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한 연예인들 블랙홀, 김장훈, 이승환,YB밴드
그들의 모습은 많은 시민들에게 힘이 되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 곳에 꼭 있어야할 꼭 있었으면 하는 가수가 한분 있습니다
바로 정태춘씨인데요. 30대 이상의 분들은 이 가수를 기억사실것입니다
고등학교때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밤의 친구인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를 했을때
이 정태춘씨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왜이리 노래들이 청아하고 좋던지요.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로 시작하는 시인의 마을을 듣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더군요.
포크가수이자 사회성짙은 노래를 불렀던 정태춘씨 부인 박은옥씨와 부른 촛불도 참 듣기 좋았죠
한번은 내가 맨날 팝송과 대중가요만 듣다가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거 다 외국에서 들어온 노래라고
하면서 진정한 가요는 정태춘씨의 노래라고 하면서 저랑 한바탕 말씨름 한 기억도 나네요.
정태춘씨도 뭐 따지고 보면 외국의 음악이죠. 하지만 그의 가사는 외국의 정서가 담긴 가사는 아니였습니다.
정말 한국적인 가사와 단어들 듣고 있으면 시골집 툇마루에서 모기불 피워놓고 별들과 눈맞춤하면서
누워서 듣는 노래같더군요
내가 좋아했던 노래는 에헤라 친구야 와 고향집 가세 가 있는데요.
고향집 가세의 가사 일부분만 옮겨보겠습니다
따가운 햇살에 개눈마당 먼지만 펄펄나고
음~ 개눈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뚝딱거리는 괘종시계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때야
텅빈집도 아늑하게
헤헤헤~헤야 다물어도 좋아라
헤헤헤~헤야 내 고향집가세
[출처] 고향집 가세(정태춘)를 듣다|작성자 진
이런 서정적이고 전원적인 노래를 부르던 정태춘씨가 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성 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공안정권에 의해 금지곡과 판매금지등 앨범 자체를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지금이야 이런 노래 맘대로 부를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했죠.
개인적으로는 그의 노래를 들을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뭐하시고 사실까요?
광화문의 촛불앞에서 큰 통기타 하나 매고 노래를 불렀다면 큰 어울림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을텐데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의 노래 한곡이 지금의 우리들 모습을 그리는듯 하여 이 밤 그립군요
92년 장마
1.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워, 워...
2.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출처] 정태춘의 '92년 종로, 장마'에서|작성자 들꽃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흐르는게 어디 세월뿐일까요. 사람도 흐르고 가수도 흐르고 정권도 흐리고 촛불도 흐르고
5월 18일에 내린 비가 비가 아닌듯 합니다. 누군가가 슬퍼하는 울음소리 같아 보였습니다.
그의 노래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릴테이프가 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