합니다. 물론 건전한 비판도 많습니다만 결과론적으로 서로 비판만하다가 그 작은 당마저
또 깨버립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당을 깨고 다시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사분오열 이게 진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의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다시 뭉쳤습니다. 미국 쇠고기 때문이죠. 일반 시민도 많지만 진보세력들이 이렇게 다시 뭉치는 모습을
보기는 제가 첨인 듯합니다. 통합민주당 후보도, 창조한국당 깃발도 민노당, 진보신당 깃발이 어우러졌습니다.
저 사람들만 대선 전에 다 모였어도 이명박과 비슷하게 해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6개월 전에 대통령 뽑을 때 세상을 옳은 길로 가게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놓치고 후회하는 모습들이 분명
지금의 촛불시위에 있습니다
조국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입니다. 이 잘생긴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SBS 8시 뉴스의 뉴스 평을 하는 것을
몇 번 보면서 저런 반듯한 교수님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조국 교수는 진보주의자라고 자칭
말합니다. 하지만 과격한 진보가 아닌 현실세계에서는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관망합니다.
그는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에서 진보세력들이 이루어 놓은 세상을 조목조목 잘 지적하고 수구세력들이
행한 지난날들의 과오들을 조목조목 까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진보세력들의 잘못된 점을 세세하게 적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보세력 특히 민노당과 통합민주당이 북한 인권에 대해 한마디 말도 안 하는
모습에서는 북한의 인권이 수구와 진보세력 간의 정치적인 이슈거리로 전락시킨 점을 아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도 민노 당분들이 북한의 노동자들과 풀밭에서 담소를 나누고 형제여 어쩌고 하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솔직히 역겨움도 있습니다. 그게 통일의 첫걸음 인양 우리가 선지자다라고 말하는
모습 같아 심하게 비유가 상합니다. 그런 모습 뒤에는 저 지방에서는 아사로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이 있고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던 말던 신경 안 쓰는 북한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하지 못합니다.
뭐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겠지요. 인정은 합니다. 했다가는 이명박 정권처럼 북한의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의 공격을 받을 테니까요.
이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은 지금 진보가 다시 힘을 얻고 시민들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때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있습니다. 진보주의자들에게는 강제로라도
읽혀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조국 교수는 말합니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나의 친구여,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푸르른 것은 저 생명의 황금빛 나무라네 나는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보에게 말합니다. 전진하라고 전진하라고
하지만 항상 뒤에 뒤처지는 사람들이 없는지 챙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빠르지 않게, 반쯤 빠르게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있듯이 지금 진군하는 진보들은 산초 같은 견제세력을 스스로 만들어서 데리고 다녀야 할 듯합니다.
문화의 향기/책서평
보수에 대한 공격보다 성찰하는 진보가 대안이다.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