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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내가 먹은 세상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커피, 가장 쓴 커피

by 썬도그 200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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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입안에서 웅성거리던 노래 하나가 있었습니다.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적이 있스니까?  였는데요. 노래도 잔잔하고 따라부르기도 쉽고
해서 자주 들었던 노래인데요.  90년대는 정말 커피 마셨던것 같네요. 요즘은  커피마실돈이면 호프집가서
생맥때리죠.

이런 날이 흐린 날은 창가에서 냉커피 하나 타서 거리를 내려보면서 먹는 커피도 일품이죠.
그리고 오늘 그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유난히달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먹은 커피중 가장 맛있었던 커피가 뭐였을까?  혹은 가장 쓴 커피가 뭐엿을까?
(커피의 미각적 맛을 얘기하는 글은 아닙니다. 전 스타벅스와 자판커피를 구분못합니다 ㅠ.ㅠ)


가장 맛있었던 커피

90년대 초  대학교 여름방학때  방에서 빈대떡이 되어서 철퍼덕 붙어있을때 한통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여자후배 둘이서 같이 놀자는 말에 종로거리에 나갔는데요. 비가 엄청오더군요. 장마라서  비는 그치지
않았구요. 제가 골프우산을 가지고 나가서 유난히 작았던 두후배를 그 큰 우산안에 다 들어오게
했습니다. 나중에 그 여자후배들은 내가 키다리아저씨 같았다나요. 뭐 제가 키가 큰게 아니고 커다란 우산
떄문이겠죠. 그 후배들을 데리고  아무커피숍이나 들어갔습니다. 2층에 올라가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한 3시간 커피를 마셨는데  그 후배둘중 하나가 제가 평소에 흠모하던 후배였죠.
그러니까 집에서 총알같이 튀어나갔지요.  그 비오는 7월의 종로거리에서 창밖의 빗소리와 어두운 하늘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오랬동안 그 여자후배랑 길게 얘기해본적이 없었는데
제 진면목(?)을 다 보여주었습니다. 좀 말이없는 편이지만 그떄는 옹알이하다가 말문이 트인 어린아이처럼
굉장히 쫑알거렸고 그  쫑알거림이 순도가 굉장히 높아서 4명이 모인 그 커피테이블에서 저 혼자 떠든것
같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말하더군요.  내가 흠모하던 여자후배가 그때 그 커피숍에서 내모습이 없었다면 그저그런 선배로 봤을거라구요. 그리고 군대가기전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커피는  장장 6시간동안 마신 커피였습니다.
이것도 20대 초반에 먹었던 커피였는데요. 남자 3명이서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누군대학가고 누군 학원다니고 누군 직장다니고 했던 한길을 걷다가 다들 각자의 길을 걷다가 
남자들도 모이면 수다가 많아요. 그렇게 커피빈도 스타벅스도 아닌 그때 가장 싸고 많이 있었던
오두막이란 커피숍에서 가장싼 커피인 일반커피를 시켜놓고 (기억으로는 1천원에서 2천원 사이였었죠 아마)
3시간을 떠들어 되었으니 주인눈치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꼼수를 생각해 냈는데 집에 있는 친구들을 1시간
간격으로 불러내는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7명까지 불렀는데 오후 6시게 들어가서 밤12시쯤에 나왔습니다.
그 추억은 아직도 친구들과 만나면 회자되죠.  가장 싼 커피전문점 커피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가장 쓴 커피

여러가지가 떠 오르네요.
회사 퇴사하는 여직원과 함꼐했던 커피도 생각나구요
권고 퇴직을 권하던 사장님과 마시던 커피도 가장 썼던것 같구요
최근에는 작년에 할머니가 오토바이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가해자집에서는 엄마,아빠가 없다느니 폭주족으로
살다가 몇달전부터  중국집배달원으로 새삶을 살고 있으니 선처좀 해달라고 하느니 말고 함께 2백만원을
들고와서 합의 해달라고 했던 모습, 우리집이 강경하게 나가니까  단 3일만에 가해자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친척분들이 나와서 우리가 제시한 합의금을 치루던 모습 그리고 그분들은 그 자리에 와서는
합의서 싸인을 받자마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인사도 안하고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씁슬하더군요.
그리고 합의를 했던 노량진역앞의 그 커피숍의 커피는 유난히 쓰더군요.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고아도 아니고 멀쩡한 집안의 청년인데 합의금 깎을려고 졸지에 부모님이 없다는 고아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보험회사 직원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말해주더군요.

그리고 가장 썼던것은 이별통보의 커피였죠
90년대나 80년대의 대중가요 노래가사중엔 유난히 커피란 단어가 많았어요.
싸늘해진 커피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말에서 알수 있듯이 가장 쓴커피는 냉냉한 분위기에서 커피에
입을 델 생각조차 없어서 커피가 가득찬채 냉냉해진 커피죠.

이제 그만 만나자.

그말이 커피속에 들어가면 커피는 써집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안되겠니?  차가워진 얼굴에 온기란 전혀없고  경멸어린 미소만
몇번 보여주면서 이게 내 본모습이야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에서 마음속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내게 가장 달콤한 커피를 선사한 천사가  세상에서 가장 능멸찬 표정을 나를
바라보다니 더군다나 자신의 이기심으로 이별통보를 하는(그떄 나는 몰랐음 나중에 딴놈 생겨서 그런거라고
하던데)마당에 날 그렇게 보다니요. 뭐 잘잘못을 따지는 분위기도 그래서도 안되겠지만요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 호의를 배푼다고  커피값을 내고 나가더군요. 그래 넌 나가라 난 안간다
그냥 쳐다만 봤습니다. 나를 5초동안 쳐다보다가 그냥 자기 할일 있다는듯 가방들고 나가더군요
뒷모습도 보기 싫더군요. 한 20분간 창밖만 보고 있는데  이 노래가 흘러 나오더군요
천사와도 마시고 악마와도 마셔봤습니다.


이젠 커피를 잘 마시지 않고 마셔도  남이 타준것보단 혼자 타먹고 기계가 타주는 커피만 먹고 사는
나이가 되어버렸네요. 길거리에 넘쳐나는 커피전문점을 지나가면서 그 안을 유심히 볼때가
있는데 여전히 커피숍은 젊은사람들 그리고 여자분들이 많더군요.  분위기좋은 커피숍 찾아서
거리를 쏘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커피는 미각적맛보다 누구랑 마시냐는  가슴으로 느끼는 맛이 더  달콥쌉사름한듯 합니다. 

글 쓰다보니 아이스커피 다 마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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