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 오프닝 음악은 단연코 <수사반장>입니다. 지금 들어봐도 유복성의 다리에 끼고 치는 작은북 같은 퍼커션 소리가 아주 경쾌합니다. 이는 애니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 주제곡인 탱크와 비견될 정도입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고문하던 형사들이 <수사반장>의 보면서 빠바바바밤 하는 소리를 따라 하는 모습으로도 유명하죠.
MBC 대표 드라마 수사반장
<수사반장>은 1971년 시작해서 1989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MBC에서 방영했던 수사 드라마입니다. 이 <수사반장>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MBC를 대표하는 드라마였습니다. 이에 KBS는 <형사>를 내놓았지만 인기는 <수사반장>에 비해 못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 많지만 소설을 각색한 편도 있는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금고털이범을 소재로 편이 있었는데 금고를 열면 금고털이범으로 자백하는 것이고 금고를 못 열면 사람이 죽나 그랬던 편으로 기억됩니다.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아직도 기억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이야기가 유명한 외국 단편 소설 오헨리의 완벽한 개심의 이야기더라고요.
아무래도 무려 18년 동안 매주 1편씩 내보내다 보니 소재 고갈이 심했던 것 같네요. 그렇게 1989년 끝난 <수사반장>은 1993년 세미 다큐인 <경찰청 사람들>로 수사물의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사실 이 수사물의 장점은 꽤 많습니다. 매화 등장인물이 다르다 보니 다양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배우는 아니지만 유명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수사반장>에는 국민 어머니라는 김혜자가 등장하는 편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MBC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 드라마는 재벌 2~3세나 로코물이 가장 많고 수사물은 많이 사라졌네요. 오히려 미국이 CSI 수사대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리퀄 수사반장 1958
<수사반장 1958>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23년 단풍이 막 들던 11월 초였습니다. 혜화동의 거대한 은행나무를 찍고 성균관 거대한 은행나무를 촬영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A4 용지에 안내문이 있더라고요. 전 이런 거 다 읽어봐요. 가까이 가보니 <수사반장 1958>이 촬영 중이라고 해요. 이 당시는 <수사반장 더 비기닝>이라는 가제가 붙었네요.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제훈, 이동휘 주연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혜화로 8길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쪽 동네가 한옥들이 꽤 많아요. 아마 사진 속 저 건물이 이제훈이 연기하는 박영한 형사의 하숙집 같네요. <수사반장 1958> 1편을 보고서 이 드라마 대박 나겠구나 바로 느꼈습니다. 첫 장면부터 훅 잡아 끄네요. 최불암 배우라기 보다는 최불암 아저씨가 더 어울리는 최불암이 경찰서로 찾아갑니다. 손주에게 줄 속옷과 양말을 들고 가는 장면부터 추억을 퍼 올리네요. 그러나 이게 핵심이 아닙니다.
핵심은 뛰어난 당시 재현과 핵심 주제입니다.
뛰어난 미술과 CGI로 때깔 좋은 드마라 <수사반장 1958>가 나오다
요즘 한국 드라마들이 시대극을 많이 하다 보니 연대별로 세트장이 있는 건지 뛰어난 세트장들이 엄청 많네요. 그럼에도 1958년 시대 재현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걸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네요. 1958년은 흑백 사진 또는 일부 컬러 사진으로만 남아 있죠. 미술팀은 이걸 그대로 재현을 했습니다. 세트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뛰어난 1958년 재현에 깜짝 놀랐네요.
패션과 전차, 당시 간판 타이포그래피 등등 디테일이 엄청나게 좋네요. 검색해보니 1950년대 거리 재현은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 1950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네요. 이렇게 비주얼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지상파 드라마들 제작비가 없어서 이런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 못 만들거든요. 광고주들은 유튜브로 다 이동하고 있죠. 제작비는 높죠. 그래서 인지도 낮은 배우 기용해서 드라마 만들다가 그 마저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작비가 엄청 높네요. 1편에 20억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제작비입니다. 10회까지 촬영했으니 총 200억 정도네요. 물론 이건 넷플릭스 드라마에 비하면 평균적인 제작비입니다. 이렇게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이유를 찾아보니 이 드라마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 전 세계에 배포되네요. OTT 서비스 자본력이 들어갔네요. 요즘 디즈니플러스가 열일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들보다 뛰어난 드라마들이 꽤 많아요. CG도 많이 사용하는 건 아닌데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영화급 CG를 보여주네요.
배우들의 케미도 좋습니다. 약간 오버하는 듯한 이제훈의 연기 특징은 제가 느끼기엔 코미디에 꽤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진지하지만 말순이 때문에 얼빠져하는 표정 연기는 정말 좋더라고요. 아마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연기를 보고 캐스팅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오리지널 수사반장과 프리궐인 <수사반장 1958>이 다른 점은 드라마 성격이 코미디로 변경되었습니다. 오리지널 수사반장이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 진지하고 묵직한 내용 또는 통쾌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프리퀄은 상당히 유머러스한 대사가 많이 들어가 있네요. 방심하다고 웃음이 분수처럼 갑자기 터져 나오는 장면이 많네요. 뭐 코믹에 최적화된 배우 이동휘만 봐도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웃기는 장면이 많습니다.
또한 수사반장의 4명이 형사의 연결도 좋네요. 브레인 박영한 형사와 부반장 격인 김상순, 힘 좋아서 범죄자 때려잡는 조경환, 또 한 명의 브레인 서호정 형사까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서호정 형사는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원래 어떤 형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프리퀄에서는 명문대 출신의 영어 잘하는 캐릭터로 나오네요.
야만의 시대를 정면 돌파하는 진짜 경찰들의 이야기 수사반장 1958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익 성향의 시청자가 보면 혈압이 오를 수 있는 그러나 엄연한 역사적 비극적인 사건도 잠시 잠시 나옵니다. 독재자 이승만을 타도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대학교 풍경과 함께 박영한 형사가 겪은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양민 학살 장면도 꿈에서 나옵니다. 이게 이 박영한 형사의 강인한 그리고 정의로운 캐릭터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돌아보면 제가 겪은 70~90년대는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정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종암서의 부패한 경찰들이 경찰들의 평균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경찰은 다 그랬습니다. 어렸을 때 자전거 끌고 다니는 경찰부터 교통 사고로 만난 경찰은 초면에 반말을 찍찍 갈기는 아주 싹수없는 인간이었는데 이게 한 경찰만 그러는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반말이 기본인 인간들이었습니다.
2020년대 지금은 달라졌냐? 그럴리가요. 최근에 경험한 한국 경찰들은 기본적으로 매너가 없습니다. 싸가지가 기본적으로 없고 반말이 기본 어투입니다. 나이 적건 말건 상관 안 하더라고요. 딱 한번 핸드폰 분실 때문에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정중하게 존댓말을 쓰는 모습에 어?? 이 경찰은 별종이네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보면서 한국 경찰 엿 먹이는 드라마인가 할 정도로 당시의 경찰 풍경을 아주 잘 담고 있네요. 경찰분들 열받지 마세요. 현실이 그렇잖아요. 경찰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저에게는 현실입니다. 왜들 그리 야만적으로 사세요. 교통경찰의 뽀찌 관행이 사라진 것이 경찰이 변해서 사라진 것이 아닌 범칙금을 온라인 입금으로 바꿔서 사라졌다고 하듯이 한국 경찰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일제 시대에 기회주의나 순응주의자로 살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을 우리가 받들지 않고 저 이역만리 만주에서 일제와 싸우던 독립군을 우리가 우러러 받들고 사는 것이 당연하듯 소수의 선한 사람들인 박영한 형사를 통해서 경찰이 나아갈 방향을 잘 집어주고 있습니다.
이게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입니다. 경찰이 경찰답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인본주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담은 드라마가 <수사반장 1958>입니다. 이미 1회 시청율이 10.1%로 큰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네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MBC에서 방영합니다. 3화도 기다려지네요. 거악인 깡패들과 싸우는 박영한 형사팀의 활약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