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는 이 영화관 불경기에도 1천만 명의 관객을 연속 2번이나 넘은 대단한 시리즈입니다. 범죄도시2 1269만 명, 범죄도시3가 106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100만 관객 동원도 어려운 요즘에 천만을 2번이나 기록하다뇨. 대단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관객이 많이 든다고 꼭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범죄도시> 1편이 연기, 스토리, 연출, 액션 모두 뛰어난 영화였고 2편도 그냥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3편은 조악한 스토리와 연출에 뇌절이 왔습니다. 그나마 초롱이라는 씬스틸러가 있어서 그나마 약간의 재미를 줬지 전체적으로는 정말 드럽게 못 만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4편을 안 보려고 했지만 4편은 3편과 전혀 다른 영화라는 소문이 있었고 잘 나왔다는 소리에 봤습니다. 보면서 생각해보니 4편이 3편보다 낫다고 한 그 사람은 현장 스텝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죄도시4는 3편보다 더 재미없는 노잼도시
<범죄도시3>를 보면서 빌런을 2명이나 투입했는데 오히려 재미가 반으로 깎인 모습에 각본과 연출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편까지는 그냥저냥 볼만했는데 3편은 팀원들이 있는데 혼자 다 때려잡는 모습에 이게 영화인가 게임인가 헛갈릴 정도였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쓴소리를 했죠.
4편은 최소한 3편보다 낫겠다고 생각하고 봤는데 제 예상과 달리 3편이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느껴질 정도로 3편보다 더 재미없는 4편을 만들었네요. 지하 1층을 찍고 반등하나 했는데 지하 2층으로 내려갔네요.
초반은 좋았습니다. 3편에서는 혼자 다 떄려 잡는 원펀맨 & 슈퍼히어로물처럼 느껴졌다면 4편은 강남의 한 경찰서 팀원들과 함께 움직입니다. 1편처럼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진짜 형사 같았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웃음끼를 좀 빼고 진짜 형사 영화로 만들더라고요. 이에 3편에서 받은 지적을 좀 고쳤나 했는데 문제는 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정말 무미 건조한 장면과 스토리 진행에 이렇게 변할 거면 달짝지근하고 찐득거려도 3편이 낫지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중간부터는 다 포기하고 맘대로 해라 식으로 자포자기하면서 봤습니다.
빌런은 칼춤을 추지만 초점 잃은 눈은 액션 장면도 스토리도 집중을 할 수 없네요. 정말 드럽게 재미없습니다.
내가 본 형사 영화 중에 가장 재미없게 본 영화가 아닐까 하네요. 물론 3편처럼 간간이 웃기고 간간히 액션을 넣어서 얼추 <범죄도시> 시리즈임을 증명은 하지만 총제적으로 정말 못 만든 영화입니다.
범죄도시4가 재미없는 이유 3가지
정말 보면서 보고 있는 내내 현타가 왔습니다. 간간히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범죄도시에 대한 기대치에 충족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반은 색다른 모습인 팀 단위로 움직이는 모습에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 라는 마석도 형사의 대사를 통해서 이 시리즈가 욕을 많이 먹으면서도 인기 있는 이유가 있겠지라는 말처럼 들릴 정도로 초반의 기세나 유머는 좋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한숨만 나오네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세요.
1. 와닿지 않고 흥미롭지도 않은 소재와 스토리
시대배경은 2018년으로 온라인 카지와 암호화폐를 통해서 큰 돈을 버는 조폭 조직과 IT 전문가인 2 부류의 빌런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금도 온라인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잃는 분들이 있죠. 그러나 저같이 도박에 전혀 관심도 없고 해보지도 않는 사람은 온라인 도박이 뭔지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필리핀에 도박장을 개설하고 이걸 생중계를 해서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소재가 와 닿겠습니까? 차라리 초반에 다룬 마약 사건을 계속 다루 던죠. 가뜩이나 마약 강국으로 변해가는 한국에서 마약 조직을 잡는 걸 담았으면 시의성도 좋았을 겁니다.
낯선 풍경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있어야 사건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또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범죄도시4>는 이게 없습니다. 피해자는 도박 피해자가 아닌 도박 프로그램 만드는 청년의 죽음과 그 죽음을 보고 따라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나옵니다. 이에 분노한 마석도 형사가 끝까지 잡아 족친다는 내용인데 이게 별 느낌이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IT 빌런 장동철(이동휘 분)과 특수 부대 출신 백창기(김무열 분)이 동업자 관계이면서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과연 필요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두 빌런이 마석도 형사팀을 구워삶아도 모자를 판데 서로 죽이려고 하고 이에 형사들이 어부지리로 다 잡아들이는 모습은 강 대 강의 대결이 아닌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말리는 모양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이전과 달리 디지털 온라인 사건을 담당해서 그런지 약간의 첨단 범죄의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이게 뭐 대단한 변화라고 느껴지지는 않네요. 여전히 마석도 형사는 무식하고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는 우락부락함만 보여줍니다. 이전 시리즈도 액션과 코믹으로 승부한 영화이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1편을 다시 보면 얼마나 스토리가 긴장감 있고 얽혀 있는지 그리고 캐릭터에 부여한 서사가 얼마나 찰진지 알 수 있습니다. 2편까지도 그런대로 캐릭터들에 붙은 서사가 볼만했지만 3편 이후 스토리가 있나? 작가가 있나 할 정도로 엉망진창 스토리네요.
2. 무술 감독 출신의 연출 역량 부족
허명행 감독은 무술 감독 출신의 감독입니다. 미술 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까지 봤어도 다른 스텝이 감독 연출을 하는 것을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연출은 연출의 역할이 있고 영화를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연출부에서 갈고닦은 후에 감독 데뷔를 하는 것이 무언의 룰이고 그게 맞습니다.
그런데 무술 감독이 연출을? 해외에서는 성공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존윅 시리즈의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가 대표적이죠. 존윅 시리즈는 무술 액션이 엄청납니다. 여기에 스토리도 단순하면서도 창의성이 좋아서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허명행 감독은 역량이 확실히 부족합니다. 연출 역량이 부족함을 2번을 통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 <황야>에서 스토리의 조악함에 이게 스토리인가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얼마나 못 만들었으면 딱 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트장인데 두 영화는 연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이 더 황당하네요. 이런 감독이 연출한 <범죄도시 4>의 스토리나 영화가 재미있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이 감독님의 역량 부족을 느낀 장면은 초반입니다. 필리핀에서 온라인 도박 소스 코드를 만들다 죽은 아들의 시신을 붙잡고 울던 어머니 마저 세상을 떠나자 마석도 형사는 분노에 차 오릅니다. 그런데 공감이 하나도 안 갑니다. 생전에 잘 알던 모자 사이였다면 모를까 일면식도 없는데 수많은 범죄 피해자 중 한 명인데 너무 급발진하는 듯한 감정이입에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꼭 잡아야 하는 빌런이라면 마석도 형사의 개인적인 원한이나 뭔가 깊은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강남의 한 경찰서 팀원들을 보여주는데 이 팀원들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각각의 서사가 있어야 하는데 단체로 나오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의 특징과 장기와 이야기가 없다 보니 그냥 액스트라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1편에서는 각각의 형사들에게 약간의 서사라도 부여했지 이번 4편에서는 많이 나오지만 반장부터 막내까지 이름도 모르고 별 역할도 못 합니다.
가장 못 만든 캐릭터는 창기입니다. 특수부대 출신의 칼잡이 백창기를 연기하는 김무열의 연기는 좋았지만 이 캐릭터의 서사가 전혀 없다 보니 몰입이 안 됩니다. 그냥 기능적으로 존재하고 그냥 사람 보이면 칼로 찌르려고만 하는 로봇이라는 느낌까지 드네요. 이게 무섭거나 살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캐릭터가 상당히 단순무구합니다. 칼을 휘두르는 액션 때문에 존재하는 느낌까지 드네요. 좋은 액션 영화는 빌런의 무서움을 담기 위해서 대사나 머리싸움 등을 통해서 캐릭터를 입체화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이동휘가 연기하는 장동철도 그렇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별 역할도 못하고 질척거리게만 하네요. 또한 캐스팅도 코믹극에 어울리는 배우라서 미스 캐스팅 같네요.
유일하게 영화 전체의 재미를 총괄하는 캐릭터인 장이수(박지환 분)의 복귀는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안 나오는 장면에서는 영화가 더 축축 처지네요. 장이수가 영화 재미의 8할 이상을 차지합니다.
3. 무술 감독인데 액션 장면이 상당히 지루하다
그래도 무술 감독 출신이라서 액션 장면은 뛰어날 줄 알았습니다. 사실 이 액션 장면을 연출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웬만한 액션 장면은 이미 영화로 다 구현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영화 <황야>의 유일한 볼거리는 총든 마동석 형사였고 몇몇 장면은 꽤 좋았습니다.
그런데 3편보다 액션이 더 별로네요. 3편부터 본격 권투 액션을 선보였고 4편도 권투 액션이 작렬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주먹으로 싸우는 초반 장면들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작습니다. 실내 액션의 장점은 박진감이지만 단점은 실외 액션처럼 큰 스케일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범죄도시 4>의 최대 단점은 액션 대부분이 세트장에서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실외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웅장함이나 화려함 이런 것 보다 단검 액션이 전부입니다.
이게 특이하냐? 전혀요. 뭔가 칼질을 계속하는데 이런 액션 장면은 숱하게 봤습니다. 또한 액션 앵글 연출도 별로이고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쿵팍 쿵팍하는 사운드만 키워서 뭔가 대단한 무술을 하는 듯한 느낌을 내려고 하지만 나지 않더라고요. 뭐 경찰 특공대까지 출동한다고 해서 스케일이 커졌다는 소리도 있던데 총 쏘지 않는 액션이 무슨 스케일이 커졌겠어요.
그럼에도 범죄도시 4는 많은 관객이 볼 것이 뻔하다
뻔하죠. 마동석 원툴 영화로 3부까지 천만을 넘겼고 3부 같은 경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1천만을 넘겼습니다.
마동석 형사의 대사처럼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마동석의 액션 + 잽 같은 유머 = 달콤 통쾌한 액션 영화라는 공식이 성립이 되어 있습니다. 불량 식품이지만 맛이 좋으면 먹듯이 4편도 저는 3편보다 더 강한 혹평을 했지만 많이들 볼 겁니다.
문화가 있는 날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오후 8시의 로비에는 이 메가박스 광명소하점을 온 이후 역대 최고의 관람객들이 서 있었습니다. 엄청난 인기입니다. 제가 이렇게 혹평을 해도 많이들 볼 겁니다. 관객들을 지적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정말 재미없게 봤지만 기본은 합니다. 여전히 마석도 형사는 원펀치로 다 날리고 약간의 스크래치가 나긴 하지만 그게 마석도 형사 캐릭터는 아니기에 약간의 변주일 뿐입니다.
또한 장이수의 활약이 좋기에 범죄도시의 맛은 어느 정도 잘 나옵니다. 다만 저는 전체적인 형사물을 보더라도 상당히 동음반복의 기시감 넘치는 액션과 스토리와 갈수록 떨어지는 연출 역량에 한숨만 내쉬다가 나왔네요. 이런 것을 영민한 마동석도 잘 알고 있기에 5편부터는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다고 하네요. 마동석 배우가 상당히 똑똑한 배우입니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한 배우이기도 하고 배우보다는 기획자로 큰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자기 식구들만 챙기다 보니 무술 감독이 연출까지 하는 실수 같은 행동을 했네요. 허명행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 보기 어려울 듯하네요. 너무 못 만들어요. 좀 더 좋은 연출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이 연출했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자기 복제 영화 시리즈에 변주를 줬지만 더 맛 없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