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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3일의 휴가는 뻔한 스토리에 좋은 배우들의 향이 우러나는 영화

by 썬도그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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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안 봐도 기승전결의 흐름이 딱 보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 한 문장 듣자마자 결말까지 예상되면 듣는 둥 마는 둥 하겠죠. 하물며 돈을 내고 들어야 하는 영화라면 우리는 영화관에 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안 봤습니다. 큰 기대도 안 했습니다. 다만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코미디와 사회 비판 메시지를 섞는 능력이 뛰어난 육상효 감독입니다. 

 

방가방가의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님을 참 좋아합니다. <방가방가>는 육상효 감독님을 세상에 알림을 넘어서 현재까지는 최고의 필모그래피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 이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중국음식 배달원이 엘리트 대학생들의 미문화원 점거 사건 현장에 들어가면서 대학생으로 오인받는 흥미로운 상황을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육상효 감독님이 좀 변했습니다. 2019년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를 가진 형제를 담은 영화인데 육상효 감독 영화 최초로 100만이 넘은 14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사회 비판 메시지를 싹 제거해서 육상효 감독 영화가 맞나 하고 아쉬워했지만 흥행 성적은 꽤 좋았습니다. 

 

2023년 개봉한 영화 <3일의 휴가>는 코로나 시기에 개봉해서 뒤늦게 개봉한 영화입니다. 누적 관객은 52만 명으로 많은 관객이 보지는 않았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 아님에도 좀 아쉬운 흥행 성적이죠. 그러나 요즘 100만 관객 넘는 한국 영화가 많지 않기에 이 정도도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각본이 참 문제였습니다. 

 

너무 뻔하고 올드한 각본의 영화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의 최대 단점은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너무 올드하고 뻔합니다. 줄거리는 간단한데 세상을 떠난 엄마 박복자(김해숙 분)가 하늘나라 백일장에서 당선되어서 3일의 휴가를 받습니다. 3일 동안 이승에 내려와서 구경을 할 수 있는데 당연히 박복자는 자신의 딸이자 미국 대학교 교수인 딸 방진주(신민아 분)를 찾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아닌 자신이 사망한 경상도 시골 마을에 딸이 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혜자스러운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놀랄 노짜죠. 뼈 빠지게 벌고 키워서 미국 대학 교수가 된 딸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이어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일의 휴가

그리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과 딸의 본심을 알게된 엄마의 화해 과정이 영화 전체의 핵심 서사입니다. 
그런데 이거 너무 올드하잖아요. 너무 뻔하잖아요. 이런 스토리는 너무 많습니다. 왜 이런 너무나도 평범하고 뻔하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그것도 스토리텔링 잘하는 육상효 감독이 왜 이런 너무나도 평이하고 평탄해서 졸린 그러나 예상 가능한 감동의 영화를 만들었을까 했는데 시나리오 작가님이 육상효 감독님이 아니네요. 

 

3일의 휴가

시나리오는 유영아 작가님이 만들었네요. 그런데 이 유영아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뒤져보니 이 이야기와 비슷한 영화가 하나 있네요. 2010년 개봉한 김해숙, 박진희가 엄마와 딸로 나온 <친정엄마>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스토리도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유사한데 아마도 유영아 작가님이 이 이야기의 다음 이야기를 담은 듯합니다. 다만 <친정엄마>는 각본가가 아닌 각색가로 참여했네요. 그럼에도 이 이야기와 상당히 유사한 구조입니다.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한 모녀 간의 애증을 담은 영화들은 많고 다양한 스토리로 구현할 수 있음에도 너무나도 평이한 스토리는 영화 <3일의 휴가>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유영아 작가님의 필모를 살펴보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흥행 성적은 안 좋네요. 최근에 개봉한 <도그데이즈>도 유영아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았던 영화 <3일의 휴가> 배우들이 살렸다

3일의 휴가

이렇게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배우들이 살려야 합니다. 같은 레시피라도 요리하는 사람의 요리 스킬이 좋으면 좀 더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재료인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 가장 큰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김해숙과 신민아입니다.

 

신민아는 드라마에서는 성공한 드라마가 꽤 있지만 영화에서는 큰 성공을 한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영화도 많지 않고요. <달콤한 인생>에서는 조연이고 <경주>가 신민아 배우의 필모 중에서 눈여겨볼 정도입니다. CF 스타로 인식되던 이 배우가 2020년 출연한 <디바>로 연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이 영화 <3일의 휴가>에서도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만 잘 만나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배우인데 좀 아쉽네요.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도 좋은 영화라고 하기엔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영화로 만났으면 하네요. 영화 <3일의 휴가>는 시나리오도 올드하지만 연출도 그냥 평범합니다. 영화가 무슨 큰 사건 사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두 모녀 사이의 오해가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풀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오해를 푸는 매개체가 일기입니다. 엄마는 서툰 글씨로 일기를 꾸준히 썼는데 이걸 딸이 발견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되집어 보면서 후회와 한숨을 쉽니다. 이 일기 때문에 딸이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이를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가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그나마 약간의 흔들림이 있는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무자극인 점은 참 좋습니다. 다만 영화가 확실한 장점을 느끼게 하지는 못하네요. 초반에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처럼 느껴지게 하다가 전체적으로는 <사랑과 영혼>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질질 짜고 최루성 장면이 없는 것이 그나마 가장 잘한 연출이지만 그냥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없다 보니 집중하게 하지 못하게 하네요. 그럼에도 맑은 영화인 것은 확실합니다. 

 

별점 : ★ ★
40자 평 : 느리고 올드하고 뻔한 부실한 시나리오 위에 묵직한 배우들의 연기를 올려 놓다

 
3일의 휴가
“따님은 어머님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요. 그냥 따님의 행복한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김해숙)는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규칙 안내를 맡은 신입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지상에 내려온다. 미국 명문대학교 교수인 자랑스러운 딸을 볼 생각에 설레던 마음도 잠시,돌연 자신이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진주’(신민아)의 모습에 당황한다.속 타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는 ‘진주’는 자신을 찾아온 단짝 ‘미진’(황보라)과엄마의 레시피를 찾아가고, 낯익은 요리를 보자 서로의 추억이 되살아나는데…
평점
7.7 (2023.12.06 개봉)
감독
육상효
출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차미경, 배해선, 김현수, 박예린, 김주헌, 김기천, 정경호, 주석제, 결휘, 염지영, 민경옥, 박명훈, 박현숙, 김영재, 강정윤, 박옥출, 정라엘, 박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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